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들만의 영역에 새로 만들어진
길게 늘어선 발자국의 흔적
길은 그렇게 아프게 밟혀 생겨난다
지근지근 밟히지 않고서야
길은, 길이 아니다

힘없이 밟힌 것들을 바라보다
억척같은 삶 위로 드러난 저 맨살

실컷 두들겨 맞아 문드러진 몸뚱이
질근 짓밟혀 아픈 곳마다
깊숙이 묻힌 만도 한데
더 선명하게 올라와
드러나는 길

송두환
아마도 아픔을 겪어본 자는 아픔을 견딜 줄 안다. 그 견딤 뒤에야 비로소 제 생이 건강해지고 인내되어진다는 것도 안다. 그렇게 아프고 견딘 다음에야 이력처럼 따라붙는 굽은 길하나 비로소 제 생의 이력에 채울 수 있는 법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시인은 그렇게 길의 생성에 제 삶을 포개놓은 경건함을 채득하고 있다. 송두환은 광양문인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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