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중심에서 다시, 마을 묻다-3
시설 거점과 이용객 연결로 농촌 활력 실현 고령군, 초대형 체육문화복합 밸리 조성 옥천군, 마을 순환버스 통한 서비스 제공
농촌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광양시도 이 사업을 통해 5개 센터를 조성했지만 운영 부실, 주민 참여 부족, 사후관리 미비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본 기획은 광양 지역 5개 사업지를 중심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국내외 사례와 비교해 주민주도의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가야문화누리
경북 고령군에 위치한 대가야문화누리는 농촌중심지활성화 사업의 직접 지원으로 조성된 시설은 아니지만 ‘커뮤니티시설 중심-농촌중심지 활성화 사례집’에 소개되며 주목받고 있다.
대가야읍은 대구광역시와 성주·합천·거창 등 인접 지역을 잇는 도농교류 거점으로 뛰어난 접근성을 갖추고 있으나 역사적·공간적 위상이에 비해 소외되는 면이 있어 문화·복지 기반 서비스 중심지로서 기능 회복과 생활환경 개선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고령군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 예산을 확보해 총 429억원(국비 128억, 도비 35억, 군비 266억)을 투입, 대규모 문화밸리 ‘대가야문화누리’를 조성했다.
이곳에는 문화누리, 군민체육센터, 고령문화원, 공공도서관, 대가야국악당, 청소년문화의집,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7개 주요 기관이 입주해 있다.
주민들은 여가, 체육, 전통문화, 독서, 공연, 청소년 프로그램, 다문화 지원까지 한 공간에서 누릴 수 있으며, 630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170석 소공연장, 야외공연장까지 갖춘 종합 문화·체육·복지 타운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매년 가족뮤지컬, K-재즈,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이 열려 ‘살기 좋은 문화도시 고령’을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주민 만족도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 1만 명 수용이 가능한 야외공연장에서는 봄부터 11월까지 지역 24개 문화예술단체(대가야윈드, 청소년오케스트라, 우륵밴드 등)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또 군민노래자랑, 한여름 밤 영화음악제, 가얏고음악제 등 다양한 공연이 보태지면서 문화예술의 도시 고령을 뒷받침 하고 있다.
문화누리 관계자는 “7개의 기관 중 문화누리에서는 서예, 도예, 밴드 동아리 등 여가와 취미 중심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령군민 체육센터에서는 수영, 헬스, 탁구 등 체계적인 운동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문화원은 시조창조, 가야금병창, 민요 등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고령공공도서관에서는 독서회, 신나는 영어동화, 도서 대여 서비스 등 다양한 도서 관련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대가야국악당은 도립국악단 공연과 고령문화원 연계 행사를 통해 국악 공연 문화를 활성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청소년문화의집에서는 보드게임, 드럼 교실, 다육아트 교실 등 지역 청소년을 위한 문화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는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 바리스타 자격증, 입학 정보 제공 등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정착과 사회통합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지역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종합 문화·체육·복지 거점으로서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센터 중 탁구장은 자율적인 운영으로 진행되며 문이 열리기 전부터 회원들이 밖에서 대기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헬스장에는 러닝머신 15대를 비롯해 다양한 기구가 갖춰져 있으며, 최근 예산 지원으로 환경을 보강했다. 저녁 퇴근 시간대가 가장 붐비며, 공간이 한정적이어서 러닝머신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회원 수 역시 제한돼 있으며, 가격이 저렴해 운동보다는 샤워만 이용하는 분들도 일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관계자는 “소공연장에서는 결혼식과 강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며 대한민국 최고의 시설과 장비가 갖춰져 있는 대공연장에서는 뮤지컬, 오페라,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공연을 저렴한 요금으로 관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복동이 힐링센터
충북 옥천군 동이면의 한복판에 들어선 ‘행복동이 힐링센터’가 마을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돌봄, 문화, 복지, 교육이 한데 모이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동안 뚜렷한 중심이 없었던 동이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옥천읍과 청성면, 군서면, 이원면, 안내면과 접한 동이면은 지리적으로 옥천군의 중앙에 위치해 있지만 교통 여건이 불리해 마을 전체를 잇는 중심지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나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을 계기로 들어선 행복동이 힐링센터는 주민들의 삶을 모으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특히 금강수계 주민사업비로 마련한 ‘행복동이 마을순환버스’는 힐링센터를 중심으로 22개 마을을 오가며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발이 되고 있다. 돌봄과 교육, 복지와 문화 서비스를 버스 한 대가 마을 곳곳으로 연결해 주는 셈이다.
센터에서는 작은도서관 운영과 방과 후 통합돌봄, 헬스장, 라인댄스, 밴드 동아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주민주도의 참여와 행정의 지원이 안정적으로 맞물리면서 힐링센터는 단순한 복지 공간을 넘어선 마을 발전의 상징이 되고 있다.
센터 공간이 다소 줄어든 상황에서도 농촌협약 사업비 30억원을 들여 2층 증축을 준비 중이다. 공간 확장은 더 많은 프로그램과 이용객을 수용하기 위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아이들을 위한 견학 프로그램도 새로 시도되고 있다. 유치원과 연계해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찾아와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홍보팀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알리며 참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편 동이면은 22개 마을 주민들을 조사해 각자의 특기와 전문성을 발굴해 왔다.
금강 수계 보상지역이라는 특수성을 살려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인적 자원을 체계적으로 파악했고, 귀촌·귀향한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처음에는 참여를 망설이던 주민들도 점차 열정을 가지고 프로그램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행복동이 힐링센터는 중심지라 부를 만한 곳이 없었던 동이면에 뚜렷한 거점을 세우고, 주민 주도로 만들어낸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민과 행정이 함께 쌓아 올린 이 경험은 앞으로 농촌 중심지 활성화를 고민하는 다른 지역에도 모범이 될 만하다.
센터 관계자는 “프로그램은 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계속 보완하고 있다. 바뀔 때도 있고 연속해서 이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현재는 약 11개 정도가 꾸준히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가장 큰 과제는 공간이다. 당초에는 넓게 지었지만 지금은 부족해 농촌협약 사업비 30억원을 확보해 2층 증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당초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했지만 아직 자체 운영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아 실제 운영은 초기부터 활동해 온 운영위원회가 맡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순환버스는 금강수계 지원 사업 덕분에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힐링센터로 이용객을 모으는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성인 세대의 참여도 활발하다. 라인댄스 동아리와 밴드 동아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저녁이면 헬스장, 밴드실, 라인댄스 교실이 모두 꽉 차는 상황”이라며 “특히 드럼이나 피아노 등 음악을 전공하거나 경험이 있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강사로 나서면서 밴드 활동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변화의 바탕에는 동이면만의 특수한 지역적 조건이 있다”며 “동이면은 금강 수계 피해 보상지역으로 과거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22개 마을의 인적 자원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후 귀촌·귀향 주민들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며 “처음에는 참여를 주저하던 주민들도 직접 찾아가 설득하다 보면 결국 함께하며 열정을 쏟게 된다. 요즘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운영이 훨씬 수월해진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