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공사만 꼬박 30개월…동남아 철강벨트 선점 꾸준한 현지인 직무 교육으로 안정적 현지화 달성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100㎞ 떨어진 찔레곤(Cilegon). 자바섬의 조용한 해안 도시였던 찔레곤은 지금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뜨거운 철강도시다.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Krakatua Steel)과 손잡고 설립한 연산300만톤 규모의 동남아 최초 일관제철소, 크 라 카 타 우 포 스 코 (PT. KRAKATAUPOSCO)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정문
크라카타우포스코는 2008년 양국 정부가 맺은 기본합의를 바탕으로 2013년 12월 준공됐다. 연간 300만톤의 쇳물을 뽑을 수 있는 고로에서 철강제품의 원자재가 되는 슬라브 150만톤과 건설ㆍ조선용으로 쓰이는 후판 1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가 매년 포항ㆍ광양에서 3800만톤가량의 쇳물을 뽑아내고 제품을 만드는 것에 비하면 많지 않은 양이지만, 하지만 매년10%씩 증가하는 철강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수입으로 철강소비의 60%를 해결해오던 인도네시아에 300만톤은 적지 않은 양이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준공 이후 인도네시아의 철강 생산 능력은 단번에 43%가 향상됐다. 용광로에서는 매일8300톤의 뜨거운 쇳물이 뽑아져 나오고, 압연 공정에서 매일 3400톤의 후판이 생산되고 있다.

준공과 더불어 고로에 불을 붙인 지 만 5개월 만에 제선, 제강, 압연 모든 공정에서 정상조업도가 달성됐다.

▲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 고로
물론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착공부터 초기 가동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크라카타우포스코 민경준 사장은 “워낙에철이 부족한 나라라, 제철소 공사 부지에 놓아둔 철근이 다음 날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도 있었고, 무더운 날씨와 느긋한 현지인들을 독려해 공기를 맞추는 일도 쉽지 않았다”며 건설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 모든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제철소를 정상 가동의 궤도에 올린 지금,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철강 역사에 한 획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포스코패밀리의 사업 역량과 제철소 운용 노하우를 진일보시킨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 고로
그도 그럴 것이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한국의 발전된 철강 기술력을 해외에서 실현시킨첫 사례다. 포항 영일만에 제철소를 지을 때만 해도 하나부터 열까지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은 것이 없었던 포스코가 46년이 흐른 지금,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 자리를 5년째 유지하는 글로벌 철강사가 됐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포스코를 파트너로 삼았던 것도 영일만에서 이뤄진 신화가 이곳 찔레곤에서 재현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생산이 궤도에 오르니 판매 역시 순풍을 타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가동 후 최초로 슬라브와 후판 판매량이 월 목표량인 20만톤을 넘어섰다.

슬라브 제품의 경우 크라카타우스틸과 구나완(Gunawan)과 같은 인도네시아 현지 철강사들이 주로 사간다. 품질이 좋은 슬라브를 집어 넣어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슬라브는 인기가 좋다.

후판 제품 역시 인도네시아 중공업 회사인 찌트라 조선(Citra Shipyard)와 코린도 중공업(Korindo)을 포함, 세계적 중공업 회사인 캐터필라(Caterpillar)의 현지 법인과 같이 납기와 품질에 민감한 외국계 회사들을 주요고객으로 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

캐터필라 본사의 글로벌 통합구매 책임자(Global Category Manager) 데니스 쿤카(Dennis M. Kunka)씨는 “크라카타우포스코 후판의 품질이 매우 만족스러워서, 빠르게 품질 안정화를 이뤄낸 포스코의 저력에 놀랐다.

포스코 본사와 마찬가지로 대응이 매우 빠르고 정확해서 앞으로의 비즈니스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슬라브 절단 공정
생산된 제품의 60~70%는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고 나머지는 인접 국가로 수출된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이재헌 수출부장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를 잇는 동남아 철강벨트의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향후 3년 내에 품질 및 납기 수준을 본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라카타우포스코가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고 반년 만에 안정 단계에 접어들 수 있었던 데는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실무 교육을 받고 귀국한 현지 엔지니어들과 한국에서 파견된 베테랑 기술자들의 공이 컸다.

▲ 후판 제조공정
총 직원 2300여명 중 58명의 포스코 주재원과 조업 관리와 기술 전수를 위해 한시적으로 머무르고 있는 120여명의 글로벌엔지니어 및 기술컨설턴트를 제외한 2180여명이 모두 현지인이다.

따라서 포스코는 착공 이후인 2011년부터 현지채용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직무 교육을 진행해왔다.

2012년에는 현지 채용된 신입 엔지니어 550명이 7차에 걸쳐 포항 및 광양제철소에서 실무 교육을 받고 귀국했다.

▲ 크라카타우포스코를 설명하고 있는 김석기 제강부장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 현장에서는 포스코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100여명의 철강 전문가로부터 고로 조업 경험이 전무한 현지 직원들에게 전문적인 기술과 현장 관리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정태수 대외협력부장은 “한국인, 인도네시아인 할 것 없이 전 임직원이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한마음 한 뜻이 돼서 앞을 보고 나가고 있다.

해외에서 제철소를 가동하는 것은 처음인데다 가동 초기 단계라 당분간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겠지만, 지금처럼 일로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2013년 12월 23일 첫 생산된 후판
한편 포스코는 지역사회 함께 발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합작 법인 설립 초기부터 제철소 인근 지역에 대한 교육 환경 개선사업을 꾸준히 전개해오는 등 포스코의 상생 문화를 인도네시아 현지에 널리 알리고 있다.

포스코는 제철소 인근 마을 학교에서 ‘스꼴라 아식(Sekolah Asik?즐거운 학교)’이라는 슬로건 아래 교육환경 개선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사망라야마을, 꾸방사리마을, 뜨갈라뚜마을의 학교 세 곳에서 △교육 인프라 개선 △교사 교육스킬 향상 △학생 자발적 참여 △크라카타우포스코 임직원 자원봉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환경 개선활동은 지역민의 자발적인 자립의지 강화는 물론, 기업의 사회적 공헌활동이 생소한 인니 현지에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포스코의 상생문화를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 민경준 크라카타우 포스코 사장

"동남아 철강시장 포스코가 주도

“5년 후면 인도네시아 철강소비량이 지금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때까진 열연ㆍ냉연 공장이 추가된 2기를 완공해 명실상부한 일관제철소를 완성할 계획입니다”

민경준 크라카타우 포스코 사장은 “안정감 있는 제철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싱글라인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추가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2단계 투자 논의를 마친 뒤 2017년 안엔 착공할 계획”이라며 “2단계에서는 고로와 제강설비를 증설하고 열연ㆍ냉연공장을 신설, 현재 300만톤에 이르는 연간 생산능력이 600만톤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사장은 “임명 당시 포스코 정준양 회장에게 ‘간과 쓸개를 다 내놓고 인도네시아에 간다’고 말했다”며 “조그마한 동산 9개를 깎아 제철소를 건설하면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이뤘지만 사명감으로 버
텨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철강산업은 강대국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제철소를 짓고 공장을 돌리는 기술까지 가진 국가가 거의 없다”며 “더구나 게으르진 않지만 악착같지 못한 인도네시아인들과 함께 동남아 최초의 일관제철소를 불과 30개월 만에 준공한 것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일”이라고 밝혔다.

민 사장은 “일본은 물론 인도네시아 정부도 크라카타우 포스코 건설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준공을 했고, 쇳물이 쏟아지며 안전사고가 났을 때도 신속히 수리해 다시 가동하니 일본 측이나 인도네시아 정부 모두 놀라워했다”며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모든 역경을 다 이겨내고 인도네시아 정부 측이 인정할 만큼 전례 없는 추진력이 발휘된 성공한 경우”라고 강조했다.

민경준 크라카타우포스코 사장은 “포스코가 동남아시아에 일관제철소를 짓자 가장 배아파한 것은 일본 업체”라며 “그동안 동남아 철강시장은 일본 철강회사들이 주도했지만 이제는 크라카타우 포스코가 동남아 철강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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