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음주운전 적발 794건 ‘도내 1위’, 교통사고 ‘106건’

“거리가 가까워서, 대리비가 아까워서…” 핑계 없는 무덤
‘음주사상자’ 평균 240명, 반주문화‧숙취운전도 경계해야…
“처벌 강화하고 재범률 낮출 수 있는 갱생프로그램 마련해야”

술기운에 운전대를 잡는 광양시민들의 부끄러운 음주운전 행각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6년에는 전남지방경찰청이 실시하는 연말연시 음주단속 평가에서 광양경찰서가 도내 1위라는 불편한 영예를 안아, 광양시민의 병든 양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리비 1~2만원을 아끼고자 타인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거는 잠재적 범죄, ‘음주운전’. 도시 곳곳에 만연해있는 음주문화를 뿌리 뽑기 위해선 무뎌진 양심에 사나운 일침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처벌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꽃향기에 취해 술을 벗 삼을지언정, 운전대는 잡지 맙시다

광양경찰에 따르면 2016년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총 794건으로, 이중 무면허‧음주운전도 53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춘객이 몰리는 4‧5월과 여름휴가철인 7‧8월의 음주운전 적발건수가 총 323건(43.5%)에 달해 행락객의 잦은 음주운전이 문제되고 있다.

광양경찰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30분마다 장소를 옮기는 ‘스팟 이동식 단속’을 실시하고 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평이다.

광양경찰 관계자는 “광양이 도농복합도시다보니 농사철 일이 고되 막걸리를 한 잔 걸친다던가,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잦은 회식으로 인해 타 도시에 비해 음주운전이 많이 자행되고 있다. 근로자들의 음주를 부추기는 경기불황과 업무 스트레스도 그중 한 요인”이라며 “교통사고나 사망사고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유독 음주운전만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주운전자의 대부분은 산업단지 근로자나, 운수업 종사자 등 서민에 한정돼 있다. 이들이 밝히는 음주운전의 이유는 주로 ‘대리운전비가 아까워서’, ‘가까운 거리라서’ 등이다.

2회 연속 음주운전에 적발된 시민 A씨(51세, 중마동)는 “술자리를 한차례 마치고 대리를 불렀으나 기사가 오지 않아 한잔 더 하자는 말이 나왔고, 마침 가까운 거리에 호프집이 있어 2차를 가는 중에 경찰에 잡히게 됐다”며 “약간의 죄의식은 있었으나 거리가 가깝고, 잠깐 운전하는 거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또 다시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것은 역시나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라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술기운에 취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운전대를 잡고 있더라, 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삶이 팍팍해 취기를 빌릴 때는, 대리기사도 함께 빌립시다

음주운전이 무서운 이유는 교통사고 발생 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져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시민들은 경각심을 가지지 못하고 ‘습관성 음주운전’을 이어가고 있다.

광양경찰에 따르면 2016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106건이며, 음주사상자는 평균 24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양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사고가 나면 나 혼자 잘못되는 게 아니라 남도 잘못되기 때문에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행위와도 같다”며 “음주운전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한두 잔은 괜찮다며 음주운전을 권유하는 동승자도 방조죄로 엄연한 처벌 대상”고 밝혔다.

기업에서 흔히 일어나는 점심시간 ‘반주문화’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낮에는 대리를 부르는 사람이 극히 적을뿐더러, 밤 시간대보다 상대적으로 음주운전 단속이 느슨하다는 생각에 손쉽게 운전대를 잡기 때문이다.

또한 자정을 넘길 때까지 과음한 경우에는, 자고 일어났다 하더라도 ‘숙취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람 체질에 따라 알코올 분해 능력이 다르기 때문.

광양경찰 관계자는 “밤 12시가 넘도록 술을 마시고 출근 때문에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는 직장인들이 있는데 잠을 8시간 이상 자지 않았다면 완전히 술이 깨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숙취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출근시간에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강력한 처벌만이 해답

현재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처벌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혈중알콜농도 △「0.05% 이상 0.1% 미만」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0.1% 이상 0.2% 미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500만원 이하의 벌금 △「0.2%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상습음주운전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의 경우는 처벌기준을 0.05%에서 0.03%으로 강화하고 적발 시 면허정지 혹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대 1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술을 권하거나 제공한 사람에게도 최대 6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해 책임을 묻는다.

터키에서는 음주운전자를 집에서 30km 떨어진 장소에 데려다놓고 경찰의 감시 하에 집까지 걸어가도록 처벌한 뒤, 도착하는 즉시 구속시킨다.

노르웨이는 0.02%만 넘어도 음주운전으로 간주하며, 적발 시 구금된 상태에서 3주 동안 강도 높은 노역을 해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음주운전자가 기혼자일 경우 배우자도 1일간 구류에 처한다. 핀란드에서는 1개월분의 급여가 벌금으로 몰수된다.

광양 경찰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음주운전을 많이 해도 구속되는 경우가 적고, 처벌이 약해 습관성 음주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음주운전은 자칫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살인행위’와 같다. 그저 ‘단속만 피하면 된다’는 무책임한 생각으로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운전대를 잡는 일은 절대 있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에서도 음주운전 문화를 뿌리 뽑기 위해, 적발기준을 기존 0.05%에서 0.03%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광양 경찰관계자는 “차량몰수, 동승자 처벌 등 엄격한 규제로 음주운전을 예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또한, 41.7%에 이르는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갱생프로그램 등 후속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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