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넘치는 추진력’과 ‘독특한 발상’

‘올바른 자세’와 ‘솔직함’... ‘이타적 인간’으로 자라도록

“학기 초에 담임선생님이 우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셨는데, 시작도 하기 전부터 왠지 가슴 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요. 반 친구들 모두가 흔쾌히 찬성했고, 얼마 전 우리는 그동안 모아온 학급비를 간식 사먹는 대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썼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고 싶으셨는지 알 것 같아요”

▲ 강승호 백운고 1학년 3반 담임교사

백운고 1학년 3반 35명의 학생들에게 하루, 하루 즐겁고 특별한 학교생활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강승호 교사(38). 덕분에 1학년 3반은 얼마 전 추석을 앞두고, 그 누구보다 분주하고 또 분주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생필품과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넣은 ‘1인 1박스’를 반 전체 학생이 함께 제작하고 직접 전달에 나섰기 때문이다. 강 교사의 제안에 따라 학기 초부터 아이들이 함께 차곡차곡 모아온 학급비에 학부모와 학생, 담임의 후원금이 모여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나눔’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그 안에서 ‘보람’을 얻고 더 나아가 이타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강 교사는 3년째 반 아이들과 특별한 기부 행사를 추진해 오고 있다.

올해로 교사 12년차에 접어든 그는 자신의 학창시절 속 한 토막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교사로써의 꿈을 키어온 계기를 이야기했다.

시골 출신인 그는 인근 중학교를 마치고,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여건과 환경이 바뀐 탓에 모든 것이 생소해 소외감마저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담임선생님의 사소한 냉대가 그에게는 큰 상처로 남았다. 그는 이때의 경험을 잊지 않고, 훗날 어렵고 소외된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교사가 됐다. 그는 그날의 다짐을 잊지 않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강 교사는 아이들에게 항상 두 가지를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올바른 자세’와 ‘솔직함’이다. 학업에 얽매여 중요한 것들을 잃고 사는 아이들에게 공부보다는 자세를 가르치고, 잘못에 대해 솔직할 수 있는 용기를 가르친다.

그는 인터뷰 내내 요즘 학생들이 ‘자기언어’를 잃고, 정형화된 모습으로 굳어져 가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강 교사는 “숙제를 잘 내주지 않는 편이지만 아이들이 해온 것을 보면 답이 대부분 똑같다. 이것은 자신의 생각은 철저히 배제하고 참고서에 있는 정해진 답에 의존하기 때문이다”며 “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이 각자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표현력을 길러주는 것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한다. 직접적인 소통 이외에도 요즘 아이들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활동을 적용해 보기도 한다. 한 가지 예로 학급 내에서 활발하게 운영 중인 ‘마니또 게임’을 들 수 있는데, 그 반응이 매우 뜨겁다고 한다.

강 교사는 “2주에 한번 마니또 담당학생이 쪽지에 번호를 써서 한명씩 선택 할 수 있게 하면 아이들이 상대방 몰래 좋은 말도 써주고 간식도 챙겨주고 한다.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반 분위기도 화기애애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강 교사에 대해 김옥준 백운고 교장은 “상, 중, 하로 점수를 매기자면, 강 선생은 교과지도, 생활지도, 동료교사와의 관계 모든 면에서 ‘슈퍼 상’”이라며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한 에너지 넘치는 추진력과 독특한 발상은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 교사에게 ‘만약 교사가 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느냐’라는 질문을 했다. 그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잠시 대답을 망설이더니 이내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꽃 농사를 짓고 있을 것 같다”라고 수줍게 답했다.

선생님의 역할이란 아이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주고 다양한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강승호 교사. 그는 고향이 아닌 백운고 1학년 3반 교실에서 35송이의 꽃을 피우고자, 오늘도 아이들 옆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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