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정견(正見), 초가을의 바람에서 지혜를 찾다

2025-09-29     광양시민신문
만응 스님(대한불교조계종 가피사 주지)

뜨거운 여름의 태양은 더 이상 숨 막히게 내리 쬐지 않습니다. 새벽과 저녁에 피부를 스치는 시 원한 바람은 흙과 낙엽이 섞인 가을 향기를 실어 나르며, 떨어진 밤나무 알밤들은 실하게 여물어 추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만물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무상(無 常)’과 ‘변화’의 이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삶 속에서 얽힌 수많은관계들속에서 저 마다의 관점과 괸념으로 살아가고있습니다.시비 분별이 끊이질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고있는 이유 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불교에서는 어떤관점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시끄러운 세상을 마주해야 할까요? 

‘정견’이란 무엇인가?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정견’은 단순히 ‘바른 견해’가 아니라, 우주와 생명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입니다. 
단순히 겉모습을 보고 제도권의 지식으로 판단 하고 이해하려는것이 아니라 대상의 인과관계를 있는그대로 직접 보고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고, 모든 것에는 결과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가 르칩니다.
밤나무에 열린 밤을 상상해 볼까요? 그 풍성 한 결실은 결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햇빛 과 비, 흙의 영양분과 바람이 필요했고, 뜨거운 여름의 열기와 폭풍우를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마 찬가지로, 우리 삶의 모든 기쁨과 괴로움에도 인연-원인이 있습니다.
초기 불교는 정견의 핵심을 ‘사성제(四聖諦)’에 대한 이해로 요약합니다. 


가을의 정견: 삶에 지혜를 녹여내는 법
우리는 출가하거나 속세를 떠나지 않고도 일상 생활 속에서 정견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가을은 무상함을 관찰할 수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무상’을 정견하기: 잎사귀가 초록에서 노랗 게 변하고 붉게 변화하며 마침내  떨어지는 것을 볼 때 이것은 소멸이 아니라 대자연의 순환이라 는 것을 알수있습니다. 우리의 몸, 우리의 감정, 우리의 관계 또한 끊임없이 변합니다. 이를 인식 하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며, 잃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고, 가 진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게 됩니다.
*‘인과’를 정견하기: 울긋불긋하게 물든 낙엽 은 지난 여름이 있었던 결과이며 추석의 단란함 은 가족 간의 오랜 사랑에 대한 결과입니다. 마찬 가지로, 오늘날 우리의 행복과 번뇌는 과거의 어 떤 행위들이 심어놓은 씨앗입니다. 인과를 인식 하면 우리는 모든 선택을 더욱 신중하게 대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모든 선한 생각, 모든 선한 행위 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밝은 씨앗을 심고 있기 때
문입니다.
*‘놓아버림’을 정견하기: 가을은 수확의 계절 이자, 놓아버림의 계절입니다. 대자연은 여름의 풍성함을 조금도 미련 없이 내려놓고, 겨울의 고 요함과 봄의 부활을 맞이합니다. 우리 또한 무익 한 걱정, 지난날의 원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놓아 버리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무 거운 짐에 짓눌리지 않을 때, 우리는 가을바람처 럼 가볍고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불교경전인 대념처경에서는, 정념(正念)과 정견(正見)은 서로 보완적입니다. 갓 수확한 밤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느낄 때, 정념을 유지하며 온전히 그 맛을 음미하세요. 가족과 함께 단란함을 즐길 때도, 정념을 유지하며 지금 이 순간의 행복 을 소중히 여기세요.
가을은 내면으로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이 시 원한 가을바람과 풍성한 밤에서 부처님의 지혜를 깨닫고, 우리의 마음밭이 가을녁 황금들판처럼 풍요롭고 평온해지기를 바랍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이 아름다운 가을에 자신만의 평온함과 행복을 발견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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