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향’ 카페 - 검고 쓴 커피의 반전?

매화 가득 피었다. 매화축제에 맞춰 봄나들이 나선 발걸음 서운하지 않도록 매화마을은 물론마을마다 하얗게 꽃바람 출렁인다.

올해는 날씨가 제대로 한 몫 해줬어매년 매화 피는 시기를 가늠하느라 하루하루 기온을 살펴가며 애간장을 태우던 축제 관계자들은 한시름을 놨다.

꽃 사태라 하였던가? 바야흐로 봄바람 꽃바람의 시절에 가장 유유자적한 일이란 꽃길을 달리는 일.

꽃길 드라이브의 최고 인기 코스는 단연 섬진강이라 할 수 있다.

다압면은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마을이 이어져 상쾌한 강바람을 맞으며 봄기운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다압면 섬진마을에서 강 상류로 2km 가량 달리다 보면 제방 옆 아담한 2층 건물 하늘향을 만나게 된다.

하늘향은 귀농 2년차 김종훈 박지은씨 부부가 농촌체험프로그램 운영과 농식품 가공, 커피를 비롯한 농특산품 판매를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오픈한 커피전문점을 겸한 판매장이다.

다압중학교가 있는 다사마을과 소학정’ ‘용무정마을 앞 넓은 들은 일찍이 배 농사를 시작했던 곳으로, 발코니에 앉아 창밖을 보면 물빠짐 좋은 모래땅에 널따랗게 배나무와 매실나무가 아치형으로 꽃 터널을 연출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새내기 농군 김종훈 대표는 16년 동안 건설업에 종사하며 청춘을 보냈다.

부모님이 먼저 다압에 들어와 건강원을 운영하며 정착하셨죠. 주말이면 부모님 댁을 찾으며 자연스럽게 깨끗한 섬진강과 아름다운 자연에 빠져 들었습니다

직장생활을 접고 가족농업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결정,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6차 산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가족들은 1차 농산물 판매로는 수입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판단하고 수익 다변화를 위해 농장을 적극 활용한 농촌체험프로그램을 계절별로 운영하는 한편 하늘향 카페를 열어 생산 농산물 홍보와 판매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페를 들어서면 울금가루, 돼지감자, 여주, 우엉 등 가족들이 직접 가꿔 판매하는 농산물과 전통방식으로 만든 된장 고추장은 물론이며 은은한 커피 향을 풍겨내는 원두가 눈길을 끈다.

직장인 시절부터 나름 커피 애호가였던 김 대표는 귀농 결심 후 바리스타 교육을 본격적으로 받았다. 1년여 동안 전문 교육을 듣고 이름난 커피 전문집을 돌며 생두별 특성에 따른 로스팅과 다양한 추출 방법을 전문가 수준으로 익히며 창업을 꼼꼼하게 준비했다.

하늘향이 문을 열기 전까지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섬진강 드라이브는 갈증과 욕구불만을 인내해야 하는 길.

가장 먼저 커피를 찾은 이들은 가까운 주민이었다. 특히 은은한 맛과 향을 가지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더치커피는 커피를 즐겨하지 않던 이들에게도 부드러운 맛으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부러 커피를 마시러 오는 단골 층도 생겨나고 입소문을 타고 먼 길을 달려오는 손님도 꾸준하게 늘고 있다.

길가다 만나는 그렇고 그런 커피숍이란 예측은 절대 사절. 하늘향은 케냐AA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콜롬비아 라오스등 최상급 생두를 구입하여 까다로운 불량콩 선별 작업을 거친 후 직접 로스팅을 하기 때문에 신맛과 고소한맛 등 커피 종류별 본연의 맛과 향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다.

한적한 마을을 지나다 커피 본연의 맛을 선물하는 전문가를 만나는 것은 시골 허름한 식당에서 진수성찬을 대접받는 기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늘향에서 맛보는 커피라면 단맛 산미 신맛 쓴맛 짠맛과일향 견과류 고무 냄새 꽃향기 나무 냄새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맛과 향을 경험할 수 있을 듯하다.

김 대표는 넉넉한 햇살이 키워낸 신선한 재료에 정성을 담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착한 가격으로 생산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커피에 관심 있는 이웃들을 위해 재능기부 커피교실을 열고 주민이 소통하는 문화공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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