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광양시민신문 독자위원장


괴테의 와인사랑은 유별나다. 괴테에게 무인도에 가져갈 세 가지를 선택하라면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물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시집과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메마른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와인을 넉넉히 가져가겠다”고 했단다. 거기에 제일 먼저 하나를 버리라면 무엇을 버리겠냐고 물었다. 괴테는 주저 없이 시집이라고 답했다. 그럼 여인과 와인 중에 하나를 포기하라면 무엇을 포기하겠냐고 물었을 때 괴테는 요즘 같으면 크게 원성을 살 대답을 짓궂게 답한다.“ 그것은 빈티지에 달렸지”

여러분은 어떤 세 가지를 꼽을 것인가. 나에게 질문이 온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그날의 분위기에 맞는 마을의 막걸리 쉼터와 그곳에서 혼자 막걸리 두병을 마시고 있는 사람과 늘 그 자리에 넉넉한 안주를 내어주는 주인장의 손맛이다. 주변엔 다행히도 고달픈 삶의 애환을 달래줄 수 있고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도 봐 줄 수 있는 쉼터들이 곳곳에 많다. 그곳에는 언제나 나와 닮은 사람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고 어김없이 제철 반찬과 안주를 내어주는 주인장이 있다.

늘 수많은 발걸음 속에서도 고독이 더 크게 자리 잡아가는 세상에 쉼이 되어주는 곳은 내가 사는 터전 가까이에 익숙하게 자리한다. 늘어나는 관계와 새로 생기는 입맛들 속에서도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처럼 그 자리를 지켜온 우리들 삶의 일부인 것이다. 그 맛이다.

2017년에도 우리의 우리 것에 대한 사랑은 유별날 것이다. 매실이 그럴 것이고 전어가 그럴 것이고 백운산이 그럴 것이고 섬진강이 그럴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작은 미용실, 커피숍, 옷집,장터의 좌판이 그럴 것이다.

이곳들이 바로 괴테가 말한 메마른 세상을 살아낼 우리에게 가장 좋은 와인이 아닐까. 새해에도 세상은 점점 메마르고 버텨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럴수록 우리 가까이의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공간과 사람들이 함께해 주고 있음에 고마운 일이다.

작은 것을 사랑한다는 것, 인간 중심의 사고라는 생각을 해본다. 규모가 커질수록 점점 더 사람들은 사라지고 상품만 중심이 되는 세상에 E.F 슈마허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 함께 우리사회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인간은 작은 존재이므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 거대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자기 파괴로 나아가는것이다.... 아무리 경제 성장이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온다 해도 그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인간성 파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성장지상주의는 맹목적인 수용의 대상이 아니라 성찰(省察)과 반성(反省)의 대상에 불과하다” 주변의 작은 아름다운 가게와 사람들을 응원한다. 힘을 내요. 슈퍼파워~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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