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행정은 감동인사부터 ‘인사’ 제때 하자
광양시가 지난 11일 4급 승진자 1명과 5급 승진자 3명의 2022년 하반기 정기인사 명단을 발표했다. 정인화 시장 취임 한 달 보름여 만에 첫 인사다.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인 만큼 가타부타 따질 일은 아니지만, 이번 인사를 두고 세간에선 ‘인사 참사’라는 평가가 있음을 전한다.
승진이나 전보가 소폭 이뤄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5급 이상 전보가 35명에 달했다. 대부분이 현 직위에 보임된 지 6개월에 불과한 이들이다. 조직 서열을 무시한 채 사실상 하향 전보된 경우도 일부 눈에 띈다. 이런 부분들이 ‘보복인사’, ‘줄 세우기’, ‘전임시장 흔적 지우기’와 함께 ‘인사 참사’로 평가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어떤 이는 “이런 인사를 하려고 한 달 보름 가까이 공직자들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했나, 해도 너무한 인사”라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인사 내용도 문제지만 앞으로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은 인사 시기다.
인사가 늦어지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면 “한 달이 늦어지나, 두 달이 늦어지나 어차피 할 인사인데, 잿밥에 관심 가질 시간에 일이나 열심히 하지”라는 사람들도 있다.
공무원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나오는 말이다.
공무원의 지상과제가 시민을 위한 봉사였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일부 공무원이나 해당될 뿐 대다수 공무원의 지상과제는 승진이다. 인사철만 되면 승진을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는 고질병이 반복된다.
승진을 위한 근무연한을 채운 대상자가 승진임용 배수 범위에 들면 그는 ‘단번에 승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된다. 어떤 이는 인사권자를 찾아가 읍소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대상자는 지인을 통해 인사권자에게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쓴다.
한 예를 들어 어느 퇴직공무원은 10여 년 전, 6급에서 5급 승진임용 배수 범위에 처음 포함되자 나름 승진할 수도 있음을 기대했다. 그러나 인사발표 후 그가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 말은 “100점 만점인 줄 알고 열심히 일만 했는데, 알고 보니 200점 만점이더라”는 얘기였다. 열심히 일 한 것만으로는 승진을 담보할 수 없는 공직계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그렇기에 인사를 제때 하자는 것은 괜한 낭비 요인을 최소화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인사 때가 되면 승진 대상 공무원들 관심은 오로지 ‘이번에 반드시 승진’에 집중된다. 업무가 문제가 아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업무 집중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사 예고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공직사회는 어수선한 상태가 지속되고, 공무원의 스트레스와 피로감도 크게 상승된다. 인사가 늦어지는 만큼 갖가지 근거 없는 소문에 마음 상하고 업무능률은 저하된다는 것이 공무원들 스스로의 하소연이다.
이런 상황은 4급·5급 승진대상자뿐만 아니라 6급·7급·8급 승진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어차피 인사는 잘해도 본전이다. 한정된 자리에 후보는 많으니 누군가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것까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무원들이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조마조마하며 몇 달을 보내지 않도록, 아쉬움이 있더라도 얼른 털어내고 다음 인사를 기약하며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제때 인사를 하자는 것이다.
감동행정을 펼치는 것은 시장 혼자선 언감생심이다.
일선 행정은 시장이 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한다고 본다면 모든 공무원이 공감하고 함께 할 때 가능하다.
첫 인사가 늦어짐에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는 최대한 빨리 인사가 이뤄져 공무원들이 스트레스와 피로감으로 사기가 저하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