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행복한 시간을 추억하기 위해 달린다, 그가 멈추지 않고 뛰는 진짜 이유

봄이 왔다. 남쪽나라에는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광양시 다압면 섬진교 아래에서 제9회 섬진강꽃길마라톤 대회를 개최하는 팡파르가 울려 퍼진다. 마라톤 접수가 완료된 선수들은 출발선에서 각자 적응 훈련과 준비 운동 체크에 바쁘다. 그 틈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장우익(68)어르신. 그는 제9회 섬진강꽃길마라톤 대회 참가자 중 최고령자다.

장우익 어르신은“ 최고령자로 참석한 것도 기쁘지만, 마라톤을 할 수 있는 자체가 더 큰 기쁨”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고 오겠다”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섬진교 아래 둔치에서 ‘탕’ 소리가 울린다. 그가 섬진강변을 따라 묵묵히 달린다. 장 어르신은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선고받은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병명
10분 걷기도 힘들어‘ 좌절’


장우익 어르신 인생의 첫 마라톤은 작년 11월 13일에 순천시에서 열린 제16회 남승룡마라톤 대회였다.

장 어르신은“ 마라톤 자체가 처음인데 하프코스를 달리게 돼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며“ 중간에 쓰러지면 어쩌나 노심초사 했지만, 최선을 다해 완주했다”고 말했다.

그가 마라톤을 하게 된 이유는 바로‘ 건강’ 때문이다. 어느 날부터 몸이 피곤하기 시작했다. 그저 일을 무리해서 그렇겠지 하고 넘기는 날이 일쑤였다. 푹 쉬면 괜찮아지겠지 안일하게 생각했다. 몸은 계속 신호를 보냈지만 장 어르신은 몰랐다. 걷기가 너무 힘들어 병원을 찾았다. 그 곳에서 청천벽력 같은 진단과 마주해야했다.

장 어르신은“ 몸이 안 좋아 찾아간 병원에서 강직성 척추염을 선고받았다. 많이 붓고 아팠다. 걷는 것조차 너무 힘들어 곤욕을 겪어야했다”며“ 몸이 아프니 건강의 소중함이 얼마나 크게 다가왔는지 모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몸이 아플 당시 장 어르신은 서울에 있었다. 그는“ 몸이 아프니까 고향 생각이 나더라”며 “곧바로 광양으로 내려와 열심히 운동을 했다. 매일 헬스를 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걷기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 마라톤 완주를 축하하고 있는 지인들과 장우익(가운데)씨

그는 6년간 강직성 척추염과 싸워야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났다. 고구마, 감자, 쑥떡, 콩떡, 밤 등을 아침으로 챙겨먹었다. 과일을 갈아서 마시기도 했다.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곧바로 걷기 운동에 돌입한다. 계곡마을에서 옥룡면 추산마을까지 무작정 걷는다.

장 어르신은 말한다.“ 건강과 행복은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없는 것이더라”며“ 세월 또한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한다는 말이 진리가 됐다.

장 어르신에게‘ 마라톤’은
새 삶을 사는 것 같은 기분
한 마디로‘ 부자’가 된 느낌


장 어르신은 광양읍 우산리 계곡마을에서 태어났다. 광양동초등학교 14회 졸업생이다. 가난해서 서울로 떠났다. 출세하고 싶었다. 서울로 가서 맘껏 공부도 하고 돈도 왕창 벌고 싶었다. 하지만 서울은 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 마라톤 100회가 목표인 장우익씨

그는“ 서울에 가면 무조건 성공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다 착각이었다”며“ 많이 힘들고 배고픈 날들이 많았지만, 그토록 배우고 싶었던 서예로 위안을 삼으며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예를 한 것은 어언 40년이 됐다. 여기 와서도 쭉 서예를 하고 있다. 서예로 돈벌이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름 ‘노후대책’이었다.

장 어르신은“ 서예는 더 늙게 되면 하고 싶어서 배웠던 것인데, 평생 서예를 함께 할지는 몰랐다”며“ 생각해보면 서예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 편히 마라톤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달린다는 것은 자신감이다. 적어도 장 어르신한테는 말이다. 달리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다. 그는“ 마라톤을 통해 새로운 삶을 만났다”며“ 기록증을 품에 안을 때마다 부자가 된 기분이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마라톤은 인내와 끈기다”며“ 세상사 배움이 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장 어르신의 앞으로 소망은 마라톤 100회를 달성하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이제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가던 병원을 6개월에 한 번씩 가고 있다. 모두다 마라톤 덕이라는 장 어르신. 그는 섬진강꽃길마라톤 대회도 멋지게 완주해냈다.

장 어르신은 작년 남승룡마라톤대회(하프)를 시작으로 진주마라톤대회(하프), 여수마라톤대회(하프), 섬진강꽃길마라톤대회(풀코스), 경남사천마라톤(30km), 화순마라톤(10km) 등 총 6번의 마라톤에 도전해 모두 완주해냈다. 그는 “다리에 쥐가 났는데, 이겨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뛰고 뛰어서 결국 해냈다”며“ 몸이 아픈 사람들, 건강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 모두 나를 보면서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 그동안 모아온 기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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