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재난지원금 일단락, 빈약한 논리로 갈등 풀릴까

2022-07-31     이정교 기자
이정교 기자

“그놈은 그냥 미끼를 던져분 것이고, 자네 딸내미는 고것을 확 물어분 것이여.”
영화 곡성에서 일광(황정민)이 말한 대사 중 일부다. 적절한 상황에서 활용되면서 수많은 패러디로 연결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대사는 이번 4차 재난지원금 논란과 관련해 정인화 시장과 지역사회로도 빗대어 볼 수 있다.

민선 8기의 첫 시작은 화합보다는 계층 간의 갈등이 더 돋보였다. 4차 긴급재난생활비 지급 관련 논란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과 시작에 정인화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광양시는 7월 4일 오후 추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제목은 ‘정인화 광양시장 1호 결재 ‘민선 8기 시장 공약사항 추진 및 관리계획’’이다. 민선 8기의 슬로건과 비전을 확정하고 인수위에서 채택한 공약사항 등의 정보가 담겼다. 

그러나 시민들은 2호 결재 내용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광양시 4차 긴급재난생활비 지급계획이었기 때문이다. 19세 이하 아동·청소년은 1인당 100만원, 19세 이상 성인은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이야기는 순식간에 지역사회 곳곳으로 퍼졌다. 

선별지원금 대상에 해당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과 그렇지 않은 시민들이 일부 양쪽으로 나뉘었다. 각각의 주장을 펼치며 저마다의 다른 입장을 피력했지만, 같은 것도 한 가지 있었다. “시의회가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하는지 한번 두고 보겠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었다. 

선별지원금을 협의하는 과정이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시민들은 일희일비했다. 의원들의 사진이 인터넷에 퍼졌고, 댓글들은 서로를 향한 노골적인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 

상황은 지난 4월과 상당히 유사했다. 당시 논란은 선거 직전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그때 시장선거 후보였던 정인화 시장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한번 물어봐야 한다.

“4차 재난지원금 계획을 먼저 공개하면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가?”
당연히 예측되는 문제다. 결국 자신을 찍어준 사람들에게 보은을 하기 위해 애써 “공약 이행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변명으로 보도자료를 먼저 뿌려보는 꼼수를 썼다고 생각된다. 일부 고위 공무원들이 “시장이 시민들께서 그 공약을 믿고 자신을 찍었고, 그래서 이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터라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부분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건 광양시 의회다. 
광양시의회는 7월 8일 의장단 간담회에서 보편적 지급을 원칙으로 정하고 전 시민대상 40만원 지급 의견을 집행부에 전달했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전 시민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선별 지급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야기를 방지하겠다는 기조를 한결같이 유지해왔다. 

그러나 7월 25일 찬반 비밀투표까지 가는 팽팽한 이견조율 끝에 19세 이하 아동청소년에게 70만원 지급을 수용했다. 

광양시로부터 “합의점을 도출하기까지 시의회의 통 큰 배려가 있었다”는 평을 받았지만 그동안 광양시의회를 지지했던 많은 시민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좋은 게 좋은 것’이 ‘통 큰 배려’로 표현되고 있지만, 이미 보편적 지급을 분명한 원칙으로 가지고 있던 시의회가 본연의 기능인 집행부 견제에 충실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어쨌든 4차 재난지원금은 지급될 것이다. 다만 집행부도 의회도 사회적 갈등이 된 이번 사안을 두고 ‘협의가 잘됐다’, ‘협치가 강조됐다’ 등의 눈먼 자화자찬은 하지 않길 기대한다. 

정인화 시장과 서영배 시의장은 공동담화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수학여행비나 야외학습비 등 혜택이 주어지지 않았고 △살면서 자금 소요가 가장 많은 계층이 학생과 학부모이며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커야 하고 △광양에 직장을 두고 타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한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고 선별지원금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이들이 국가지원금을 받지 못했으니 시비로 대체하겠다. 아이들에게 돈을 주면 저출산이 해결되고 다른 도시에 있는 인구가 유입될 것”이라는 말인데 얼마나 명분이 빈약한지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다.

광양은 여전히 아이를 낳고 케어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못 된다. 신생아집중치료실이 없어서 해마다 80% 이상의 신생아가 인근 순천에서 태어난다. 광양시가 지원하는 산후조리비용을 받기 위해 상대적으로 시설이 열악한 산후조리원을 아주 잠시만 이용한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수준의 학원이나 교육프로그램이 적어서 초등학교 때부터 또 인근 도시로 원정 교육을 다닌다.

여전히 아이들과 학부모가 누릴 수 있는 정주여건은 턱없이 부족하다.
갈등까지 불러일으키며 지급하는 4차 재난지원금으로 얼마나 더 ‘아이키우기 좋은도시 광양’이 됐을까 문득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