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중심에서 다시, 마을 묻다-5
농촌 거점시설, 주민 참여와 지자체 지원 병행 필수 농식품부, 현장 반영한 규제 완화 ‘모색’ 광양시도 운영 지원 조례 마련 등 필요 타 지역, 조례·복합시설로 활성화 도모
농촌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광양시도 이 사업을 통해 5개 센터를 조성했지만 운영 부실, 주민 참여 부족, 사후관리 미비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본 기획은 광양 지역 5개 사업지를 중심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국내외 사례와 비교해 주민주도의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농촌 거점시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지만, 낮은 이용률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광양시 역시 시설 건립 이후 운영 단계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활성화의 핵심은 주민주도와 참여에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중앙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규정상 일정 기간 공공 목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적용되면서 10년간 영리 활동이 제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주민들이 사실상 봉사 형태로 운영을 이어가야 하며,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소규모 영리활동을 일부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운영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제도적 지원 역시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진안군 등 일부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해 운영비와 인건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으나, 다수 지자체는 여전히 시설 운영의 책임을 민간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시설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운영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국가가 기반 시설 건립까지 책임진다면 이후 운영은 지자체의 몫”이라며 “지방재정 이양분을 적극 활용하고, 운영비를 정기 예산에 반영하는 등 책임 있는 관리체계 구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서 간 협업 부족도 문제”라며 “농촌개발과·건설과 등 관련 부서와 복지·문화·교육 부서 간 연계가 미흡해 시설이 단일 기능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확산 중인 복합문화거점센터처럼 도서관·문화공간·청소년시설 등을 통합 운영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확장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지난 21일 열린 제342회 광양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정회기 시의원은 “지자체들이 시설 조성 단계에서는 앞다퉈 공모에 나서지만, 완공 이후에는 관리 책임을 서로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 새로운 사업 추진 시에는 기존 시설을 정비·활용하고, 위탁 운영 경쟁이 생길 정도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인화 광양시장은 “농촌 개발사업은 대부분 건물 짓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전체의 70~80%가 실패로 이어진다”며 “이미 지어진 시설은 본래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소프트웨어 중심 단기 사업에만 치중하면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의 균형을 맞춰 지속적인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촌 거점시설의 성공은 단순한 건물 건립에 있지 않다. 운영의 지속성과 체계적 관리, 주민 참여, 지자체의 책임 강화, 운영비 확보, 그리고 부서 간 통합 운영체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비로소 ‘활성화’가 가능하다.
“광양시 사업 대상지 활성화 제언”
△광영동 원도심에 위치한 ‘축구문화센터’는 철강산업 쇠퇴 후 주변에 조성된 신시가지로 다른 사업 대상지와 달리 도심부의 단독주택 및 공동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하는 것이 큰 특징으로서, 그에 맞는(밀집 주거지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완전한 농촌지역에 비해 교육 및 생활 수준이 높을 것으로 추측되므로, 주민 자치단체 등을 효율적으로 ‘구성·운영·관리·지원’하면 일정 수준의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때 한 가지 고려할 사항은 기존 시설을 단순히 주민 편의시설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축구’를 중심으로 한 관광사업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다. 목적이 불분명한 두루뭉술한 사업계획은 결국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월면 ‘달빛나루종합복지센터’는 인구가 많지 않은 고즈넉한 해안에 위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 근현대건축물 등록문화유산인 구)진월면사무소가 있고, 진월역사문화관, 윤동주 유고를 보존했던 정병욱 가옥, 무접섬 윤동주 시비공원, 망덕포구 섬진강 별빛 스카이, 배알도섬 정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시설을 진월면의 소규모 인구를 집중적으로 보살피는 복지·보건·의료 또는 문화·교육 서비스 제공의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냐, 아니면 주변의 관광지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지역홍보와 수익 창출의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냐를 명확히 정하고, 각 경우에 맞는 정비와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활성화 성공의 핵심이 될 것이다.
△진상면 ‘백학문화복지센터’는 광양읍 중심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평탄한 지형에 건립된 시설물로서, 주변에 다양한 소규모 시설들이 밀집되어 있다. 즉 전형적인 농촌 중심지(Downtown)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중심부 주민과 근거리 배후 마을 거주 주민이 함께 이용하기 좋은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복지·보건·의료 또는 문화·교육 서비스 제공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시설물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된다. 즉 다목적 강당, 체력단련장, 공동작업장, 북카페, 문화강좌실, 세미나실 등을 갖춰, 지역민들의 여가생활과 복지증진 그리고 역량개발을 위한 거점(Hub)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정비하고, 관련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옥곡면 ‘옥구슬건강문화센터’는 남해고속도로 옥곡IC 부근에 위치해 다른 지역에서의 접근이 편리한 특징이 있다. 또한 시설물 주변에 다양한 용도의 건축물과 옥곡시장(5일장) 등이 위치해, 산간 지역의 배후 마을에서 중심지를 방문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편리한 입지에 놓여 있다. 따라서 배후 마을 주민들과 더불어 일상생활에 필요한 복지·보건·의료 또는 문화·교육 서비스 제공의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한편으로 시골 장터의 특성을 살려 ‘농촌 체험’이나 ‘그린 투어리즘’의 전진기지로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옥룡면 ‘교육문화복지센터’는 위의 다른 사업 대상지들과 달리 광양 시내에서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 중심부에 위치하는 시설이다. 그리고 주변 산간부에는 많은 배후 마을이 포진해 있는 것이 특징으로서,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산간 배후 마을의 열악한 거주환경 및 생활 서비스 부재를 마을 중심부에서 자체적·독립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소규모 다기능’ 시설로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농촌중심지 이용이 편리하도록 보행환경을 개선하며, 복지·보건·의료 또는 문화·교육 서비스 제공 시스템을 빈틈없이 종합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옥룡면사무소 일대에 기본적인 문화시설, 지역민 역량 강화 센터, 만남의 공간, 동네 목욕탕 등을 충실하게 정비해 나간다면 시설 이용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물·장·사·통” 해결 방안 제안
농촌 거점시설 활성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크 포인트로 ‘인(人), 물(物), 장(場), 사(事), 통(通)’ 다섯 가지 개념을 제안한다.
문제의 현상을 단순하게 파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다양한 참여자), 물자(도구·자원), 장소(공간·시설), 사업(프로그램·이벤트), 소통(대화.피드백)의 각 항목에 대해 구체성과 상호 연계성을 점검하며, 시간적 지속성을 고려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 항목만 해도, 운영 주체와 이용 주체가 일반 주민인지 공무원인지, 중심지 주민인지 배후 마을 주민인지, 단기 이용자인지 장기 이용자인지에 따라 운영 방식과 이용 행태가 달라진다. 따라서 적재적소에 맞는 인력을 배치하고, 업무 능력과 윤리성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미 건립된 공공시설의 활성화 관점에서는 주민들이 필요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이용 가능한지, 시설 운영자가 주민과 원활히 소통하며 요구사항과 불편 사항을 개선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가능한 한 일부 관이나 활동가만의 주도가 아닌 공동체 협의·합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 간 연결과 경험 시스템 축적을 해야 한다. 즉 성공의 핵심은 물리적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며, 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반 마련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주민 참여와 주체적 활동, 주민 간 소통과 협업, 합리적 의사결정, 적극적 실행과 성찰, 변화와 성장 과정의 주기적 점검, 그리고 단계적·지속적 정부 지원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