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의 산업 - ‘철강’의 도시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 중인 박 대표와 최 기자

최기자: (빈 접시를 집어 들고) 사장님, 여기 김 좀 더 주세요~
박대표: 벌써 김만 세 접시! 다른 반찬도 많은데~

최기자: (김을 새로 가져다 준다. 접시를 놓고 합장 하며) 김여익 공 감사합니다.
박대표: 엥?

최기자: 며칠 전에 태인동의 궁기마을에 다녀왔거든요. 그리고 김시식지에 들러 제가 좋아하는 김에 대해 공부를 좀 했습지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김의 역사는 이렇습니다. 김여익은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일으켰지만 조정이 항복해 태인도에 숨어 살았죠. 그러던 중 소나무와 밤가지를 이용한 김 양식 방법을 세계최초로 창안했고 보급하게 됐어요. 또 기록을 살펴보니 김은 왕실에 바치는 특산물로도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박대표: 맞아. (김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임금이 수라를 들다말고 신하에게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지. 그런데 아무도 그 이름을 모르는 거야. 임금은 ‘김여익 공의 이름을 따 김이라고 부르라’고 했단다. 광양제철소가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태인도 사람들은 김 양식을 비롯해 각종 수산물을 채취해 큰 소득을 올렸었지.

최기자: 대표님은 태인도 출신이시니, 그 시절의 기억들이 남아있으시죠? 들려주세요.

박대표: 음... 현재의 태인동과는 그 모습이 전혀 달랐지. 청정해역으로 김을 비롯해 백합, 굴 등 다양한 수산물을 양식했고, 그것들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았어.

최기자: 희뿌옇고 공장이 가득 들어서 있는 그 곳이 청정해역이었다구요?

박대표: 1982년 광양제철소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태인동에는 제철과 관련된 업체들이 입주했고 청정해역의 어촌마을은 점차 공업지역으로 그 모습이 변해갔지.

최기자: 아, 그렇다면 광양이 ‘철강’의 도시로 불리게 된 것은 그 때부터 이었겠네요?

박대표: 그래, 부지면적 2089만㎡. 여의도의 5배 크기의 광양제철소에는 현재 62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고 연간 2183만톤의 조강생산을 해오고 있단다. 현재 주요 생산제품을 살펴보면 자동차 강판, 열연, 냉연, 후판 등을 꼽을 수 있지.

최기자: 네, 여기서 생산된 제품을 벤츠, BMW, 혼다, 폭스바겐 등 전 세계의 자동차회사에 공급한다고 들었어요.

박대표: 단위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강판 전문 제철소라 할 수 있지.

최기자: 또 얼마 전에는 연간 2500톤 규모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포스코 탄산리튬공장’이 건설됐잖아요. 리튬이면 배터리의 주원료 맞죠?

박대표: 그래.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이차전지 생산국으로 세계리튬전지 시장에서 30%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터리용 탄산리튬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지.

최기자: 2500톤이면 배터리를 얼마나 생산해 낼 수 있는 규모인가요?

박대표: 음.... 약 7천만 개의 노트북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하는 구나.

최기자: 어마어마하네요.

박대표: 이뿐 아니라 광양시는 올해부터 세풍일반산업단지 내에 ‘기능성 화학소재 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기능성 화학소재 관련 연구소, 기업 등을 집적화해 기능성 화학소재 핵심권역으로 도약을 추진 중에 있단다. 2017년에 융복합소재 실증화지원센터를 준공하고 2019년까지 기능성 화학소재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밝힌 바 있단다.

최기자: 그렇게 되면 기능성 화학소재 핵심기술 개발은 물론이고 다양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겠네요.

박대표: 광양시는 미래를 위한 신 성장 동력을 구축해 철강도시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어.

최기자: 비약적인 발전도 좋지만 이전의 태인도의 모습을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어 아쉬워요. 김 출하 철이 되면 태인도에는 ‘개들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지요? 그때 이야기 좀 더 해주세요.

박대표: 당시 태인도 주민들 대부분은 바다에 기대어 살았단다. 바다에 나가서 노동하면 그만큼의 대가가 보상됐던 시절이었으니깐. 바다에 김 작업 나가신 부모님이 돌아오실 시간이 되면 어린 나는, 리어카를 끌고 마중을 나가곤 했어. 나보다 더 먼저 각지에서 물건을 이고 온 장사꾼들이 몰려와 있었지. 광양 김이 맛 좋기로 유명했거든.

최기자: 아, 물건을 김과 바꾸려고요?

박대표: 어머니가 두 손을 이렇게 오목하게 해 장사꾼들에게 물김을 몇 번씩 퍼 담아주면, 그것은 내 눈 앞에서 사탕이 되기도 했고 공책이 되기도 했단다. 사탕 하나를 물고 부모님과 집으로 돌아오던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내 어린 시절. 달콤했던 그 시간들. 지금은 자취를 감춰버리고 그 흔적마저 찾기 힘들어 아쉽구나.

최기자: (접시에 남은 김 한 장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김 한 장에 광양의 역사가, 또 대표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었네요. 그런 의미에서 김 한 접시만 더 추가해야겠어요. (큰 소리로) 사장님, 여기 김 좀 더 주세요~

제 6화 끝_ 다음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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