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전문가 의견수렴 “현지법인화는 경쟁력 저하”

시민단체, 경쟁력 저하 우려는 지나친 편들기
LF “본사법무팀 검토 중, 입장 밝힐 단계 아냐”

대규모점포로 이뤄진 유통업체의 현지법인화는 자체경쟁력을 상실해 결국 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와 ‘LF스퀘어 현지법인화’를 요구해 온 지역민심에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주장은 광양시가 지난달 말 유통업체 전문가들에게 ‘지역민들의 현지법인화 요구’에 대해 공정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며 의뢰해 얻은 답변이다.

이들의 의견에 따르면, 유통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조업과 소비자의 중간에서 매개역할을 하는 업종으로 유통업체의 경쟁력이 없어지면 제조업체로부터 받는 납품 단가가 높아지게 되고, 이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또 유통업은 제조업체와 다르게 영업이익률이 차지하는 비율이 5% 이내이고, 순이익은 0.5% 미만이기 때문에 법인세 비율이 높지 않으며, 여러 점포의 수익을 모아 재투자(신규점포 개발 및 노후 점포 리모델링)를 하기 때문에 재투자를 받지 않으면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유통업체 전문가는 “유통업체의 현지법인화는 상품 구매의 경쟁력 약화로 인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수 있는 등 자체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며 “더나가 경영악화에 직면할 경우 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고사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점포 리모델링과 같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때 본사의 도움을 못 받기 때문에 유통업체가 통상 5년 주기로 하는 리모델링이 불가능해져 점포경쟁력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문가는 지난 1995년에 현지법인으로 문을 연 (주)광주신세계백화점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들었다.

(주)광주신세계백화점이 점포 리모델링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리모델링 투입 자금 마련을 현지법인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타 지역 백화점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유통업체 현지법인화의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현지법인화가 되면 지역 내 사업체 수가 확대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지역 내 고용창출도 가능하다”며 “또 수익이 발생 시 재투자를 위해 유보금으로 은행에 예치하는 등 자금을 지속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법인화를 줄곧 요구해 온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시민사회와 광양시의회가 한 목소리로 LF스퀘어 현지법인화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광양시가 LF스퀘어 현지법인화를 요구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시가 적극 나서 현지법인화를 밀어붙여도 시원찮을 판에 공문을 보냈다는 소식만 들려올 뿐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어 아쉽기만 하다”고 말했다.

또 “시가 지나칠 정도로 LF스퀘어 입점 지원에 나서는 것은 모두가 염려하는 부분”이라며 “LF스퀘어가 예상 매출액을 2천억원으로 예상하고 있고, 영업이익률은 년 100억원에 이른다. 신규점포 개발도 입점 업체가 부담하는 상황인데 재투자를 받지 않으면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는 지나친 편들기”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지법인화는 세수 증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과 지역 내 소비촉진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의사 결정권’을 갖게 돼 지역 특산품 납품이나 지역 업체 입점 확대 등이 가능해진다”며 “LF스퀘어 현지법인화는 이해할 일이 아니라 쟁취해야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LF관계자는 “현재 현지법인화에 대해서는 본사 법무팀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민들의 ‘LF스퀘어 광양점 현지법인화’ 요구에 따라 광양시의회는 지난달 11일 열린 제256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LF스퀘어 광양점 현지법인화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바 있다.

결의안에는 LF스퀘어의 매출자금이 역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지역 내 고용창출, 지방소득세 등 각종 지방세수도 증대시킬 수 있도록 현지법인화에 적극 나서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의원들은 “LF스퀘어는 우리지역의 유통산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정주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재래시장과 기존 골목상권의 해체를 가속화 시키는 등 지역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라며 “광양에 둥지를 트는 (주)LF네트웍스는 ‘현지법인화’를 통해 지역상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생협력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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