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단속 건수 줄지만 민원은 더 늘어

市 “처벌보다는 계도 통해 시민 갈등 최소화”
시민 “안전 위협하는 불법주정차 강력 근절해야


▲ 불법주정차 차량 때문에 시야가 가로막혀 건너편 차도 상황을 알 수 없다.
아침 8시 30분, 출근을 위해 중동로를 나서는 김모 씨는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대로로 나서는 삼거리 도로가에 늘어서 있는 불법주정차 차량들 때문. 특히 내리막 경사가 있어 대로의 차량들은 제법 속도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양쪽에 주차된 차량들이 시야를 막으면서 반대차로까지 차를 내밀어야 하는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차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주행차량이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부딪힐 뻔한 상황도 부지기수. 그 때문에 클락션 세례도 수차례 받은 김모 씨는 그저 억울하기만 하다.

김모 씨는“ 단 하루도 도로가 비어있던 적이 없다. 이러다 사고라도 날까 무섭다”면서“ 불법주정차 표지판 앞에 뻔히 차를 대고 있는데도 시는 단속을 왜 하지 않는지 답답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단속 건수는 해마다 줄어드는데, 실상은?

광양시 불법주정차 단속 실적을 살펴보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알수 있다.
2013년도에는 2만3198건이었던 적발 건수가 2014년도에는 24%가 줄어 1만7548건을 기록했고, 2015년도에는 32%가 줄어 1만1786건을 기록했다. 무려 2년 전보다 절반가까이 적발 건수가 감소한 것이다.

고정식 카메라 단속 실적도 2013년도에 1만1650건이었던 것에 비해 2015년은 50%나 감소해 5720건을 기록했다.

이동식 차량 단속 실적은 2013년도에 1만1548건이었던 것에 비해 2015년은 47%가 감소해 6066건이라는 준수한 성과를 거뒀다.

실적 통계만 보면 광양시는 그 어떤 도시보다 불법주정차 근절을 성공적으로 해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번잡한 시내는 물론이고 원룸 단지, 아파트 상가 앞은 여전히 불법주정차 차량들로 득실거려 시민의 안전을 수시로 위협하고 있다.게다가 단속 건수는 줄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교통관련 민원은 더 늘어났다.

2014년에는 229건에 머물렀던 민원이 2015년에는 25%가 증가해 287건을 기록했다.
실적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불만이 더 늘어났다는 것은, 결국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일 뿐이다.

▲ 텅 빈‘광양시 피견인 차량보관소'
견인차는 오늘도 한가하다

광양시는 매일 불법주정차 차량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2대의 단속차량이 읍과 중마동 일대를 순환하며 방송을 통해 계도를 하는 것. 단속 지역을 한 바퀴 돌려면 약 20분의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차량이 이동하지 않으면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최후의 수단으로 견인을 실시하고 있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그러나 연도별 견인 통계를 보면 그 실적이 터무니없이 저조하다. 2014년도 견인 건수는 114건이었으며, 2015년도는 17%가 감소해 94건의 실적을 기록했다.
결국 작년 한 해 견인차는 3일에 한 대 꼴로 차를 견인한 것이다.

특히 광양시는 타 도시와는 다르게 견인 단속을 업체에 맡기지 않고 시 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시 예산을 들여 구입한 견인차가 3일에 한 번 겨우 시동을 걸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불법주정차 차량이 곳곳에 즐비한데도 견인차가 쉬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범칙금과 견인과 같은 강력한 규제는 시민들의 거친 항의를 불러일으킨다.‘ 잠깐 대 놨는데 눈깜빡할 사이에 가져갔다, 너희들이 뭔데 내 차를 가져 가냐’는 등 화를 내는 시민들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덧붙여“ 우리 시는 처벌·규제보다는 사전 계도 및 지도를 통해 불편을 해소하려 한다”며“ 단속보다는 개선하는 방향으로 시민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교차로 모퉁이 주정차는 특히 더 위험하다. 횡단보도까지 침범한 불법정차 차량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

현재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불법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사고가 났을 시, 주간에는 10%, 야간에는 20%의 과실 비율을 불법주정차 차주에게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원인 제공에 비해 과실 비율은 터무니 없이 낮은 실정이며, 결국 일반 차주들이 모든 위험과 사고 비용을 감당해야하는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법을 지키지 않는 시민들 때문에, 법을 준수하는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시에서는 불법주정차 근절을 위해 강력히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광양시는 차주와의 갈등과 악성 민원을 피하기 위해 강한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주정차 차주와의 갈등보다 시가 우선 시 해야 할 것은, 그로 인해 불편을 겪고 위험에 노출되는 일반 시민들의‘ 안전’이다.

당장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느슨한 규제와 봐주기식 행정으로 일관하는 것은 결국 불법주정차를 고질병으로 만드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결국 지금 광양시 도로에 필요한 것은 부드러운 말과 계도가 아닌, 단호한 규제와 강력한 처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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