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개체 수 증가에 농작물 피해 급증

야생동물 피해 신고 두 달간 395건 접수
포획된 야생동물만 167건… 멧돼지 73마리
피해보상 신고 ‘배’ 7건으로 가장 많아

수확기에 들어서면서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농작물을 훼손하는 사례가 늘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에서는 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운영, 야생동물을 포획해 개체 수 조절에 나섰지만 천적이 없는 멧돼지의 왕성한 번식력을 감당하기 힘들어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광양시에 따르면, 7월 25일부터 접수된 야생동물 피해 신고는 총 395건으로 하루 평균 6.8건에 달하고 있다.

이 중 포획된 야생동물 수는 167마리로, 고라니가 81건(48.5%)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멧돼지 73건(43.7%), 까치 13건(7.7%)이 그 뒤를 이었다.

멧돼지와 고라니는 파종기인 봄철에는 고구마와 옥수수 씨를 파먹고, 수확기인 가을철에는 과수와 밤 등을 먹어 한해 농사를 망치곤 한다.

올해 광양시에 접수된 야생동물 피해보상 신고 건수는 총 16건으로, △배 7건 △고구마 4건 △옥수수 2건 △감 2건 △취나물 1건 등이다.

지난 7월 28일에는 다압면에 사는 윤모 씨의 농장에 멧돼지가 출몰해 배밭 8432㎡ 가운데 12%에 달하는 면적을 초토화시켜 183만원의 피해를 입혔다.

산과 인접해 있는 성황동은 수시로 야생동물의 습격을 받는 지역이다.

소농인 A씨는 “멧돼지는 농사꾼한테 제일 골칫덩이”라며 “죽을똥 살똥 농사 지어놓으면 다 헤집어버리고, 매실나무도 분질러버리고, 감도 따먹어버린다”며 해묵은 고충을 토로했다.

멧돼지가 주로 밤에 내려오는 탓에 보초를 서지 않는 한 잡기가 힘들고, 신고를 해도 이미 인근 산으로 숨어버린 뒤라 포획이 쉽지 않다는 것.

A씨는 “예전에는 줄을 쳐 놓으면 안 들어오곤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무시하고 들어와 농작물을 다 뜯어먹는다”며 “계절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내려오는 멧돼지 때문에 속이 터진다. 하루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지천이 숲이니 쉬울 리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시에서는 ‘야생동물 피해방지단’ 30명을 선발해 수확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섰다.

피해방지단은 주간 17명, 야간 13명으로 나뉘어 활동하며 일일출동비 4만원을 지원받는다.

시 관계자는 “올 여름에는 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사냥개의 기동이 어려워 주로 야간조 활동이 많이 이뤄졌다”며 “날이 풀어진 만큼 수확철 피해를 줄이고 농가들의 시름을 덜기 위해 포획에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갈수록 증가하는 멧돼지 개체 수에 대응해 내년에는 피해방지단을 파종기, 수확기, 동절기 등 연중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 멧돼지, 제대로 알고 대처하자

멧돼지의 기본적 사회단위는 암퇘지와 그 새끼들이며 수퇘지는 단독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번식기인 11~12월과 출산시기인 5월에는 성질이 더욱 난폭해지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암퇘지는 보통 7~8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많게는 12~13마리까지 낳을 만큼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더해 멧돼지의 유일한 천적인 호랑이, 늑대 같은 크고 작은 맹수들이 멸종하면서 천적이 사라졌고, 이후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다행히 최근 광양지역에서는 멧돼지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작년에 비해 야생동물 신고 접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보았을 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고임을 예견할 수 있다.

멧돼지는 뛰거나 소리치면 오히려 놀라 공격하기 때문에, 발견 시에는 절대 정숙해야 한다.

또 야생동물은 상대가 등을 보이면 직감적으로 겁먹은 것을 알아차리고 공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등을 보이며 달아나서는 안 된다.

멧돼지는 후각에 비해 시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므로, 가까운 주위의 나무, 바위, 우산 등 은폐물에 몸을 숨기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멧돼지를 일정 거리에서 발견했을 때는, 일부러 위협하거나 무리해서 접근해서는 안 되며 멧돼지가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신속히 몸을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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