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 ‘편견’ 속에 갇히다

광양지역 학교 밖 청소년’ 110여명
기존 교육과정 벗어나 다른 길 찾으려는 학생 늘어

학교 밖 청소년은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로,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이후 초··고등학교 학업중단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으며 복귀율은 초등학교 80%, 중학교 50%, 고등학교는 18%에 이른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교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82%의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광양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찾아 학교 밖에 놓인 아이들의 발자국을 조심스레 따라가 보았다.

광양시 학교 밖 청소년의 현주소.

2015년 기준 광양시 학교 밖 청소년 현황은 초등학생 31, 중학생 21, 고등학생(자퇴 및 퇴학) 61명으로 총 113명에 이른다. 주로 교육청과 보호관찰을 통해 청소년상담센터로 연계된 학생들이다. 센터에서 지속적으로 발굴을 하고 있지만 공적기관을 떠난 아이들의 행적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라 매년 1-2명 정도만 발견될 뿐이다. 특히 의무교육인 초·중학교는 자퇴나 퇴학 제도가 없어 학업중단 사유를 면제·유예로만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유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다.

학교 밖은 차가운 시선으로 가득 차 있다.

흔히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문제 학생이라는 인식이 많다. 학생이 왜 학교를 떠나야 했는지에 대해 관심 갖기보다는 현재의 모습만 보고 문제아라고 못을 박는다. 한편으론 낙오자라는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단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책가방을 메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은 무언의 질타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보다는 그 원인과 과정에 눈길을 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청소년들의 행로도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4~5년 전엔 학교 밖 청소년 가운데 비행청소년 비율이 높았지만 현재는 유학생활, 꿈의 실현 등 개인적인 비전을 위해 학교 밖으로 걸어 나오는 학생들이 많다. 조기유학, 홈스쿨링 문화가 발달하면서 기존의 교육과정을 벗어나 다른 길을 찾으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검정고시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도 하고, 적성에 맞는 수업을 들으며 꿈을 키워나간다. 또한 센터에서 지원하는 직업교육을 통해 취업전선에 좀 더 일찍 뛰어들기도 한다.

아이들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이지만 그 대가는 너무 가혹하게 돌아왔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등하교 시간에는 거리로 나가지 않는 습관이 생기고, 낮에 활동하는 것을 꺼려하게 됐다. 주변에서 하나같이 물어보는 너는 왜 학교를 안 다니냐는 화살 같은 질문에 수없이 상처 받았다. 버스를 타면 학생증이 없다는 이유로 어른 요금을 내야하는 때도 부지기수다. 거리엔 온통 부정적인 시선들뿐이니 아이들은 점점 더 집 안으로, 보이지 않는 그늘로 숨어들게 되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잃어버린 아이들은 어른들의 시선에 더 위축되고 작아져갔다.

아이들은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을 뿐, 바라보는 고지는 또래아이들과 똑같다. 좋은 꿈을 꾸고, 차근차근 이루어나가는 것. 하지만 어른들의 편견이 돌부리가 되어 아이들의 용기어린 발걸음을 붙잡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가 함께 일어서려는 곳, 광양시 청소년복지상담센터

꿈을 찾으려는 아이들의 모습은 같은 센터에 있는 다른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가정폭력, 무관심, 대화 부족 등 건전하지 못한 가정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은 주로 위축돼 있어 소극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주변 친구들이 열심히 꿈을 찾아가는 모습들을 보며 조금씩 삶의 의욕을 되찾아 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아이들은 센터의 프로그램들을 주변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직접 센터에 데려오기도 한다. 서로의 손을 잡고 뒤쳐지지 않도록 함께 걸어가려는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이곳에서 대한민국 교육과정에서 찾을 수 없던 함께라는 의미를 발견한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아이들은 존중 받아야 할 인격체

청소년복지상담센터 강혜인 상담교사는 저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작은 예수라고 생각하며 내가 섬겨야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모든 아이들은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이곳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좋은 시선과, 칭찬의 말 한마디뿐이다. 학교에 안 다닌다고 해서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공간이라는 자체에 없는 것뿐, 꿈과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건 똑같다고 조언했다.

정정숙 상담교사는 같은 또래아이를 자식으로 둔 엄마로서 항상 아이들을 따뜻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개 꿈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취약한 가정환경에 놓여 이곳을 찾은 학생들은 꿈에 대한 용기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다. 그 아이들에게 같이 꿈을 찾아보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도와줄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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