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 박영실 참교육학부모회 광양지회장

현재의 교육은 미래사회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교육의 현실처럼 경쟁과 서열을 강조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다른 사회와 분리되어 뒤 떨어진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알파고’를 경험하였고 기존의 획일화되고 기계화된 사고가 미래 사회에 적절하지 않음을 직시하였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은 이제 학교라는 틀 안에만 가둘 수 없다는 것에도 우리는 동의한다. 이는 학교 울타리 안의 교과서에만 의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단 미래 핵심역량에 한정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교육의 문제를 고려 할 때 이제, 교육이 학교의 영역에서 자신들의 삶의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느끼고 있다.

지난 11월 24일 전라남도 교육청은 "일반계 고교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야간 자율학습과 사설모의고사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두려워한다.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게임방에 엎드려 있거나 마을의 음지 공간에서 무슨 일들을 벌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며, 학업능력이 뒤 떨어지지는 않을까? 또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함께 놀 친구도 필요하고 보살펴줄 어른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공간은 상시적이고 직접적인 공간 ‘ 마을’이어야 한다. 학교, 학원, 집, 편의점, PC방 말고는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마을은 놀이터이자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학교는 고유의 교육체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과 지자체들은 지역에 맞는 특화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서로의 전문성을 발현해 내어 교육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지난 9월부터 중마고 아이들과 함께 광양청소년 인문학 아카데미를 진행하였다. 아이들마다 관심 있는 영역이 있고, 잘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청소년 인문학 아카데미는 10회기에 걸쳐 역사, 철학, 문학, 예술, 교육의 대 주제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매회의 수업마다 아이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내용의 교과서 밖의 이야기들로 구성한다.

강의는 자신의 삶과 연결해 보는 연습을 했고, ‘나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행복’이라는 당연한 명제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는 아이들의 소감에 이 아카데미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이번에 시작한 인문학 아카데미는 자신들의 삶과 연관되는 공부를 시도 해 보았다.

이는 강의로만 끝내지 않고 후속 활동이 필요하다. 강의 후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 볼 수 있는 토론과정을 거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신의 언어로 그리고 자신의 글로 표현하는 방식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도 이미 수행평가 중심으로 변했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가진 아이들을 요구한다. 또 아이들이 직접 구성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시도해야 한다. 소설‘ 태백산맥’을 읽고 지역의 국어선생님과 벌교를 답사하고, ‘ 다시 서울을 걷다’의 저자 권기봉작가의 강의를 듣고 서울 역사기행을 다녀왔다.

아이들의 관심사를 이끌어 내어 스스로 탐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관련 자료를 모아서 보고서 기본 틀을 구성하고 모둠 활동원과 그리고 지역교사와의 피드백과정을 거쳐 답사자료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어 분담한 성과물을 보고서 형태로 정리하고 프리젠테이션 자료나 UCC 자료로 보고대회를 가져야 한다. 아이들은 학교 문밖을 나서는 순간 신명이 돌고 웃음소리가 높아진다. 교실과 교과서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호기심이 만발하여 많은 질문들을 갖는 것 같다.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는 서열화 된 대학진학을 위한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이다. 이 맹점을 깨지 못하면 우리 교육은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문제를 만들어 낸 원인은 무엇일까? 사적욕망 채우기가 교육의 목표가 되는 한계와 중앙집권적 국가 정책에 휘둘리다 보니 우리 교육이 주체성과 자율성을 상실한데서 오는 것은 아닐까? 주체성과 자율성을 갖는 교육의 시도가 필요하다.

그 작은 시작이‘ 마을 교육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이미 그 첫 숟가락을 뜬 상태이다. 학교, 교육청, 지자체, 시민단체, 주민 등과 교육적 협력을 통한 어린이 청소년 친화적 마을교육공동체 조성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에 형성된 다양한 교육 인프라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여야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교육적 협력을 통해 아이들의 삶과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마을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고 학교 교육력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그리고 역사와 문화, 생태, 자연, 환경 등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활용하여 교육활동으로 연계해야 한다. 마을 교육공동체는 진로 진학의 문제, 사교육의 문제, 돌봄의 문제 등등 우리에게 산재 되어 있는 교육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이고 해결의 출발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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