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옥 공방 작가의 숲 이야기를 듣다

숲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마음에 싱그러움이 번진다. 사람들의 지속적인 생존을 보장하는 기능과 물을 저장하고 산소를 생산하는 고마운 숲. 숲을 누구보다 더 사랑하는 김진옥(42) 공방 작가. 이제야 비로소 진짜 삶을 누리고 있다는 그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숲을 만나다

▲ 김진옥 공방 작가

숲을 사랑하게 된 건 12년 전, 광양을 오고 나서부터다. 김진옥 작가는 해남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우연히 들른 광양에서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고 귀여운 아이들을 낳아 가정을 꾸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김 작가는 “광양은 햇살도 좋아 따뜻하며 숲도 울창하다”며 “마음을 정화시키는 가장 좋은 곳이라 정착을 하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숲을 갈 때마다 숲에서 느낀 모든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다. 대학교 전공을 미술로 한 탓도 있지만, 자연으로부터 받는 고마움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싶었다.

김 작가는 “숲을 갈 때마다 그저 힐링의 장소라고 생각했다”며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숲해설가로 만난 숲의 진짜 모습

숲을 그리고 기록을 해 나가기 시작한건 숲해설가를 공부하고 나서다.

숲해설가로 보는 숲은 또 달랐다. 그간 보지 못했던 숲의 참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사방이 온통 나무였다”며 “숲을 찾으면 피로가 풀리는 건 기본이고 나무가 말도 걸어오는 것 같았다”고 감동했다.

숲은 더 느리게, 그리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줬다. 김 작가는 “걸음이 느려지면 숨이 차분해진다”며 “복잡했던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숲에서는 작은 잎 하나도 허투루 보이지 않았다. 새소리를, 맑은 공기를, 온 몸으로 느꼈다. 맑은 들숨에 저절로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숲에서 만난 모두가 인연이 됐다. 숲을 한 발 한 발 걸으며 오늘을 살고 내일을 꿈꾼다.

생태체험학교를 열다

공방을 시작한 것은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백운산 아래 옥룡면에서 시작한 공방은 마흘 마을 옛집으로 터를 옮겼다. 70년이 넘은 전통 한옥집, 이곳은 예전에 성황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한 교사의 집이었다. 100년의 역사를 묵묵히 보여주고 있는 부엌문부터 창호지가 잘 발라진 정감 가는 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 작가는 “숲해설을 하면서 자연이 주는 것 모두를 가족들과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며 “함께 체험하고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이 더 큰 세상을 보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공방에 꺄르르 아이 웃음소리가 넘실거린다. 체험을 온 가족은 솔방울을 만지며 숲을 느낀다. 공방에는 편백나무, 오동나무, 굴참나무 등 산에서 가져온 다양한 나무들이 있다. 이 나무들은 모두 산에서 주워온 폐자재거나 지인을 통해 구입한다. 평소에는 보기 드문 씨앗도 있다. 광양 특산물인 매실 씨앗부터 마로니에 까지 종류만 50여 가지가 넘는다. 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공방의 재료가 된다.

그는 “숲을 꼭 가지 않더라고 숲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씨앗 하나하나 다 모았다”며 “숲과 문화가 연계되어 아이들이 자연을 맘껏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방 구석구석 김 작가의 손길 묻어난다. 앞마당에 마련된 작은 텃밭부터 비뚤어진 시계까지. 김 작가의 열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자연 체험을 하기 위해 사회복지자격증도 땄다. 그는 “장애인들과 씨앗을 이용해 목공예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며 “장애인뿐 아니라 저소득층을 위한 체험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방에 따뜻한 햇볕이 들어온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왔다. 김 작가의 꿈은 자연 체험을 통한 힐링 센터를 만드는 것. 평생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공방 작가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그가 지금 그리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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