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참교육학부모회 광양지회장

광양의 4개교 우레탄 트랙 운동장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되었다. 수백명의 아이들이 하루 종일 생활하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학부모들은 두려움을 감출 수 없다. 가장 안전하고 건강해야 할 학교에서 말이다.

납은 중금속 중에서도 중추신경계통에 영향을 주는 물질로 ADHD등 아이들 정서 함양에 영향을 미친다. 고농도의 납에 노출됐을 때 식욕부진, 현기증, 체중 감소 빈혈이나 구토, 심한 경우 근육 쇠약까지 유발 해 성장기 청소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이 오랜 세월동안 가장 가까이에서 지속되었다니 말문이 막힐 일이다. 유해성이 확인된 지금조차도 세월을 보내면서 방치 아닌 방치를 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학교운동장 공사를 하며 근일 년 간 학교운동장을 통제하더니 이제는 유해성 중금속 검출로 인해 운동장을 임시방편 폐쇄하고 있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국가표준(KS)기준이 제정된 2013년 1월 이후 트랙을 포설한 학교에서조차도 납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면 이제 누구를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학교에는 인조잔디와 우레탄을 깔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5,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해서 벌어진 일이다.

처음에는 국가표준(KS) 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설치하고 오늘까지 우레탄 운동장을 권장하고, 학교는 학교 치적으로 홍보하고 나서기까지 하였다. 학교가 실험대상이 되고 있다.

당장 공원에 있는 우레탄 트랙을 여름 한낮에 걸어 보자. 덥기도 덥지만 현기증이 나고 두통을 호소하는 성인들도 있다.

햇빛에 우레탄이 녹아 휘발성과 함께 증발하면서 중금속이 미세먼지 속에 포함되어 인체로 흡입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이 중금속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교육청는 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가 2014년이 되어서야 학교운동장 중금속 유해성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전국의 조사대상 학교 중 절반이상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되었다. 우리도의 경우에는 254개교 중 68%에 달하는 172개교에서 납이 기준치를 초과했으며 광양은 4개교가 그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다. 그리고는 부랴부랴 대책 없이 운동장 폐쇄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중금속 유해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고 안전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이는 우레탄 트랙이나 인조잔디도 수명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수명이 다해 유해물질은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사태의 본질은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간간히 문제를 제기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이 납 등 중금속에 노출되어 왔다는 것이다.

우레탄트랙은 마모상태에서 비산먼지가 되어 아이들의 입과 코로 흡입될 수 있다. 또한 땅속으로 스며들어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장 아이들의 배움터인 학교에서 화학성분덩어리인 우레탄트랙을 걷어내고 자연친화적인 교육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교육하는 학교를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화학물질 실험대상으로 전락 시켜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건강권과 교육권은 온전히 지켜져야 한다. 예산을 핑계로 아이들의 건강위험을 방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그리고 지속가능한 학교 운동장을 위한 설계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광양의 일이고 내 아이 학교의 일이다.

이 같은 트랙 중금속 검출은 사실상 빙산의 일각이다. 학교 이외에 각 지자체의 어린이놀이터, 인조잔디시설, 폐타이어 칩 등 소규모 시설까지 군데군데 산재해 있다. 사실상 아파트 어린이 놀이시설 바닥은 아예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하루빨리 그 폐단과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운동장을 포함한 놀이터, 주민 공공시설 조성은 일차적으로 사람에게 적합한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공원과 놀이터 등 공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이 자연친화적인 물리공간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업적위주의 형태가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말이다. 이를 위해 공론화가 필요하며 책임 있는 연구와 정책실행이 필요하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정책의 우선순위는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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