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렬의 쉴만한 물가

동네 어귀에 서커스단이 와 있답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친구들이 다녀온 소식을 전합니다. 입이 딱 벌어지는 놀라운 묘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줄을 타고 갖은 기교를 부리고 마술을 부리고 위험스런 줄타기를 하고 신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만한 듣도 보도 못한 일들을 경험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몸을 자유자재로 구부려 기교한 동작이 가능한지 얘기할 때면 식초를 먹는다든지 몸에 고무가 있다든지 하는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에 코를 톡 쏘는 식초 냄새를 기억하고선 그네들이 불쌍하게도 생각되었고 우린 도저히 안된다는 생각도 갖습니다. 멀리서 연일 쿵짝거리는 악기 소리와 하늘에 떠 있는 커다란 풍선, 요란한 옷을 입은 삐에로를 흘끗거리며 보면서도 선뜻 가보지 못했던 안타까운 현실도 기억합니다. 여하간 서커스는 동네에 오기 전부터 숱한 설렘을 자아내서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한 마술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다른 나라에서 온 서커스가 공연중이고, 이웃동네인 여수와 경남 고성에서도 진행 중입니다. 특히 고성에서는 우리나라 동춘서커스단이 공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꺼번에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서커스 공연이 있는 기회도 많진 않을 터인데 관계자 분들은 나름 손님 때문에 걱정이 많지만, 보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좋습니다. 여름이 오면 마다가스카의 뉴요커 4인방 알렉스 마틴 멜먼 글로리아도 유럽서커스단이 되어 온다고 하니, 가히 올해는 서커스 열풍으로 뜨겁습니다.

서커스는 고도의 기술 훈련을 받은 사람과 동물들로 구성되어 원형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으로 세계 여러나라에 존재합니다. 보는 사람들이 한순간에 넘어가는 단순한 기술도 당사자는 수 일에서부터 수 년을 연습하고 연마한 땀과 수고의 결정체입니다. 단순해 보이고 쉬워보이는 것도 마찬가지의 과정들을 거쳐 나온 것입니다. 때로 넘어지고 실패하여 고통에 눈물 흘리면서도 장인(匠人)같은 정신으로 만들어진 공연이기에 탄성과 박수 갈채를 받고,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쁨 그리고 꿈을 심어 주게 되는 것입니다. 여럿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이루어지는 작품이기에 더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요즘 곳곳에 서커스 단원도 아니면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고, 개그맨도 아닌 사람들이 개그를 하고 있는 현실이 오늘 우리네 정가(政家)입니다. 아직 연습도 부족하고 훈련도 덜 되었으면서도 그래서 아직은 무대에 서서는 안되는데도 꾸역꾸역 무대에 올라가서 어설픈 공연으로 자신뿐 아니라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들의 서투른 언행들이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가슴을 쓸게 하고, 민심까지 이반되게 하는 일도 생깁니다. 이런 서커스가 올 연말까지 갈 터인데 부디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이 잘 훈련된 사람들로 구성되어 관객들에게 진정한 갈채를 받고 희망을 주는 정치 서커스 공연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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