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통사마을느티나무

광양시민신문은 광양시 전역의 보호수로 지정 관리 중인 노거수를 연중 기획ㆍ취재해 시민들로 하여금 관심과 보호의식을 갖도록 하고자 지난해 5월 30일(214호)부터 ‘시간을 간직한 노거수를 찾아서’를 연재 중에 있다.

창간 5주년을 맞이한 시민신문은, 그동안 지면에 게재됐던 마을의 상징물이자 특색을 담은 소중한 자료인 총 34그루의 노거수 중 그 의미와 유래가 뜻 깊었던 ‘통사마을 느티나무’를 지난 15일 다시 찾았다. 현재 보호 상태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주민들의 협조를 구해 나무에 담긴 의미를 더욱 심층적으로 탐색코자 ‘권연임 숲길 체험지도사’와 동행 취재를 했다. 시민들로 하여금 보호의식을 더욱 강화하고 그에 담긴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풍수지리학적으로 ‘좌청룡우백호’라 일컫는 통사마을의 이장수(81)씨는 25세의 젊은 시절부터 구장(이장)으로 일하면서 마을의 곳곳을 살펴왔다. 마을 주민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해온 그는 마을의 오래된 전설이나 유래 등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이 전해들을 수 있었다.

책보에 책을 싸 허리춤에 메고 다니던 시절, 까까머리 초등학생 이 씨와 그의 동네 친구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무 앞에 책보를 휙 던져놓고 나무속에 안겼다.

이 씨는 “옴서 감서 나무와 쌓인 정은 말 할 것 없고 지금은 메워졌지만 과거에는 나무의 앞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있어 친구 몇이서 들어앉아 거기서 놀곤 한 추억이 서려있다”고 말했다.

1982년 ‘지정번호 15-5-8-1’ 보호수로 지정된 이 느티나무는 600여년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호수 표지판에는 3.9m로 지정 당시의 둘레가 기록돼 있었는데 현재는 그 보다 둘레가 줄어들었다. 작년 6월 통사마을을 방문해 촬영했던 사진과 비교해 봐도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권연임 숲길 체험지도사는 “나무의 생장과 보전을 위해 이전에도 여러 번 외과수술을 받았지만 몇 해 전 태풍으로 인해 나무의 뒤편 가지가 부러진 이력이 있다”며 “나무의 손상과 노쇠로 인해 고사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작년에 뒷부분을 전체적으로 수술했는데 그때 나무의 둘레가 일부 줄었다”고 설명했다.

마을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매년 당산제를 거행해 왔다. 과거에는 매우 엄격하게 지내왔는데 매년 신년을 맞으면 오전 12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 치렀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매년 섣달그믐날 오후 10시에 제를 모신다.

이 씨는 “그 해 몸가짐을 특별히 조심하고 피를 보지 않은 사람이 제주가 됐는데, 제를 모시기 이전에는 아이 낳은 곳도 출입하지 않았고, 상갓집 출입 등도 조심했다”며 “정성껏 제를 모시지 않은 해에는 당산제를 지내고 땅에 묻은 음식을 들짐승들이 파헤쳐 놓기도 하는 등의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나뭇잎이 한꺼번에 피면 풍년이 들고, 조금씩 나누어 피면 가뭄이 오기 때문에 미리 한 해 농사를 예상해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들었던 시절, 주민들은 상처가 나면 이 나무의 껍질을 태워 그 재를 상처부위에 바르곤 했는데, 상처를 치유하는 연고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이 느티나무 노거수를 마을 주민들은 ‘큰 당산나무’라고 일컬었는데 이는 주변에 ‘작은 당산나무’가 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당산나무는 현재 고사돼 그 자리만 찾을 수 있었다.

‘자식 없는 부부가 이 나무 앞에서 지극 정성을 다해 100일 기도를 올리면 아들을 얻는다’는 전설, 주민들 개개인이 간직하는 나무와의 각기 다른 추억, 그리고 통사마을 사람들의 삶과 애환 등 오래된 이야기들이 나무의 나이테 속에 기록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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