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람 기자의 호루라기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가 말한다.
결혼 후 아이는 광양에서 낳고 교육은 다른 지역에서 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광양에서 아이를 낳으면 혜택이 많기 때문이라고.

그럼 교육은? 바로 이어지는 대답. 광양은 교육시킬 분위기가 아니지 않나. 결국은 그저 혜택을 받기 위해 잠시 광양으로 주소를 옮긴다는 것이 아닌가.

마음이 씁쓸해졌다. 아이들과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도시, 2017년 정현복 광양시장이 내던진 새해화두 중 하나다.
정 시장은 광양을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자 어린이 보육재단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또한 오는 2018년도에는 백운산에서 치유의 숲을 운영할 계획이다. 남도 바닷길, 목재문화체험장, 섬진강 뱃길 복원 등을 연계해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그림은 상상만으로도 뿌듯하다.

며칠 전, 취재차 한 아파트 상가에 들르게 됐다. 그곳에서 놀랄만한 풍경과 마주했다. 호프집 앞 작은 공간에서 초등학생들이 팽이를 돌리고 있는 것이었다.

왜 여기서 팽이를 돌리고 있냐고 물었더니 학원가는 길에 잠깐 친구들을 만나는 거라 빨리 놀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아이들이 학원에 얽매여 더 많이 뛰어놀지 못하고 더 넓은 공간에서 마음 편히 팽이를 돌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어쩌면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보육재단도 치유의 숲도 아닐 수 있다. 그저 팽이를 맘껏 돌릴 수 있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진정 보육재단이 치유의 숲이 육아를 위한 길일까.

가까운 나라 일본의 생활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면 첫째는 어린이들이 행복이 넘치는 거리를 만드는 것이요, 둘째는 아빠와 딸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양육을 위한 조건도 중요하지만 양육을 위한 환경이 우선이 아닐까.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놀이터는 나무, 모래, 자갈, 돌과 같은 오직 자연에서 나오는 재료만을 쓴다. 반면 광양은 그나마 있던 모래 놀이터도 아이들이 넘어져도 안전하다는 말을 내세우며 고무바닥으로 만들었다. 언제부턴가 모래 놀이터는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고무바닥 놀이터는 아이들이 넘어졌을 때 안전할 순 있지만 화학물질로 만들었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는 공간이다. 진정 아이 양육이 좋은 도시를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행정을 통해 도시를 만드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눈높이로 봐야한다. 아이를 위한다면 아이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풍요로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안에 반드시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야한다.
아이의 양육을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편한 도시야 말로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고 싶어 하는 도시일 것이고 그것이 바로 젊은 도시를 꿈꾸는 광양이 추구하는 이상이 아닐까.

광양읍 용강리에서 무심코 바라본 구 경전선 굴다리 위로 ‘젊은 교육 도시 광양,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 광양’이라는 홍보간판을 설치하고 있었다.

광양시가 젊은 교육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지역 이익보다 아이의 마음을 더 헤아리고 있다면, 거창하게 간판을 설치해놓을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잘하고 있는 건 굳이 떠들지 않아도 다 아는 법이다.
유사자연향 하필당풍립이라는 말처럼.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