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기의 지랄발광 이야기

▲ 정채기 강원관광대학교 교수. 한국남성학연구회장
여성(아내)에게서 “당신을 닮은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요!” 라는 얘기를 듣는 남자는 얼마나 행복할까를 갑자기 생각했다. 물론 일부 남자가 2세를 보지 않거나 적게 보려는 경우를 제외하고. 결혼 방식을 중심으로 한 2세의 종족 번식을 통하여, 인류사는 기본적으로 유지 발전된다.

그런데 작금에 이르러 특히 우리나라는 갑작스러운 저 출산의 국가 문제가 심각한 지경이다. 이는 세계 유수 기관들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잠식할 최대 복병으로 저 출산과 고령화를 꼽는데 근거한다. ‘생긴 대로 낳다가는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산아제한 캠페인이 성화를 부린지 채 반세기 남짓한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나?”의 장탄식이다.

아이를 안 낳거나 적게 낳으려는 다 아는 결정적인 이유로는 과다한 교육비와 마땅치 않은 양육 환경 등이었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해소책에 더하여, 차제에 ‘아버지들이 나설 부분이 무엇일까?’ 즉, 자녀수가 단순한 부의 상징이 된 세태를 승화하려는 담론까지 이르렀다. 옛 우리네 남자에게의 최대 모욕은 “집에 가서 애나 봐라!”이었다. 같은 맥락으로 에스키모 사내들 간에 가장 모욕적인 욕설의 말은「펭귄아빠」다. 그런데 펭귄은 어미가 알을 낳으면 아비는 그 알을 부화시키는 양육 분담을 한다. 설원이나 빙원 아닌 데가 없기에 펭귄아비는 두 발위에 알을 얹어 한 달 남짓을 꼬박 먹지도 못하고 부화를 기다린다.
이렇게 눈물 나는 혹은 숭고함 자체인 펭귄아빠를 <집에서 애 보는 무능력자>로 폄훼하는 ‘잘못된 수컷(아버지)神話’가 여전하다면 다음처럼 참칭하련다. 우리 보다 선진국인 스웨덴 등에서는, 요즈음 '친구(friend)'와 '아빠(daddy)'의 합성어인 ‘프렌디(friendy)'가 대세이다. 프렌디는 아버지로서의 삶에 행복을 느끼고 자녀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한다. 더 한 신조어인 '비로드 파파'는 편안한 천인 비로드(velvet)로 만든 바지를 입은 아빠라는 뜻으로, 아이를 적극적으로 보살피는 아빠의 모델이다. 능력 있는 남자로 인정받는 '육아하는 아빠'들은 이 분위기에 힘입어 아이를 키운 경험과 느낌을 담은 수기도 출판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도 ‘엄부자모(嚴父慈母)'라 하여 권위적인 아버지에서, 근자에는 ‘자부엄모'의 자상한 이미지에다, 급기야 ‘감부간모(甘父干母)' 즉, 부드럽고 달콤한 아버지의 모습까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미 기울고 굳어져 가는 대세의 세태를 반영하는 연구들은 부지기수다.

아이와 잘 놀아주며 양육에 적극적인 아빠가 아이의 성(性)역할, 인지능력 등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나아가 아빠와의 신체적 접촉을 통한 놀이는 호기심과 창의성, 타인을 이해하는 사회성을 키워준다고 한다. 옥스퍼드대학의 자녀양육센터는 1958년에 태어난 어린이 1만7000명의 성장과정을 4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2002년 3월), 자녀가 유년 때 아버지가 양육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훗날 학업성적과 ‘강력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자녀 양육에 적극적인 아버지는 자녀의 학업성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아버지가 자상하면 자녀의 성적이 좋다’)이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출산, 육아와 교육 등에서 자연스럽게 혹은 불가피하게 아빠의 몫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자녀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여러 가지 연구보고의 핵심중의 핵심은, 자녀의 육아와 교육 등에 있어 아버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그 중단 없는 실천의 치열함이다. 이제 더 이상 아버지들은 양육과 교육에 있어 이방인이 아닌, ‘新부자유친’의 명실상부한 주인공 시대를 열어가자. 즉 ‘프렌디’로서 新부자유친하는 가정 안팎의 정의로운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펭귄 아빠>가 되는 가운데, 자신을 닮은 아이를 그것도 많이 낳을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논하고 보니 스웨덴 등에서 유행하는 ‘프렌디’는, 우리 조상들이 오래 전 역설한 ‘父子有親’의 포괄적 현대판이자 ‘오래된 미래’로의 ‘훌륭한 기시감(데자뷰)’이라 결론한다.

정채기 교수는 진상이 고향으로 교육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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