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주 우리치과 원장

얼마 전 치과 치료 중 아주 곤혹스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육십이 넘으신 어머님으로 상악 우측 작은 어금니 잇몸 부위에 문제가 있어 치과를 방문하셨는데 개원 초기부터 지금껏 뵈었던 분으로 단골 환자라 할 수 있겠다. 어머님께선 해당 치아 잇몸 부위에 몸이 피곤하면 고름 주머니 같은 것이 생겼다가 얼마 후 터져서 가라앉곤 한다면서 요즘엔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며 치료를 원하셨다.

문제의 해당 치아는 9년 전 쯤 신경치료를 한 후 보철 수복된 치아로 X-ray 확인 결과 치아 뿌리 끝 주변으로 상당량의 치조골 결손이 보였다. 아무래도 빼기 보단 치료를 해서 쓸 수 있을 때 까진 쓰는게 나을 듯 해 해당 치아의 뿌리 끝을 절단하는 수술을 하기로 계획하였다.

계획한 대로 수술을 시행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봉합한 실을 제거하러 온 날 어머님께선 다소간에 머리 통증을 호소하셨다. 수술부위에 아직 부기가 남아있긴 하나 육안으로 봤을 때 큰 문제는 없는 듯 해 통상적인 수술 후 통증이려니 생각하고 약을 좀 더 처방 해드리며 안심시켜 드렸다.

그 다음날 다시 치과에 내원하신 어머님. 일반적인 경우라면 좀 기다렸다 오셨을 텐데 바로 다음날 치과를 방문할 정도면 뭔가 문제가 있으리라는 불안한 직감. 역시나 어머님께선 약 먹을 때만 좀 나아지고 약 기운이 떨어질 때 즈음해선 다시 통증이 심해진다며 불편함을 호소하셨다.

해당 수술 부위를 재처치 하고 소독한 뒤 이번엔 항생제와 진통제 주사를 놓고 좀 더 약효가 강한 진통제를 처방한 뒤 상황을 지켜보자고 하였다. 그렇게 환자분을 보내고 그 다음날. 아침 출근하는데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고 계신 어머님. 어제보다 더 통증이 심하다며 통증 때문에 새벽에 잠을 깨 혼이 났다 하시는 게다.

일단 치료 후 발생한 통증을 해소하는게 급선무인데 처방한 약도 주사도 듣질 않고, 치아 발치를 하자니 문제 발생 치아와 통증과의 관련성을 확실히 단정 짓기가 스스로 애매한 상황인데다 발치 후 통증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기다려 보자는 말밖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상태가 어떨지 너무 걱정이 되는데 어머님이 치과에 내원을 안 하셔서 직접 집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혹시 상태가 호전이 된 건 아닌지 내심 기댈 했지만 상황은 더욱좋지 않은 듯 했다. 아무래도 선배 치과의사에게 가보면 오히려 답이 좀 나오지 않을까 싶어 오후에 치과를 찾은 어머님을 모시고 선배 치과의사를 찾았다. 상태를 확인하고 내린 결론은 문제 치아의 발치였다. 결국 치아를 발치하였고, 발치한 치아를 살펴보니 해당 치아 뿌리쪽에 금이 상당히 간 상태였다. 신경치료 후 보철 지대치로 오랜시간 사용하다 보니 씹는 힘에 견디질 못하고 치아 뿌리에 금이 간 경우로 보였다.

그렇게 발치를 하고 그 다음날 소독하러 치과에 내원하신 어머님. 한결 나아진 얼굴 표정이 며칠 동안 가슴 졸였던 내 마음을 풀리게 한다. 한 숨 돌리는 순간이다. 치료 후 통증 때문에 며칠 동안 잠 못 이루며 고생하시면서도 내 앞에서 원망 한번, 인상 한번 안쓰시던 어머님. 돌이켜 보면 담당 의사인 나를 치료과정 내내 어떻든 믿어준 어머님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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