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尋牛圖심우도황소 한 마리가 외양간을 꽉 채우고 엎드려 있는 것만큼 마음 든든한 광경도 없을 겁니다. 그날 밤 따라 검둥이란 놈이 유난히도 짖어댔습니다. 한 십년 먹인 수캐였는데 매우 영리해서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들었지요. 한가지, 이 검둥이란 놈에겐 기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놈의 잠자리였는데요, 마루 밑에 마련해준 제 잠자리는 거들떠도 아니 보고 늘 외양간에 가서 잤습니다. 엎딘 소의 옆구리께에 턱하니 기대어 짚북더기에 코를 박고 잤는데요 그날은 동네 암캐라도 쫓다 온 것인지 밤 이슥한 시간에 그토록 떠나 갈 듯 짖어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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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5.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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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만에서 - 송수권 作기억하라 이 땅에는네 자손의 죽음의 때가 온다태양을 머금은 롬바르디 대평원의 저 바다에 뜨는 아침노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며저 밭고랑에 씨앗을 품고 천둥과 벼락소낙비의 싱싱한 밤을 이야기하던그 기다림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독한 한 방울의 위스키에백인에게 말을 내주고 여편네를 내주고마구간에 목을 메어 죽어가던 인디언처럼네 곳간에는 악의 씨앗들로 가득 넘치리라황혼에 낙조가 지고황금 부챗살로 갈라지는 바다갈매기들도 지금은 인디언을 홀리던유리알 구슬 같은 보상금을 따라 어디로 흘러갔나기름배가 뜨고 보이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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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5.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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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창조물인 나는 좋은 습관의 노예가 되리.그리하여 자기 모습을 지키고 생명이 있는 한 웃으며미래를 향하여 투쟁하리.생각하리라, 수 천 톤의 바위를 녹여 한 덩어리의 금을 얻는다는 것을.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찰라에 지나지 않으리니가치 있는 일을 평화로움이 깃든 바탕 위에서 이루어 나가야만 하리.먼저 사랑을 베푸는 자만이 오래 산다하였으니,끈기와 인내가 승리의 가장 중요한 비결이고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만 나오는- Garbage in, garbage out- 기계적인 세상에서홀로도 수 천 톤의 바위를 녹여야만하리.사랑하리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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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5.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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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숲 조용미가끔 옥룡사터 동백숲 헤매는 꿈을 꾼다손에 얹어 온 동백잎을 들여다 본다나는 자주 나뭇잎이나 꽃잎 한 장에서내 운명을 읽어내려는 버릇이 있는 사람,옥룡사터에는 탑도 부도비도 깨어진 부처도 없다다만 수천 그루 동백이탑과 부도비를 대신해 백계산을 뒤덮고 있을 뿐동백 보려면 옥룡사를 찾지 마라 도선을 불러내지도 마라심장을 꺼내어 보면 된다나는 동백잎에 이 말을 새겨두고 내려왔다동백숲은 어둡고 붉고 소란하다벌들 잉잉거린다바람은 붉은 꽃잎 갈피마다 깊숙이 스며든다심장 위에 누가 동백의 목을 부러뜨려 놓았다동백숲의 한가운데는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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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5.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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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마종기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가끔 쓸쓸해집니다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흐르면서 또 흐르면서,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생전에 맺혀있던 여한도 씻어내고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한 개씩 씻어내다보면,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정말로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당신은 그 물 속에당신을 비춰 보여 주세요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나는 허황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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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4.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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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아직 따뜻하다 이상국흐르는 물이 무얼 알랴어성천이 큰 산 그림자 싣고제 목소리 따라 양양 가는 길부소치 다리 건너 함석집 기둥에흰 문패 하나 눈물처럼 매달렸다나무 이파리 같은 그리움을 덮고입동 하늘의 별이 묵어갔을까방구들마다 그림자처럼 희미하게어둠을 입은 사람들 어른거리고이 집 어른 세상 출입하던 갓이비료포대 속에 들어 바람벽 높이 걸렸다저 만리 물길 따라해마다 연어들 돌아오는데흐르는 물에 혼은 실어보내고 몸만 남아사진액자 속 일가붙이들 데리고아직 따뜻한 집어느 시절엔들 슬픔이 없으랴만늙은 가을볕 아래오래된 삶도 짚가리처럼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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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4.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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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학 노향림우리 아파트 바로 위층엔 신혼부부가 세 들어 삽니다.원양어선을 타고 결혼식 다음 날 떠난 신랑을 기다리는그녀는 매일 종이학을 날립니다한두 마리 날아오르다가 수십 마리가 우리집 베란다에떨어져 죽습니다. 그중 몇 마리는 아직허공을 날고 있습니다날개 없는 학을 무엇이 날려주는지 모른 채나도 마주 손 흔들어 줍니다어느덧 그녀의 하늘에서 나는 흔들립니다종이학이 날아올 때마다 덜컹대는 창문,새로 돋는 아이비 덩굴손도 흔들립니다허물린 담장 위엔 이승의 보이지 않는새파란 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매캐한 하늘 속 홀로 있어도그리움 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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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4.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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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묘지 조정권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얼음처럼 빛나고,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사이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산정山頂은얼음을 그대로 뒤집어 쓴 채빛을 받들고 있다. 만일 내 영혼이 천상(天上)의 누각을 꿈꾸어 왔다면나는 신이 거주하는 저 천상天上의 일각一角을 그리워하리.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저 아래 흐르는 것은 이제부터 결빙하는 것이 아니라차라리 침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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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4.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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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김광섭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봄은 멀다먼저 든 햇빛에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집 사이에 쌓인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사람들이 그 이야기를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모든 거리가 풀리면서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나무는 나무로꽃은 꽃으로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사랑은 사람에게로산은 산으로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 그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꽃은 짧은 가을 해에어디쯤 갔다가노루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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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3.0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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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의 서울 최승호하루에도 너댓번씩 전화가 온다그는 늘 말이 없다나의 목소리를 듣기만 한다그는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 같은데나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자신을 숨은 신이라 생각하는 정신병자? 밤중에도 새벽에도 전화가 온다 그녀인지도 모르겠다 내 애를 낳았다고 주장하던 결혼 전 그 거머리 여자는 아닌지 집으로도 사무실로도 전화가 온다 저쪽은 늘 말이 없다 내가 있는지 없는지 듣기만 한다 혹시 나를 뒷조사해 컴퓨터로 읽고 있는 전지전능한 형사는 아닌지 나는 불안에 끄달리기 시작한다 저쪽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모든 전화기들이 복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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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2.2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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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오탁번눈을 밟으면 귀가 맑게 트인다.나뭇가지마다 순은의 손끝으로 빛나는눈 내린 숲길에 멈추어 선겨울 아침의 행인들.원시림이 매몰될 때 땅이 꺼지는 소리,천 년 동안 땅에 묻혀딴딴한 석탄으로 변모하는 소리,캄캄한 시간 바깥에 숨어 있다가발굴돼 건강한 탄부의 손으로화차에 던져지는,원시림 아아 원시림그 아득한 세계의 운반 소리.이층방 스토브 안에서 꽃불 일구며 타던딴딴하고 강경한 석탄의 발언.연통을 빠져나간 뜨거운 기운은겨울 저녁의무변한 세계 끝으로 불리어 가은빛 날개의 작은 새,작디작은 새가 돼나뭇가지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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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2.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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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동백숲길에서 고재종누이야, 네 초롱한 말처럼네 딛는 발자국마다에시방 동백꽃 송이송이 벙그는가시린 바람에 네 볼은이미 붉어 있구나.누이야, 내 죄 깊은 생각으로내 딛는 발자국마다엔동백꽃 모감모감 통째로 지는가.검푸르게 얼어붙은 동백잎은시방 날 쇠리쇠리 후리는구나.누이야, 앞바다는 해종일해조음으로 울어대고그러나 마음속 서러운 것을지상의 어떤 꽃부리와도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너인가.그리하여 동박새는동박새 소리로 울어대고그러나 어리석게도 애진 마음을바람으로든 은물결로든그예 씻어 보겠다는 나인가.이윽고 저렇게 저렇게절에선 저녁종을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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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2.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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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서 내려오다 이기철고견사古見寺 운상선원雲上禪院은 꽃으로 덮여 있다들과 산을 제 색깔과 향기로 채우는 일을풀과 꽃 아니면 누가 할 것인가사람 대신 꽃 이름 불러보고 싶어예고 없이 산에 드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 이 누구인가달력의 5월은 아직 산중까지 오지 않아물소리가 골짜기를 여는 데 아침나절이 걸린다철쭉 지고 나니 설상화가 잎을 내밀어덩달아 피는 꽃이 산을 무등 태운다굴참나무 곁에서 바라보면 산이 꽃 향기에 실려구름보다 가볍게 산 아래로 떠내려가는 것이 보인다꿩비름 노루발톱풀, 숨겨놓은 햇살이 솔그늘을 재운다누가 이름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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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1.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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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꽃 -박영근에게 도종환모과꽃 진 뒤 밤새 비가 내려꽃은 희미한 분홍으로만 남아 있다사랑하는 이를 돌려보내고 난 뒤의 감당이 안되는막막함을 안은 채 너는 홀연히 나를 찾아왔었다민물생선을 끓어 앞에 놓고노동으로도 살 수 없고 시로도 살 수 없는 세상의신산함을 짚어가는 네 이야기 한쪽의그늘을 나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늘 현역으로 살아야 하는 고단함을 툭툭 뱉으며너는 순간순간 늙어가고 있었다허름한 식당 밖으로는 삼월인데도 함박눈이 쏟아져몇군데 술자리를 더 돌다가너는 기어코 꾸역꾸역 울음을 쏟아놓았다그 밤 오래 우는 네 어깨를 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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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1.1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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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밥그릇 하나 김기택동그랗게 허기를 말아 앞발에 턱을 괴고개는 졸린 눈으로 누워 있다 그르렁거리던 허기도편한 자세에 취해 한껏 늘어져 있다졸린 눈을 찌르는 한 줄기 가는 빛개밥이 채워져 있는 동안 가려져 있던 그릇 하나허겁지겁 허기를 채우는 동안 보이지 않던 그릇 하나그 깊은 빈 공간이 차갑게 빛을 내고 있다개는 위장 속에서 쉬고 있던 신음을 꺼내어나직하게 으르렁거리며 그릇의 빈 깊이를 노려본다허기의 힘이 게으른 다리를 일어나게 한다개는 한 차례 크게 짖어본다그릇 속의 빈 공간은 움직이지 않는다위협적으로 여러 차례 계속 짖어본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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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2022.01.10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