김용주 우리치과 원장

치과에서 접하는 여러 환자 중 대면한 순간, 답답하고 절로 한숨부터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유치에서 영구치로 전환되는 시기에 영구치에 충치가 심해 신경까지 침범한 경우가 그렇다.

초등학교 시기, 치아는 온전히 맹출은 했으나 치근(치아뿌리)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충치가 신경까지 진행된 경우 치료하는 입장에선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치수염 상태로 통증이 나타나 신경치료는 불가피한데 적절한 신경치료 마무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경치료를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해 치근단(치아 뿌리 끝쪽)에 이상이 발생하게 되면 결국 치아를 빼야 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다, 설사 뺐다 하더라도 나이가 어려 통상적으로 성인에서 하는 보철치료를 시행키도 어렵다.

그리고 대개 이런 경우 한 치아에만 국한되질 않고 구강 내 여러 치아에서도 비슷한 상황으로 충치가 발생되어 신경침범이 예상되는데 정말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지난해 봄 즈음에 한 아이가 우측 어금니 통증을 이유로 우리치과를 내원했는데 이와 같은 경우의 환자였다. X-ray 사진을 통해 충치 범위를 확인한 후 보호자에게 신경치료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미완성 치근의 신경치료 시 발생될 수 있는 위험성을 설명하였다.

내 설명에 무척 난감해 하는 보호자. 치료도 하기 전에 너무 위험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내 자신이 무색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 어쩔 수 없이 자기 방어적이 될 수밖엔 없다.

일단 해당 치아는 부분 신경치료를 시작해 통증을 없애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신경관 치료를 시행한 뒤 그 신경관에 약을 반복적으로 넣어 미완성된 해당 신경관이 신경치료를 마무리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한달, 두달, 6개월, 1년....... 그렇게 반복 치료를 시행한 후 올 봄이 되어서야 드디어 신경치료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치료하는 내내 혹여 잘못 되어 해당 치아를 빼야 되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 어쩌나 하고 가슴 졸였는데 다행스럽게도 치료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아이 또한 약속한 제 날짜에 맞춰 치과에 내원해 준 덕분에 치료를 의도한 데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 치료하는 입장에서 가지게 되는 성취감이나 만족감은 상당하다. 치아 하나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치열이 어느 정도 안정된 성인과 달리 어린 시기에 그 치아 하나의 상실로 말미암아 발생될 수 있는 전체 치열의 변화를 고려하면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 상실된 치아 공간으로 인접 치아들이 쓰러지고 맞물렸던 치아가 내려오면서 발생되는 치열의 변화는 성인보다 훨씬 빠르고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된다.

이렇듯 성장기 아동에서의 치아 관리가 상당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인 아이들이 이를 인식하고 스스로 치아 관리를 하리라 기대한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해서 보호자의 인식이 성장기 아동의 구강 건강에 무척 중요한 부분이 된다.

하지만 보호자 자체가 구강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거나, 특히 가정 사정으로 조부모에게 맡겨진 아이들이나 편부, 편모등의 결손 가정의 아이들인 경우 대체적으로 보호자의 관심이 부족할 수밖엔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정 내 상황과 결부되어 치료를 제 때 하지 못한 채 통증이 발생하고 나서야 치과를 찾는 아동들을 접할 때엔 답답함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녀를 둔 어른들에게 꼭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한달에 한번은 아이들의 입안을 들여다 보자. 대충 말고 후레쉬로 비춰 가면서 꼼꼼히 살펴보자. 그것이 자녀에 대한 또 다른 사랑 표현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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