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도서관‘2014 내 인생 자서전쓰기’출판 기념회

<내 인생 자서전 쓰기라는 무모한 도전으로 두려움과 망설임과 설레임, 그리고 기대치로 뜨거운 태양열과 씨름하며 보낸 여름이었다. 무언가 딱히 끄집어 낼 수도 없고 채워지지도 않는 것들에 대한 허허로움이 항상 나를 가난하게 했다. 늘 허허로움이 허기진 내 내면에 잠복해 있을 때, 던져진 먹잇감이 있어 덥석 물었더니 ‘내 인생 자서전 쓰기’란다. 무식이 용감하다 했던가? 오르다 못 오르면 ‘뫼만 높더라’ 핑계하자! 이런 배짱으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범의 등에 넙죽 올라탔다. 범이 놀라서 내리라고 마구 흔든다. 이왕 탔으니 그냥 가자고 엉덩이를 때렸다. 이렇게 허둥대며 숱하게 앓다보니 시간들이 여기가지 끌어다 주었다. 부끄러운 글 눈 딱 감고 공손히 두 손으로 드리오니 들풀이라 여기시고 밟지 마소서. -이윤실 할머니의 자서전 머리글에서>

지역 어르신들의 살아온 인생이 담긴 자서전이 출간됐다.
광양시립도서관은 지난 26일 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 자서전쓰기 참가자와 가족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4 내 인생 자서전쓰기’출판 기념회를 가졌다.

‘내 인생 자서전 쓰기’라는 어려운 경주를 끝까지 마치고 한 권의 책이라는 귀한 열매를 맺게 되신 다섯 사람은 송현호ㆍ김광섭ㆍ박희순ㆍ이경남ㆍ이윤실 어르신.

송현호 어르신은 82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동양화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예술 활동에 매진하고 있으며, 김광섭 교장은 광양여자중학교에서 교장으로 재직하다 지난 9월 순천 동산여자중학교로 발령받았다.

박희순 씨는 광양시에서 공직생활을 하시다 퇴직하신 후 현재 문해강사와 숲 해설사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이경남 어르신은 현재 광양우리음식연구회에서 광양의 향토음식 계승 발전에 애쓰고 있다.

이윤실 어르신은 평소 뛰어난 글 솜씨로 꾸준히 시와 글을 써 오셨으며 슬하의 자녀들 또한 훌륭한 인재로 키워 내셨다.

이날 출판 기념회는 광양시립도서관이 올해 처음으로 60세 이상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 한 ‘내 인생 자서전 쓰기’사업의 결과물이다.

광양시립도서관은 지난 5월부터 기업체와 공직 퇴직자를 비롯해 예술계 종사자, 귀농인, 주부 등 다양한 분야 어르신들의 신청을 받아 이들을 대상으로 ‘왜 자서전을 써야 하는지, 자서전이 삶을 어떻게 변화 시키는지’에 대해 전문가 특강을 두 달간 진행 했다.

또 이후 5개월 동안 중진초등학교 박행신 교사로부터 ‘글 쓰는 방법과 자서전 집필 요령’에 대한 실전 강의를 수강했다.

이처럼 7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정성과 노력으로 묵묵히 함께한 이들 중 5명이 마침내 자서전을 최종 완성하게 됐다.

정기 광양문예도서관사업소장은 “어르신들의 자서전은 한분 한분의 삶의 이야기가 닮긴 개인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어르신들의 삶을 통해 지역의 숨어있는 많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귀한 사료이자 광양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며 “소박함 속에 깊은 연륜과 진지한 성찰이 묻어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후배세대인 우리들에게 삶의 지혜를 얻는 창구가 되고, 앞길을 비춰주는 밝은 등불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축하했다.

한편, 김광영 전 공군사관학교 교수는 ‘내 인생 자서전 쓰기’에 처음부터 함께 했으나 원고량이 많아 교정 작업이 길어져 함께 출간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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