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_ 39

해가 지는 저녁 무렵 노을은 붉은색으로 보이는데, 낮 시간의 하늘은 왜 파랗게 보일까요? 한 마디로 빛의 산란 때문입니다.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은 가시광선으로 국한돼 있는데, 빛은 대기층을 통과하며 가시광선 중에서 파장이 짧은 파란색 쪽이 붉은색 보다 많이 산란됩니다. 그래서 태양을 곧바로 바라보게 되는 저녁노을은 산란이 많이 된 파란색 쪽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므로 붉게 보이게 되고, 낮 시간의 하늘은 태양방향이 아니므로 주로 산란광을 보게 되어 파란색으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기 중에서는 왜 이렇게 산란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모든 물질은 원자핵과 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빛은 전자기장의 파동인 전자파입니다. 물질 입자에 전자기장이 걸리면 원자핵과 전자는 약간 움직입니다. 빛이 있는 곳에서는 전자기장이 진동하므로 물질 속의 음전하인 전자와 양전하인 원자핵이 진동하게 됩니다. 이렇게 진동하는 전하는 전자기장을 만들어내게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기장에 의해 원래의 전자기장(빛)이 영향을 받아 진행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이 현상을 빛의 산란이라고 합니다. 레일리의 이론에 따르면, 작은 입자가 빛을 산란하는 능력은 입자의 지름과 빛의 파장의 비(지름/파장)의 함수입니다. 입자의 지름이 빛의 파장에 비해 매우 작으면 산란의 강도는 파장의 네제곱에 반비례하고, 지름이 파장과 비슷하면 파장의 제곱에 반비례하며, 지름이 파장보다 훨씬 크면 파장에 관계 없이 같습니다.

이 레일리의 이론을 응용해 보겠습니다. 태양 빛이 우리에게 도착하려면 공기를 지나야 하는 데, 공기는 주로 질소와 산소 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 입자의 크기는 0.0001마이크로미터 정도이고, 가시광선 빛의 파장은 0.4마이크로미터(보라)에서 0.7마이크로미터(빨강) 사이 입니다. 따라서 질소와 산소 분자들의 크기는 가시광선의 파장에 비해 매우 작습니다. 그래서 공기분자들은 보라빛을 붉은 빛보다 (0.7/0.4)4=9배 더 산란하고, 파란빛을 붉은 빛보다(0.7/0.45)4=6배 더 산란합니다. 태양이 붉게 보이는 이유는 파장이 짧은 빛이 주로 산란되어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고 남은 붉은빛이 우리 눈에 도착하기 때문입니다. 태양방향이 아닌 하늘을 보면 파란색입니다. 공기분자들에 의해 산란된 빛, 주로 보라색과 파란색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인데, 우리 눈은 보라색에는 별로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파랗게 보이는 것입니다.

봄에 시골의 공기가 좀 흰색을 띤다거나, 도시의 오염된 공기가 흰색을 띠는 이유는 공기중에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큰 입자들이 많이 생겼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입자들은 모든 색깔의 빛을 비슷한 정도로 산란하기 때문에 산란된 빛은 하얗게 보입니다. 안개 물방울들은 작기는 하지만 지름이 수십마이크로미터 정도이므로 가시광선의 파장 04.~0.7마이크로미터에 비해 큽니다. 안개가 하얗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빛의 파장보다 훨씬 큰 빗방울의 표면에서는 빛이 조금 반사되고 대부분 속으로 들어가 통과하기 때문에 투명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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