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참교육학부모회 광양지회장

마을이 변화해야 한다.

성적 우수 장학금, 서울에 있는 대학보내기, 점수 올리기 위해 치열히 경쟁시키기, 남이 하지 않은 데까지 선행시키기, 혼자 살아남으려면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도 비밀 유지시키기...

마을이 존재 할 수 없다. 경쟁교육이 한계상황을 넘고 있다. 멀리 가지 않고 우리 마을 광양도 그러하다. 마을의 정책이, 교육이, 생각이... 이러한 것들이 상생의 성장을 방해한다. 메마른 땅에 아이들을 심어 놓고 땀과 눈물을 짜 내어 키워 내다보니 정작 마을에 관심을 가질 사람이 없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모두가 먹고살기에 바쁘다. 그런 고단한 삶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교육에 투자하는데, 그럴수록 아이들의 숨구멍은 조여든다. 이러다 내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릴까 두렵다.

배움의 의지가 없는 곳에서는 어떠한 창조 활동도 일어날 수가 없다. 경쟁교육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 우리 아이만큼은 무한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인 내게 던지는 질문이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해보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선 마을의 교육정책이 변화해야 한다. 마을이 변화해야 한다.

우리 집 아이가 초등학교 때 모둠별 과제가‘ 우리지역 직업인을 조사하고 인터뷰하기’였다. 우리집 아이 모둠은‘ 촌닭이 두 마리’ 치킨 집을 조사하였고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고 경영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인터뷰에 응해 주어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00기관을 조사하기로 되어있던 다른 모둠은 과제물을 해오지 못했다고 한다. 업무가 바쁜데 마을의 아이들에게까지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아서라고 했다. 또 얼마 전 지인의 이야기도 좀 불편했다.‘ 금융인’ 진로탐색을 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방문을 일언지하 거절했다고 한다. 이유는 업무가 너무 바쁘고 아이들을 맞기에는 너무 번거로워서였다고 한다.

이해는 되나, 마을이 아이들을 받아주지 않는데 어느 누가 아이들을 받아 줄 수 있을까? 마을 사람이 변화해야 한다.

마을이 변화해야 한다.

마을학교는 마을과 학교의 담장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공장과 학교와 가정을 분리시켰던 근대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시 마을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을 의미한다. 들판에 나가 농사를 배우고, 마을에서 예절을 배우고, 마을 어른들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가르치던, 마을에서의 삶 자체가 이미 교육이었던 그 문화를 오늘에 되살리는 것이 지금 마을학교가 추구하는 바이다.

마을의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

마을이 변화해야 한다.

마을 안에 학교문은 굳게 걸어 놓고,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은 이 골목 저 골목 삼삼오오, 이리 기웃저리 기웃, 그나마 일찍 채비하고 나선 아이들은 시설 좋은 최신 컴퓨터 장비를 갖춘 pc방에서 자리를 뺏길까 두려워 하루 종일 줄기차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준비된 공간인 저 곳은 두 번의 방학, 주말, 단기방학이면 문을 꼭 꼭 걸어 놓는다.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다. 극히 주관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항상 보면 저만한 곳이 없는데... 항상 학교는 개방할 만한 시설과 여유 공간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은 말썽이 일어날까 두려워 개방하려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학교는 교육지원청과 지자체가 분리되어 있어 지역사회 안에 존재하려 하지 않는다. 단지 교육부의 관료적 통제 안에 순응하며 안존하려 든다. 학교는 지식습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배움의 공간이어야 하며, 삶의 공간이어야 한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말고 학교의 문을 열어 마을 공동체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마을의 학교가 변화해야 한다.

이제 마을은 마을에서 있을 수 있는 이해관계에도 적극 개입하고, 싫은 소리도 하고 듣기도 하면서 마을의 교육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활동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지역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정호승의 고래를 위하여 중에서) 건강한 아이들이 있어야 마을이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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