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 광양서울병원 2내과 과장

B형간염, C형간염, 지방간에 대해서 많이 들어 보셨겠지요. 이번에는 간질환의 좀 더 심각한 단계인 간경변증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간경화나 간경변 중 어느 용어가 맞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말씀드리자면‘ 딱딱하게 되는 것’의‘ 경화’란 표현이 있으나 이는 혈관이나 류마티스 질환에서도 흔히 쓰는 용어로 이왕이면 간에는 특별하게‘ 경변’이란 말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간경변증이 좀 더 옳은 표현이나 간경화란 말도 같이 쓸 수 있습니다.

간질환을 앓으셨던 분들이 간경변증으로 진행했음을 의심할 수 있는 요소들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황달이 심해지고 복수가 차면서 배가 나오기도 하며 다리가 붓고 얼굴이나 피부에 혈관이 도드라지고 남성의 경우에 가슴이 커지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간경변증 환자의 간단하고 특징적인 외양을 알고 계시다면 변화가 생기자마자 진료를 보시면 좋겠지요.

간염이 지속되다보면 정상적인 간세포가 있어야 할 부분에 섬유화가 생기고 혈관들을 누르면 피가 안 통해서 간이 더 딱딱해지고 간의 원래 기능을 못하게 되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간경변의 증상을 알기 위해서는 간의 기능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간은 혈관 안에서 삼투압을 유지하고 여러 물질의 운반체 역할을 하는 알부민을 합성하는 데 알부민을 못 만들면 혈관의 수분이 빠져나가 바깥쪽에 고이면서 손발이 붓게 됩니다.

위장관에서 부터 오는 혈액은 간을 거쳐 심장으로 가는데 간이 딱딱해지면 간으로 가는 혈압이 높아지는데 이를 간문맥고혈압이라고 합니다. 간으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므로 혈액이 간으로 가지 못하고 배안에 차면서 복수를 만들고 복수에서는 균이 잘 자라면서 자발성 복막염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몸 안에서 단백질을 소모하고 남은 질소화합물은 간을 거치면서 대사가 되는데 간에서 이 역할을 못하면 혈액 안에 암모니아수치가 높아지면서 의식이 변하는 간성혼수가 나타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딱딱해진 간을 통과하지 못하는 혈액은 어떻게든 심장을 향하여 가려는 성질 때문에 식도나 위에 큰 정맥을 만들면서 가는데 이 정맥은 터지기 쉽고 많은 출혈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정맥류 출혈인데 간경변증 환자가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고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가장 무서운 합병증입니다. 간경변에서는 내장혈관을 늘리는 각종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고 대신 콩팥으로 가는 피가 적어지면서 급성신부전을 일으킬 수있는데 이는 사망률이 높고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이를 간신(肝腎)증후군이라고 하고 간경변증의 무서운 합병증의 하나입니다.

간경변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합니다. 혈액검사를 해보면 대개 혈소판, 알부민은 감소하고 빌리루빈, 응고시간(PT/PTT)은 증가합니다. 간초음파로 간을 보면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간의 왼쪽부분이 커지며 간 안쪽에 수많은 결절이 퍼져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CT를 시행할 수도 있고 간종양을 더 확실히 보기 위해서는 MRI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간경변증을 진단하기 위한 절대적인 방법은 없으며 환자의 병력, 신체검사소견, 혈액검사, 영상검사를 통하여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간경변증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환자의 혈액검사소견이나 복수, 간성혼수 정도에 따른‘ 차일드-푸’ 등급은 아직도 많이 쓰이는데 이에 따라 환자를 A, B, C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A는 간경변 초기로 노력에 따라 회복도 가능하나 C단계로 갈수록 회복은 어렵고 합병증이 발생함에 따라 결국 간이식이 유일한 치료방법이 됩니다.

간경변증의 치료는 간경변증의 원인치료와 증상치료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B형, C형 바이러스간염이 원인이라면 항바이러스치료가 필요하고 알코올이 원인이라면 금주를 해야 합니다.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의 경우에는 간장제가 도움이 되고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있을 경우에는 특단의 체중조절을 위하여 식이조절, 운동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증상에 대한 치료로는 환자의 복수조절을 위하여 복수천자를 하거나 이뇨제를 유지할 수 있고 정맥류에 대하여 베타차단제, 간성혼수에 대해서는 배변약을 쓰기도 합니다.

간경변증에는 간암이 동반될 가능성이 아주 높으므로 정기적인 검사도 생존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간경변증의 등급을 알고 그에 따른 치료법을 결정하며 적절한 검사항목을 정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기에 간경변증 발생 전부터 간질환이 있으신 분은 가까운 곳에 주치의를 정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질환이든 본인이 관심을 갖지 않고 치료를 안 하고 있는데도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없습니다.

간경변증도 마찬가지인데 간경변을 무시했다가 무서운 합병증으로 환자 본인 및 가족들도 고생하시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은 없어야지요. 간경변증이 생겼다고 해도 질병에 관심을 가지고 치료라는 호미질을 하다보면 비교적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