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간직한 노거수를 찾아서_ 18

‘지정번호 15-5-9-3’ 400여년 된 팽나무 한그루가 바쁜 도심 속의 움직임을 기억한다.

푸르디푸른 가을 하늘을 움켜 쥘 듯 뻗은 가지가 돋보인다. 팽나무 열매는 아이들의 장난감 총인‘ 팽총’의 총알로 쓰였다. 달주나무, 매타나무, 평나무로도 불린다.

10미터의 높이를 자랑하는 이 보호수를 보러 일부러 공원을 찾는 이들의 흔적이 엿보인다.

나무에 공손히 예를 갖추며 누군가의 안녕을 빌었거나 소원을 빌었던 것일까. 나무 밑에는 누군가 제물로 바친 사탕 여러 봉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욕심 많은 개미들이 줄지어 나무를 타고 사탕을 탐하고 있었다. 가지가 바람에 흔들렸다. 흔들릴 때 마다 간지럽다며 깔깔거리는 팽나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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