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만권 화합 가족콘서트 대상 수상

상금 300만원 모교 장학금에 전액 기부
사제 간 소통과 화합이 가장 값진 수확

8회 광양만권 화합의 가족콘서트가 열린 지난 21, 광양여중 학생들의 맑은 목소리가 순천만정원을 가득 메웠다. 컴패션밴드의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노래에 맞춰 광양여중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지난 2달간 갈고 닦은 춤과 노래실력을 거침없이 뽐냈다.

후회 없는 공연을 마치고 대망의 수상자 발표 순간, 학생들은 귀를 의심했다. 다름 아닌 광양여중의 꿈꾸는 무지개 합창단이 대상에 호명된 것. 학생과 교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보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시작한 일이 이토록 값진 열매를 맺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광양여중꿈꾸는 무지개 합창단은 아주 작은 소망에서 시작됐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 행복해지는 일을 찾고자 한 것. 사제 간 소통을 위해 그들이 선택한 것은 노래였다.

김보배 음악교사를 중심으로 실력에 상관없이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물론 교직원들까지 총 25명의 단원을 모았다.

그들은 점심시간과 방과 후 시간을 쪼개어 가며 연습을 했다.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지면 재능기부 공연을 통해 봉사활동을 다닐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한 선생님이 광양만권 화합의 가족콘서트 소식을 전해왔다. 단원들은 처음에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목표가 생기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용기를 냈다. 비록 15명의 인원제한 때문에 일부 단원은 참여할 수 없어 아쉬워했지만, 서로 연습과정을 모니터링 해주며 보이지 않는 조력자가 돼줬다.

지도를 맡은 김보배 교사는 그중에서도 가장 열정적이었다.

특히 선곡된 컴패션밴드의 사랑하기 때문에는 난이도가 높아 곡을 바꾸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노래 가사가 사제가 함께 불렀을 때 가장 어울릴만한 곡이라 생각했던 김 교사는 강한 의지로 밀어붙였고, 결국 헌신적인 지도 아래 단원들은 곡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었다.

김 교사는 몸치, 음치 선생님도 많이 계셨는데, 매일 운동화를 챙겨와 제일 열심히 연습을 하셨다. 학생들도 몸이 굳어버린 40-50대 선생님을 위해 나서서 도와줬다며 사제 간의 깊은 정을 칭찬했다.

그 끝은 창대했다.

2달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드디어 대회 예선에 나가게 됐다. 학생과 교사들은 떨리는 마음을 서로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공연을 올렸고, 9개 팀만 올라갈 수 있는 본선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리고 고대하던 본선 경연 날. 무지개 합창단은 환상적인 하모니와 멋진 율동을 선보이며 순천만정원의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그 결과, 대상이라는 영예와 함께 300만원의 상금을 수여받았다.

김지수 학생은 예선 통과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대상은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동상 발표를 할 때 우리 이름을 부르지 않아서 조마조마 했는데, 은상마저 다른 팀이 가져가자 설마 하는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며 현장의 떨림을 생생히 전했다.

당시에는 되게 얼떨떨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났는데 집에 들어가서 잠자려고 누우니 그제야 실감이 나면서 눈물이 주룩 흘렀다고 고백했다.

대상 수상 소식은 학교에 순식간에 퍼졌고, 교무실 앞에는 당시 공연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온종일 전시됐다. 학생들은 영상을 보면서 서로 웃음꽃을 피웠다.

김상철 교사는 공연 동영상을 보며 학생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봤다대상 받은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것은 학교가 밝아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김정희 교사는 안무를 연습하고 노래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고 동료성과 사제 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학생과 교사가 함께 배우고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걸음 더

이번 대회를 통해 광양여중의 사제 간 관계는 한층 더 돈독해졌다.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말을 더 자주 걸게 됐고, 자연스러운 친밀감이 형성되며 학교 분위기는 훨씬 더 밝아졌다.

김지수 학생은 이 학교를 다닌다고 해서 모든 선생님을 알 수 없지만, 이번 과정을 통해 서로 알게 되고 반갑게 인사하면서 더 친해졌다합창 동아리를 처음 가입했는데 선생님들이 배려해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고, 안 친한 선생님들과 친해져서 좋았다고 수줍게 말했다.

박서담 교장은 우리 학교는 매우 행복한 학교라며 이번 기회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을 알게 돼 학생과 교사, 모두가 행복해지는 계기가 됐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전보다 더 소통이 잘 되고 가까워졌다며 뿌듯해했다.

좋은 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부상으로 받은 상금 300만원은 단원들 간의 협의를 통해 전액을 교내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된 장학금은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더나가 꿈꾸는 무지개 합창단단원들은 이번 대회에 그치지 않고 재능기부를 통해 순회공연을 다닐 계획이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봉사활동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더 많은 노래를 연습한다고 열심이다.

보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작은 일이 광양여중의 이름을 알리고 장학금 기부까지 하게 되는 큰 결실을 맺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는 소통과 화합이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수업으로도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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