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길에서 삶을 배우다”

광양제철고, 송광사·불일암 생태답사 자연과 공존하는 삶과 무소유 철학 체험

2025-07-20     박주식 기자

광양제철고등학교가 지난달 14일 순천 송광사와 불일암을 찾는 답사 활동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내면을 성찰하고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답사는 지역이 품은 역사와 문화를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지역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생들은 교실을 벗어나 조계산 자락의 산사에서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직접 느끼고,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체험하며 지구 환경을 생각하게 하는 생태적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

답사 안내는 이은철 광양지역연구회 마로희양 대표가 맡아 송광사와 불일암에 얽힌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학생들에게 자세히 전달했다.

이 대표는 지눌 국사를 비롯한 16국사를 배출한 한국 불교 승보종찰인 송광사의 위상과, 법정 스님의 무소유정신이 깃든 불일암의 철학을 학생들에게 전하며 깊이 있는 통찰을 이끌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답사는 조계산 생태 영상 시청으로 시작됐다.

학생들은 버스 안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가졌다.

송광사에서는 점심 공양을 통해 식사 방법과 예절 등을 배웠다. 필요한 만큼 먹고, 남기지 않고 식사하는 경험을 하며 평소 자신의 습관을 돌아보고 탄소중립을 위해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어 찾은 불일암은 법정 스님이 무소유의 철학을 실천한 수행처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학생들은 무소유길을 걸으며 버리는 삶이 아닌 줄이는 삶소유를 최소화한 생태적 균형의 가치를 몸소 체득했다. 또한 학생들은 길을 걸으며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인식하며, 환경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활동을 마친 뒤 열린 소감 나눔 시간에는 마음을 비워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비 오는 송광사의 고요함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법을 배웠다는 학생들의 성찰이 이어졌다. 더불어 환경 보호와 절제된 삶을 실천하겠다는 다짐도 함께 밝혔다.

한편 광양제철고는 지난 4년간 지역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답사 활동을 지속해 왔다.

2022년 백운산 의병부대와 윤동주의 유고를 지킨 정병욱 가옥을 찾아 역사 속 우리 지역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유명한 문학 작품의 전승을 위한 숨겨진 이야기를 찾았고, 2023년에는 구례·하동 고택에서 우리 지역 선조들의 삶의 품격과 공동체 정신을 마주했다.

2024년에는 광양 중흥산성과 광주박물관을 걸으며 백제의 흔적과 남도 문화유산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우리 지역의 발전 및 변화 과정을 경험했다.

광양제철고 관계자는 이번 답사는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화하고,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은 절제와 자각의 의미를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앞으로도 광양제철고는 지역과 함께 더불어 배우고 성장하며, 환경을 고려하는 삶의 태도와 사람다운 성장을 지향하기 위해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 교육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참가 학생 소감문>

조성용(2-6)
초여름의 산은 조용했다. 송광사로 향하는 길, 초록 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바람이 말없이 나를 맞아주었다. 번잡한 일상을 떠나 고요한 산사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나는 자연스레 많은 것들을 내려놓게 되었다. 송광사는 크고 웅장할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없었다. 스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염불을 외우며 수행하는 모습과 바닥에 떨어지는 빗소리마저 감상적으로 들렸다. 공양을 받은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소중히 대하고 남기지 말자는 정신이 잘 느껴지는 체험이었다.

다음은 불일암이었다. 작고 소박한 암자에 들어서자, 올라오는 무소유의 길에서 느낀 고됨이 무색하게 맑은 기운이 그대로 느껴졌다. 필요 없는 것을 버리고, 비움 속에서 오히려 채워지는 감정.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돌아오는 길, 손에 쥔 건 없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득했다. 이제는 조금 더 비우고, 조금 더 가볍게 살아가고 싶다. 송광사에 부는 시원하고 고요한 바람처럼.

변유빈(1-8)
비 갓 그친 숲길을 따라 도착한 송광사는 맑은 공기와 고요한 풍경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단한 전각들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은 오래된 역사와 수행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정신이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는 삶의 태도라는 말처럼, 송광사는 절제와 평온의 가치를 조용히 일깨워 주었다.

스님들의 발우공양은 그 자체로 수행이었고, 자연과 하나 되어 걷는 시간은 내면을 돌아보게 했다.

이번 답사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우리 전통의 깊이와 삶의 본질을 되새긴 뜻깊은 시간이었다.

김서현(2-4)
비가 오는 날, 송광사로 가면서 조계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영상을 시청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여러 동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은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잠시 멈춘 채 나의 주변을 돌아보도록, 내가 놓쳤던 것들을 상기시켰다. 너무나 당연해서 그 가치를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왔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풀내음이 가득한 송광사로, 한국 불교의 삼보사찰중 하나인 승보종찰이다. 지눌 국사 및 16국사를 배출한 유명한 절이라고 한다. 송광사 뒷산엔 지눌의 시호인 불일보조에서 이름은 따온 불일암이 있다. 법정 스님은 불일암에서 수행하시며 무소유를 주장하셨다. 무소유길을 걸으며 소유하고 있던 고민이나 걱정, 생각들을 정리하니 한층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음을 비운 채로 길을 걸으니 평소보다 더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에서 , ‘에서 로 비우며 사는 삶이 로 가득찬 삶보다 더 이상적인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릇에 물을 계속 부으면 가득 차 넘쳐흐르듯이 소유를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턴 삶에 깨달음이 사라질 것이다. 가득 찬 물을 비우고 다시 채우며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사람들은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자연을 무분별하게 소유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가진 것을 내려놓은 채 무소유로 돌아가 다른 동물들과 조화롭게 사는 법을 깨우쳐야 하지 않을까.

오은효(2-1)
송광사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운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사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사찰 곳곳을 돌아보며 우리나라 불교문화의 깊이와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특히 스님들이 염불을 외우는 모습을 볼 때는 나 역시 경건한 마음으로 그 순간에 함께했다. 불일암으로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정상에 도착해서 바라본 경치는 그 고생을 충분히 보상해 주었다. 산 아래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자연 속에서 깊은 감동을 경험했다. 무소유길과 소유길을 걸으며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풍요로움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번 답사를 통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후련해진 느낌이다. 평소 바쁜 일상에 지쳐있던 마음이 자연과 전통문화 속에서 정화되는 경험을 했다. 앞으로도 이런 의미 있는 문화체험 기회를 통해 우리 전통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내적 성장을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