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앞 가로막은 콩밭, 식당운영 치명적 피해

땅주인 내 땅의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
개인 간의 갈등일 뿐 시가 관여할 의무 없어

광양시민신문은 2015921, 지령 197호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더니제하의 기사를 통해 용궁횟집 앞을 가로막은 콩밭에 대해 다뤘었다.

그로부터 8개월가량이 지나 그곳을 다시 찾았다. 그러나 콩밭이 사라지기는커녕 한 줄이 더 늘어나 있는 게 아닌가.

그나마 차량 통행이 가능했던 앞마당은 이제 콩밭으로 뒤덮여 사람 한두명도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버렸다. 횟집 주인의 얼굴은 삶의 활력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늘져 있었다. 대체 무엇이 그를 고통으로 몰아넣었을까. 아스팔트 갓길 위에 콩이 자라야만 했던 그 이유에 대해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분쟁의 씨앗, 도로폐지

현재 콩밭으로 변한 토지는 원래 전남도가 관리하는 지방도로에 속해있었다. 당시 전남도는 땅을 매입하려고 수차례 시도했으나 주인과 협상이 실패하면서 5년마다 800만원의 도로사용료를 지불하며 이용해왔다. 문제는 전남도가 도로확장공사를 실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도로가 확장되면서 해당 토지는 지방도로에서 폐지되었고 광양시 관할로 넘어오게 되었다. 도로가 폐지되고, 사용료 지급이 정지되자 그 자리에는 콩이 자라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렇게 매정할 수가

지난 17, 용궁횟집을 찾았다. 횟집 주인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용접을 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분이 치밀어 올라 일부러 다른 일을 하고 다닌다는 것. 그는 갓 싹이 자라고 있는 콩밭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밭이 한 줄만 있었는데 시에서 안 사주니까 입구까지 밭을 늘려 아예 차가 지나다니지도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콩밭 때문에 손님이 줄어들어 매출도 많이 떨어졌다. 주차할 공간이 없으니 손님이 아예 들어오지를 않는 것. 더 큰 문제는 고기 차, 가스 차, 술 차 등 가게 운영에 필수적인 차량마저도 들어서지 못하고 있어 멀리서 물건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럴 때마다 너무 미안해 고개를 들지 못한다고 한다.

그가 땅을 직접 매입할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땅주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 쪽에서 평당 200만원을 요구했다. 갓길이 40평이니 다 사려면 8000만원이 드는 셈이다. 내가 그 돈이 어디 있겠나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게 되자 그는 광양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광양시와 땅주인 간의 협상 역시 이뤄지지 않았고 콩밭은 여전히 도로 옆에서 자라고 있다.

평당 200만원은 터무니 없는 가격

광양시는 용궁횟집의 사정은 딱하지만 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땅주인이 제시한 평당 200만원은 공시지가를 훨씬 넘어서는 금액으로 예산 편성 자체가 힘들다는 것.

평당 200만원은 진월 어딜 가도 없는 허무맹랑한 가격이다. 중마동 시내중심가라면 모를까 갓길을 그 가격에 살 수는 없다

광양시에 따르면 용궁횟집처럼 사적인 이익이 관여된 땅들이 광양에 수없이 많다고 한다. 그런 요구들을 일일이 다 받아줄 수 없는 것이 시의 입장. 용궁횟집의 사정을 생각해 비싼 가격에 매입한다면 그것은 곧 행정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광양시는 도로계획이 세워진다면 예산을 편성해 감정 평가를 통해 매입을 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계획이 없으며, 매입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결국은 개인 간의 싸움이다. 시는 관여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된다. 협의를 통해 길을 터 주던지 적당한 가격으로 땅을 팔던지, 서로 자구적인 노력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

내 땅의 당연한 권리를 요구할 뿐

지난 20,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땅주인을 찾아갔다. 그는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와서 손가락질하고 이해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도 꺼내기 싫다는 것. 그는 24일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용궁횟집 측에서 소송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땅을 강제로 빼앗길 상황에 개탄하고 있었다.

해당 토지는 50년 가까이 그의 소유였다.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땅이었으며 전남도가 도로를 개설하면서 토지사용료를 지불해왔다. 그러나 도로가 폐지되면서 그의 땅은 농작물도 심을 수 없는 쓸모없는 갓길이 돼 버렸고, 그는 소송을 통해 도로를 전답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토지는 전남도의 손을 떠나 광양시 관할로 넘어오게 됐다. 그에게 다달이 들어오던 도료사용료도 지급이 끊겼다.

그는 도로가 폐지됨에 따라 전부터 동생사이로 알고 지내던 용궁횟집 주인을 찾아갔다.

도로가 폐지됐으니 당신이 임대료를 조금씩 주고 사용하라고 말했다. 당시 그쪽에선 생각해보겠다고 3개월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설마 남의 가게 마당을 막겠냐며 사지 말라고 언지를 줬나보다. 때가 되니 갑자기 땅을 사지 않겠다고 버티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갓길 도로를 밭으로 일구기 시작했다. 도로로 놔두면 아무도 사가지 않지만, 전답으로 만들면 사갈 사람이 생길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평당 200만원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그는 그런 말 한 적도 없고 시에서 땅을 사겠다고 나선 적도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용궁횟집 측에서 농기구를 들고 몸싸움을 벌여 머리 뒤쪽이 찢어진 것. 그 일로 인해 용궁횟집은 치료비는 물론 공탁금 500만원을 내고 집행유에 3년을 선고받았다. 땅주인은 그렇게 쓸 돈으로 차라리 그 땅을 사버렸으면 애초에 문제도 없었을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결국은 개인과 개인 문제다. 만약 공익성이 있는 땅이라면,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면 양보할 의향이 있지만 단지 개인 장사를 위해 땅을 내주고 싶지는 않다. 결국 필요한 사람이 사가게 될 것그는 이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했다.

법의 울타리에 갇힌 콩밭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지만, 때론 그 법이 무기가 되기도 한다. 법의 울타리를 이용해 과도한 권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며 특히 토지 분야에서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진월 망덕의 용궁횟집 앞 콩밭 역시 법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 땅주인은 개인 소유 토지의 권리를 행사할 뿐이고, 팔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시 역시, 개인 토지 문제에 직접 관여해 해결해줄 의무도 없다.

그 어떤 것도 법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용궁횟집은 그렇게 버려졌다. 그를 지켜줄 법률도 없고, 그의 편을 들어줄 사람 역시 없다. 매출하락과 가족의 고통은 개인의 문제로 오롯이 남겨졌고, 용궁횟집은 입구도 막히고 마음의 문도 막히고 희망마저 막히고 말았다.

결국 용궁횟집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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