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람 기자의 호루라기

광양읍 한 광양불고기집에서 생긴 일이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식당이 웅성거렸다. 가만 듣고 보니, 상황은 이랬다. 광양으로 동계전지훈련을 온 A훈련팀이 먹은 불고기는 88인분, 식당 측 영수증에 표기된 것은 150인분이었던 것이다.

엄마들은 깜짝 놀랐다. 아들, 딸의 훈련을 돕기 위해 강원도, 인천 등 각지에서 광양까지 온 엄마들이었다. 조금이라도 신경을 안 쓰면 쉽게 타버리는 광양불고기 특성상 엄마들이 한 명씩 상에 앉아 고기를 다 구워주고 그릇 수까지 꼼꼼하게 체크를 해 놨는데 얼토당토 않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엄마들은 제대로 뿔이 났다. 엄마들은 식당 주인에게 영수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장은 그 자리에서 영수증을 찢어버렸다. 그리고는 영수증 위로 120인분을 적어 내밀었다. 자리에 있던 엄마들은 순식간에 표정이 일그러진 후 한 숨을 푹 내쉬었다. 그 뒤 내뱉은 말은 “광양 사람들은 왜 이래”였다.

지난 2013년 당시 동계전지훈련팀이 광양을 외면하는 이유는 ‘인센티브’였다. 이후 시는 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 또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학교장, 체육지도자들에게 책자를 발송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광양시의 풍부한 체육시설과 먹거리, 쾌적한 숙박시설 등을 소개했다.

시의 노력 덕분에 지난해 169개 동계전지훈련팀 유치로 전라남도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기관표창을 수상했다. 또한 57억 원 상당의 지역실물경제 파급효과를 거둔 점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앞으로도 광양이 동계전지훈련팀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지역경제 효과를 거두길 바란다면 식당과 숙박 등 편의시설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다양한 체육 시설 확충도 필요하고 인적네트워크를 강화해 동계전지훈련팀을 다시 끌어오는 전략도 중요하다.

하지만 먹는 걸로 마음 상하면 오래 가는 법이다. 게다가 엄마들 입은 힘이 세다. 동계전지훈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는 광양이 아니라 또 찾고 싶은 광양이 되도록 더 멀리 봐야한다. 현재 광양시를 동계전지훈련지로 확정한 팀은 육상 41개 팀을 포함해 축구, 씨름, 육상, 태권도 등 160여 개 팀으로 총 3400여 명의 선수가 광양을 찾을 예정이다.

시는 더 이상 단체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불미스러운 일로 외부인들에게 낙인찍히는 일이 없도록 식당과 숙박 업주들에게 친절한 손님맞이가 잘 되고 있는지 필히 점검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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