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감정을 꺼내는 방법, 저는 예술에서 찾았어요”
광양 출신 문혜인 감독 作 ‘삼희’ 전주국제영화제 초청 상영 ‘눈길’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삼희 : TheAdventur e of 3 Joys>의 문혜인 감독을 만났다.
문혜인 감독은 광양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후 서울대학교 고고 미술학과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로의 파격적인 전향, 그리고 배우에서 감독으로, 지난해에는 싱글앨범까지 발매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문혜인 씨의 창작 원천은 의외로 내성적인 성격에서 비롯됐다. 학창 시절, 그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학생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법을 몰랐던 그는 대학 진학 후 연극동아리에 들어가게 된다.
그녀는 연극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그 경험은 예술이라는 세계로 들어서는 문이 됐다.
그는 대학 생활 내내 연극 활동에 매료됐다. 졸업 후에는 자신이 직접 예술을 창작하고 싶다는 열망에 따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로 진로를 변경했다.
문혜인 씨는 “광양제철고등학교 재학 중 고3 담임선생님이자 역사 선생님인 이은철 선생님의 수업 시간이 너무 재밌고 흥미로워 고고 미술학과로 진학하게 됐다. 그러다 조용하고 감정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저에게 선생님께서 대학교 가면 미술이든 연극이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동아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에 연극을 시작하게 됐다”며 “밖에서 예술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지만, 직접 예술을 창작하는 일, 그게 제가 원하는 길이라는 확신이 들어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첫 장편 영화 ‘삼희’
문혜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단편 영화 ‘나가요: ながよ’ 다. 학교에서의 졸업 작품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전국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작품을 진짜 데뷔작이라고 부르는 그는 “심사위원 한 분이 ‘진심이 담긴 작품’이라는 평을 남겼을 때 너무 감동했다. 진심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걸 그때 배웠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다수의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배우로서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예술가로서 입지를 다져온 그가 감독으로서 내놓은 첫 장편 영화 ‘삼희’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2025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 작품은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은 자전적 서사다. 주인공이 사고를 겪고 서울을 떠나 양주로 내려와 겪는 이야기로 문 씨의 힘든 시절, 본인이 겪었던 상처나 트라우마 등 회복하는 과정을 담았다고 한다.
문 씨는 “‘삼희’는 저에게 있었던 어떤 사건, 트라우마, 슬픔을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영화다. 글을 쓰면서 나를 치유하고 있었고, 어느 순간 영화로 만들고 싶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희는 나와 닮아 있으면서도 내가 바라는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다”며 “지금까지 만든 모든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힙합 매력에 빠져 싱글앨범도 발매
감독과 배우로서만이 아니라, 혜인 씨는 최근 음악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싱글 앨범 ‘일랑비탈’을 발매했다. 이 곡은 길에서 만난 고양이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쓰러져 있던 고양이를 구조하며 함께 보낸 시간은 그에게 또 다른 창작의 영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평소 랩이나 힙합에도 관심이 많다. 영화 ‘나가요’의 랩 장면을 위해 연습하다가 힙합이라는 장르에 매료되었고, 이후에도 가사를 쓰고 음악을 만들며 예술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
혜인 씨는 “말장난을 좋아하는 편이라 랩은 나에게 언어를 재밌게 다룰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이다. 내가 만든 음악은 많은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오히려 더 자유롭게 몰입할 수 있고 즐길 수 있어서 즐겁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양은 나와 소통 시간
광양 출신인 그는 지금도 고향에 대한 애정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고등학교 시절 자주 가던 금호동 공원의 한 벤치다. 바다가 보이는 그곳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스스로를 다잡았던 시간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혜인 씨는 “지금도 광양에 가면 꼭 들린다. 그 벤치에 앉으면 마음이 다시 차분해지고, 뭐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이다. 새로운 작업을 위한 시간이라기 보다는 내 자신을 듣기 위한 시간을 갖는 중이다”며 “‘삼희’의 마지막에 흐를 노래를 아직 완성하지 못해 쉬는 동안 곡을 완성해서 다음 상영 때 꼭 담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혜인 예술가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길, 그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시간’이었다.
그는 “모든 위대한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흔들리더라도 균형을 잡으면서, 계속 나를 지켜내고 싶다”고 말했다.
문혜인 감독 겸 배우는 광양 출신으로, 현재 1인 제작사 ‘영화사 숲’을 운영하고 있다. 감독으로서 3편의 영화를 연출했으며, 배우로서는 22편의 작품에 출연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주요 수상 내역으로는 △17년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한낮의우리) △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에듀케이션) △22년 제22회 한국퀴어영화제 퀴프초이스 (트랜짓) △22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평경쟁 부문 감독상(트랜짓) △22년 제22회 전북독립영화제 특별언급상(트랜짓)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