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균영 작가 20주기 추모세미나’ 개최

시대가 낳은 천재 작가, 작품마다 고향에 대한 향수 가득
광양의 아픈 역사 호흡하며 성정한 최고의 역사학자

이상문학상과 단재학술상을 수상했던 ‘故이균영 작가 20주기 추모세미나’가 지난 23일 광양향교 명륜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故이균영 작가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발점으로 그의 문학적 업적과 정신을 기려 지역 관광산업과 연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안종훈 추모위원장은 “우리지역 출신 문학가를 기념하는 사업을 많은 이들이 갈망하면서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어 주저하다보니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다”며 “오늘은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으로 ‘20주년 세미나’를 개최하지만 내일은 기념관이나 문학 기념비 건립 등 이균영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갈 것을 약속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에는 이균영 작가의 학교 선배이자 문학의 길을 함께 걸어온 ‘무진기행’으로 잘 알려진 김승옥 작가가 함께 자리를 빛냈다.

이날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으며 이균영 추모위원회를 비롯해 다양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여 이균영 선생을 기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토론했다.

정회기 광양학연구소장은 “광양출신의 훌륭한 작가의 작품과 업적에 대한 가치를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추모 세미나를 준비했다”며 “이번 추모세미나를 통해 이균영 작가가 광양의 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재조명되고 계기가 되고 새싹 같은 광양시 어린이들 중에 훌륭한 문인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이균영과 광양, 그리고 사람들 - 김세광 △이균영 선생을 기리며 - 정은주 △신간회와 이균영- 이은철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과거 이균영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김세광 위원은 주제발표 중에 “그가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안고 오던 그때의 겨울이 기억난다. 그는 ‘드디어 됐다’라는 말을 연발하며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고 우리는 그날 손목시계, 자취방의 괘종시계까지 전당포에 맡겨 가면서 까지 축하의 밤을 보냈다”라고 회상했다.

또 “그는 주로 집 뒤에 있는 우산공원에 자주 올라가 멀리 동들과 갯펄을 바라보는 장면을 묘사했는데 동천과 읍내장터 그리고 백운산에 이르기까지 광양 전체가 그의 소설의 주 무대가 됐다”며 “그는 시대가 낳은 천재적인 작가이기도 하고 과거 광양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호흡하며 커 온 최고의 역사학자로 ‘광양의 빛나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균영 작가의 소설 원고 정리 작업을 맡았던 정은주 위원은 “이균영 선생님은 글을 쓰기 전 머릿속에 일단 소설 한 권이 다 정리가 돼 있는데 그 것을 깨알 같은 글씨로 여백도 없이 써내려 간다”며 “경이로운 것은 그 빡빡한 글을 거의 고치지 않고 바로바로 써내려 갔다는 것인데, 선생님은 그렇게 글을 쓰셔야 글의 건축이 튼튼하게 되는 듯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밝혔다.

이은철 광양제철고 역사교사는 이날 신간회와 이균영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균영은 신간회 연구의 정점을 보여줬고 양과 내용 면에서 기존의 다른 연구를 압도했다”라며 “신간회 연구는 이균영을 시작으로 재정립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진영의 재평가와 새로운 연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에서 전흥남 한려대 교수는 “그의 작품에는 고향에 대한 정서, 애착, 향수가 묻어나 있다. 이런 세미나를 통해 우리 지역 문화 예술의 근간을 튼튼하게 하고 지속적으로 열릴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며 “이균영 작가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비한 것이 아쉬워 미력하나마 작품을 면밀이 살펴 학회에 이균영 선생 재조명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작가 이균영(李均永)은 1951년 12월 30일 광양읍 우산리에서 태어났으며, 광양 동초 16회, 광양 중 21회 졸업생이다.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소설 ‘바람과 도시’가 당선해 등단했으며, 이후 사학을 전공했던 그는 석사를 거쳐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는 등 전공에 매달리느라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들은 발표될 때마다 문단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1984년에는 국내 유수의 문학상이자 중단편계 최고 권위를 갖고 있는 ‘이상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사학자로서도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단재학술상’을 받는 등 문단과 사학계의 총망을 한 몸에 받았지만 1996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45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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