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 봉강면 저곡 마을 이호진 이장

광양시에는 280여개의 마을이 있으며, 각 마을 마다 고유의 특성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고 있다. 시민신문은‘ 이장님 막걸리 한 잔 하시죠!’를 기획해 직접 지역내 마을을 찾아다니며각 마을의 이장님을 만나 뵙고 생생한 마을의 소식과 각 마을의 보석 같은 숨겨진 이야기,아쉽게 잊혀져가고 있는 이야기, 골목과 토담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며 기록한다. <편집자 주> 막걸리 협찬: 광양주조공사

닥나무가 많다해 ‘닥실’, 마을 북쪽 산의 형국이 떠오르는 달의 모습이라 해 ‘월곡’, 봉강면 저곡마을에는 여러 이름들이 붙여지고 불려 왔다. 특히 아름답고 풍요로운 고장으로 알려진 광양의 12실중의 하나로 유명하다.

또 이 마을에는 8세부터 시를 짓는 등 어려서부터 학문에 뛰어난 소양을 가지고 22세 되던 해 진사에 올라 31세 별시문과 급제, 진사 시절부터 홍문관에 오르는 등 빼어난 문장과 덕행으로 칭송받은 ‘최산두 선생’이 태어난 마을이자, 묘역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 8년차인 저곡마을 이호진 이장(55)은 “우리 마을은 그 어느 마을 보다 수려한 경치와 거기에 버금가는 역사를 지닌 마을로 봉강면장이 5명이나 배출 되고 박사부터 변호사, 시의원 등 훌륭한 인재들이 끊임없이 나고 자랐다”고 말했다.

마을에는 총 67가구가 살고 있으며 인구는 130여명에 이른다. 대부분의 연령이 70세에 육박해 농업이 주를 이루지만 노동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고사리, 두릅, 감, 매실 농사를 짓고 있다.

허만홍 노인회장은 “다른 마을들은 자매결연을 통해 서로 옴서 감서 정 있게 지내는데 우린 그게 없어서 좀 아쉬워. 노인들끼리 있다 보니 적적하기도 하고”라고 전했다.

마을에는 107세의 장수 어른을 비롯해 연세가 90세 이상이지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등 건강한 분들이 많다.

그 이유에 대해 올해 90세인 주민 최정규씨는 “좋은 공기 마시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오순도순 욕심 부리지 않고 살기 때문에 마을에 건강이 복으로 내려온 것 같아”라며 “나이가 많아도 다들 몸을 바삐 움직이고 부지런을 근본으로 사는 것도 이유겠다”라고 전했다.

이 이장은 “마을에는 경모회, 경로회, 청년회, 마을회, 부녀회가 있는 데 그 중에서 청년회가 가장 활성화 된 조직이다”며 “청년회라고 해도 젊은 사람들이 다 객지로 나가 비록 조촐하지만 매년 어르신들 모시고 선진지 견학도 가고 단합대회 등 준비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어른들과 함께 통영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마을 회관 앞에는 우산각인 ‘월곡정’이 있으며 그 옆에는 아름드리 푸조나무가 자태를 뽐내고 서 있다.

최정규 주민은 “옛날에는 여기에 하천이 흘렀다구. 지금은 푸조나무 한 그루 뿐이지만 예전에 아주 오래된 귀목나무도 한그루 더 있었지”라며 과거 마을의 풍경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저곡 앞들을 가리켜 ‘말 뜰’이라고 불렀다. 이곳은 최산두 선생이 죽었을 때 문상 온 조정 신하들이 말을 매어둔 곳이라고 한다. 당시 문상을 온 신하들의 수가 많다보니 말들의 수도 엄청났는데 그들끼리 싸워 죽은 말 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말들을 묻은 곳이라는 ‘몰(말)무덤’이라는 곳도 마을에 위치한다.

전 시의원이자 이 마을 주민인 이돈구씨는 ‘마을 곳곳에 보석 같은 이야기가 산재된 마을’이라며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씨는 “옛날 우리 마을에 효성이 지극한 남씨가 살았다고 해. 워낙 효성이 지극하다보니 호랑이가 묏자리를 봐줬다고 해. 부저리 뒷산에 있는 데 솔찬히 안으로 들어가면 있다네”라고 말했다.

이어 “화전봉 능선아래 유성춘ㆍ윤구와 함께 호남 삼걸로 불리던 ‘최산두의 묘’가 자리하고 있는데 후손들이 시민들이 이 곳에 와 그의 정신을 기릴 수 있게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도로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라고 말했다.

조촐하게 모여 앉아 막걸리 잔을 주고받으며 “본인 일도 바쁠텐데 항상 부지런하고 살뜰하게 마을일을 챙겨줘서 고맙네”라고 어르신들은 그동안의 마음을 이호진 이장에게 전달했다.

이 이장은 “앞으로도 남은 임기동안 어르신들 소홀하지 않게 모시고 마을에 도움이 되는 그런 이장이 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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