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안전한 대한민국 만드는 전환점 되길...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문화제가 지난 16일 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에서 시민과 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광양 시민사회단체가 마련한 이날 추모문화제는 광양시민단체협의회 기고문 낭독, 추모영상 상영, 광양촛불노래단 공연, 추모편지 낭독, 나도 한마디, 광양시립합창단 추모공연, 우리의 다짐, 촛불 거리행진(청소년문화센터~사랑병원) 등으로 진행됐다.

이영민 광양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광양YMCA 이사장)는 기고문을 통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행사를 광양시민사회단체가 앞장서서 준비한 이번 행사는 단순 추모행사가 아니라, 진실과 책임 규명 없이 잊혀가고 있는 세월호의 참사를 다시 기억하는 날”이라며 “또한 실제적인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시민행동의 날이고, 죽임과 희생을 조롱하고 눈감고 둔감해 가고 있는 우리사회의 그릇된 문화와 사고에 경종을 울리는 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 “이번 추모행사를 통해 성장과 물질이 아닌 사람과 생명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공유하고 변화와 행동을 결단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며 “이것이 세월호 참사를 영원히 기억하는 길이고 희생을 추모하는 자세다. 4.16이 우리사회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백운고등학교 3학년 민성준ㆍ남지수 학생의 추모편지 낭독순서에서는 참석자들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으며, 나도 한마디 시간엔 학생에서부터 교사, 시장, 의장 등 다양한 시민들이 나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안전대책이 마련되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을 다짐했다.

특히 이 시간엔 안산 단원고 출신으로 지난 2월 졸업 후 광양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한 학생이 나서 “참사 후 1년 동안 단원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였다”며 “광양 시민들이 추모문화제에서 슬픔을 함께 나눠 감사하다”고 말해 추모문화제에 함께한 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날 추모문화제는 광양시립합창단의 추모공연에 이어 참가자 모두가 촛불을 손에 들고 ‘세월호 진상규명 방해하는 정부시행령 폐기’등을 요구하며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사랑병원까지 가두행진을 한 후 단체 묵념으로 행사를 마무리 했다.

한편, 11일부터 17일까지 한 주간 진행된 세월호 참사1주기 추모 행사는 17일 광양시청년연합회가 분향소 봉사를 한 것으로 마무리 됐다.

이번 추모 행사는 광양시민단체협의회가 주축이 돼 추모 분향소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노란배 만들기, ‘하늘로 보낸 편지’포스트잇 작성하기, 노란리본 메시지달기, 특별법 제정 시민서명운동 등이 열렸다. 분향소엔 초등학생부터 중ㆍ고등생, 시민, 각계각층 인사들이 들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 민성준ㆍ남지수(백운고 3)
세월호’ 추모편지

2014년 4월 16일, 미처 피지 못한 꽃들이 졌습니다.
4월 16일 모두가 꽃들을 위해 웁니다.
우리는 꽃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즐거운 여행길,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배에 올라탔을 친구들아.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둠 앞에 너의 두려움을 뒤로한 채 친구를 위로하고 기도하며 누군가가 그 어둠 속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었니.

그 간절했던 마음이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무책임한 한마디에 물거품이 되어버렸구나.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던진 한마디에 함께 울고 웃으며 고3 생활을 보내고 같은 대학교의 동기로 만났을지도 모르는 너희를 잃어버렸구나.

지나가는 인연이 됐을지도 모를 너희가 떠났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과 보고 싶은 마음이 밀려오는 오늘이다.

배와 함께 가라앉는 두려움의 순간에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하기에 급급했던 착하고 여렸던 너희. 분명 아침까진 하나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했을 너희.

그렇게 예쁜 미소를 지으며 한 돌아오겠다던 약속. 그 약속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키지 않고 있는 너희가 야속하다. 그 약속을 지킬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람들은 너희의 마음을 담아 보내온 마지막 문자를 보며 눈물을 짓고, 들려오는 소식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인다.

누군가 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자식이었고, 싸워도 좋은 친구였고, 든든한 선배였으며 사랑스러운 후배였을 텐데. 그렇게 소중한 너희를 떠나보낸 그 마음을 우리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니. 갑작스런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너희들은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웠을까.

친구들아, 우리 모두가 슬퍼하는, 그날이 없었더라면 너희는 더 멀리 가보고 더 높은 꿈을 꾸었겠지. 밤하늘을 보며 오순도순 이야기도 했겠지. 그리고 바다 속 차가움보다 남들과 다름없이 따뜻한 봄기운을 맞이했겠지. 그리고 봄의 흩날리는 벚꽃을 입었겠지. 바닷물로 짠 수의 같은 건 입지 않았을 거야. 시키는 대로 따랐던 착하디착한 친구들아. 그래서 꺾여버린 꽃 같은 친구들아. 수많은 꽃들을 꺾어가 버린 하늘은 늘 한결 같이 봄이길 바래.

여기서는 피지 못한 꽃이었으니 그곳에선 빛나는 별이 되길 바래. 예쁘기만 하던 너희가 졌는데 몇 번을 되새기고 몇 년을 기억한들 어찌 지겨울 수 있겠니.

너희를 항상 기억할게. 그리고 절대로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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