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내 그림의 시작이었어요”
광양 서양화가 손혜순 작가, 여섯 번째 개인전 ‘Love & Soul’ 광양시의회 1층 시민쉼터 전시 ‘제3회 앙데팡당KOREA展’ 최우수상 수상
광양지역 서양화가 손혜순(59) 작가가 11월 3일부터 28일까지 광양시의회 1층 시민쉼터에서 여섯 번째 개인전 ‘Love & Soul’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사랑과 영혼의 교감을 주제로 총 15점의 신작을 선보이며, 대표작인 ‘Soulmate#14’, ‘비밀의 정원’, 그리고 작가의 애정을 담은 ‘결혼기념일’ 등이 포함됐다.
핑크빛 장미를 든 여인의 옆모습을 그린 ‘결혼기념일’은 얼굴이 드러나지 않아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Soulmate#12’는 사람과 반려동물의 영혼적 교감을 표현했으며, ‘광양예술인 베트남 호이안 특별전’ 참여 당시 현지를 방문해 직접 창작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됐다.
손혜순 작가는 “그림을 마주한 사람이 자신만의 감정과 기억으로 해석하길 바랐다”며 “‘결혼기념일’은 여인의 표정을 감춤으로써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남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공모전보다 ‘나만의 그림’을
손혜순 작가는 2021년 서울에서 열린 ‘제3회 앙데팡당KOREA展’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수상 이후 공모전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던 시기, 우연히 출품했는데 큰 상을 받았다”며 “그러나 공모전의 틀 안에서는 늘 정답에 맞추려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며 “이제는 평가보다 내 안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그림은 외로움을 견디는 기록이자 관람객과 나누는 대화”라며 “누군가 내 그림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일 때, 그제야 작품이 완성되는 기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외로움을 예술로, 삶을 위로로
손혜순 작가에게 그림은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이자 삶을 채워주는 힘이다. 아이들이 성장해 집을 떠나고, 남편이 출근한 뒤 찾아오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 그는 붓을 들었다.
손 작가는 “아이들이 다 커서 집을 떠나고, 남편이 출근하면 종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그때 그림을 그리다 보면 외로움이 어느새 색이 되고, 선이 된다. 그렇게 쌓인 하루의 외로움이 한 점의 그림이 되고, 그 그림이 다시 내 삶의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혼자와 마주하는 시간이지만, 동시에 나를 다독이는 순간이기도 하다”며 “남편의 응원 덕분에 물감 하나, 캔버스 하나에도 망설이지 않고 마음껏 몰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예술로 지역과 소통하다
손혜순 작가는 작품 활동과 더불어 예술을 통한 지역 나눔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다.
광양여성작가회 회원으로서 매월 금호동 햇빛마을주간보호센터를 찾아 장애인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 등 미술 봉사활동을 3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중마동 무등파크터널 타일 벽화에 작품을 제공하는 등 공공미술을 통한 문화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손 작가에게 예술은 단순한 창작을 넘어, 사람과 공간을 잇는 소통의 매개다. 그의 전시는 이러한 ‘나눔의 예술’을 실천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손혜순 작가는 “시의회 쉼터에서 3년째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며 “생활 속에서 시민 누구나 자연스럽게 예술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을 보기 위해 일부러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작품을 마주하며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예술의 또 다른 의미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간을 제공해 준 시의회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전시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며 “언젠가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 초대전을 열어, 내가 사랑하는 이 지역 사람들과 예술로 소통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