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칼럼 - 김용권 인문학강사

섭공(葉公)이“ 정치는 어떻게 하는 것이냐” 고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은 기쁘게 해주고,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은 제 발로 찾아오게 하는 것입니다(近者說, 遠者來).”

《논어(論語)》자로(子路)편에 나오는 대화이다.

공자가 생각하기에 좋은 정치란 그렇게 어려운게 아니다. 자기 지역(나라)을 발전시켜 우선은 그지역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더 나아가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지역(나라)의 사람들까지도 그곳을 흠모하여 기꺼이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비단 공자 시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겠는가? 나라 안으로는 아직도 매년 신학기가 되면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특정 지역으로 이주 행렬이 몰려 집값이 치솟고, 나라 밖으로는 살기 좋은 선진국으로 이주하기 위해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람들은 여간해선 삶의 터전을 옮기지 않는다.

자신들이 오랫동안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겨 갈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전쟁이나 천재지변 같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아니라면 대개는 가고 싶은 그곳이 지금 살고 있는 곳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경제, 교육, 문화, 환경 등)에서 훨씬 마음에 들고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자《 소프트파워(Softpower)》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Jr.)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하나는 강제력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 이익이며, 또 다른 하나는‘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두 가지 방식에 비해‘ 매력’을 느끼게 하는 방식은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어서 그 효과가 훨씬 오래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다.”

매력을 느끼는 대상에 대해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주며, 오래도록 그것과 함께 하려는 특징을 보인다.

최근 광양시에서는 지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인구수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출산장려금 지원과 영유아 복지 혜택을 확대하는 등 출산율 제고에 힘쓰고 있으며, 타 지역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서 다방면에 걸친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총 인구수는 15만을 넘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며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도 좋고 출산율을 제고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광양을 사람들이‘ 언제나 살고 싶고 언제까지나 살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 일이 다. 광양이 살기좋은 곳이라는 인식이 한번 뿌리내리면 지역 주민들은 당연히 떠날 리 없고, 다른 지역 사람들도 기꺼이 광양에 와서 살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경제적 성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광양의 소프트파워 자산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 문화, 예술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지역의 좋은 인재들이 밖으로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외부의 우수한 인재들도 광양을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도립미술관과 예술 고등학교 유치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도약의 전기는 마련되었다. 관내 도서관시설과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등 문화콘텐츠 내실화에도 탄력이 붙었다. 차제에 좀더 많은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뜻을 모아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교육 문화 예술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사람은 경제적 욕구가 일정 정도 충족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문화적 욕구가 커지게 되어 있다. 전국에서도 가장 젊은 산업도시, 광양에 이젠 문화의 꽃을 피워야 할 때다. 그래서 공자(孔子)가 말한 것처럼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아와 삶의 뿌리를 내리고 오래오래 살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가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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