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송전선로 4개 추가 건설에 광양 ‘격앙’

2025-11-23     이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명분으로 광양시에 4개의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1일 광양읍사무소에서 열린 한전 송전선로 건설사업 광양읍 이장 설명회에는 광양읍 이장 7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건설지사는 제10‧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광양·순천 지역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비해 송전선로 과부하가 예상된다며,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송전선로 신설 및 계통 보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전이 제시한 사업 계획은 △154kv광양~세풍(2033년 10월 ㅁ준공 목표) △154kv 순천#2~세풍(2033년 10월) △345kv 신강진~광양(2030년 12월) △345kv 광양~신장수(2032년 12월) 등 총 4개 구간이다. 신강진~광양 구간은 기존 선로 폐쇄 후 추가 선로 설치 방식이며, 나머지 3개 구간은 신규 선로 추가 건설이 예정돼 있다. 향후 선로 통과 지역은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확정될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사업 내용은 세부 자료 없이 구두 설명에 그쳤고, 선로 지중화 여부·통과 노선 등 핵심 쟁점은 모두 미정인 상태로 진행돼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한 참석자는 “전문가가 아닌 주민에게 구두 설명만 듣고 이해하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음 이장회의 전까지 오늘 설명 내용을 팸플릿이나 안내 자료로 정리해 배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다음 설명회에서는 지중화 여부 등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외국 사례를 봐도 한전이 어느 정도 비용을 감수하며 지중화를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정작 송전선이 지나가는 마을의 주민에게는 참석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며 “당사자를 배제한 설명회를 진행한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 이장들은 내용도 모른 채 참석했다. 이장 회의를 대체해 불러놓은 것인데, 사실상 이장들을 농락하는 방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는 이미 누적된 송전 인프라로 인한 고통을 성토하는 의견도 이어졌다.
한 주민은 “우리 마을 위로 이미 대형 철탑 42기가 지나간다. 지붕 바로 위를 관통하는 수준”이라며 “여기에 더 많은 철탑을 추가하겠다는 건 주민 보고 버티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차라리 변전소·발전소 권역처럼 특별재난구역을 지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지금은 사업 편의만 앞세워 농민의 삶을 잠식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농사를 이어갈 의지 자체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변전소 인근은 개발도, 매매도, 발전도 불가능한 지역이 됐다. 보상도 체감되지 않는다”며 “설비 충격음 때문에 밤잠을 못 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영향으로 암까지 얻어 세상을 떠난 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하며 “변전소 추가 설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용역사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는 전체 계획을 안내하기 위한 목적이며, 가공 방식·지중화 여부·노선 경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설명 자료가 충분하지 못했던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광양변전소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 향후 검토 과정에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한전과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