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같고 며느리 같은 우리 마을‘ 막둥이’


진상면 방동마을 조명진 이장

진상면 방동마을을 찾았을 때 주민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좀 더 건강한 삶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었다. 장수생활체조와 진상면사무소의 암 예방교육이 한창이었다.

조명진 이장(50)은 프로그램이 끝나면 함께 하려고 막걸리 상을 차리고 있었다, 농촌마을의 이장하면 지긋이 나이가 드신 남자 이장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예상을 뒤엎고 젊고 발랄한 그가 회관에서“ 제가 방동마을 이장이에요”하며 맞이해 적지 않게 놀랐다.

막걸리 상위에 오른‘ 닭발편육’은 조이장이 주민들과 함께 먹으려고 다른 지역에서 공수해 온 명물인데 맛이 일품이었다.

주민들은 막걸리에 안주를 들며 “젊고 이쁜 우리 조이장이 있으니까 우리 늙은 사람들이 이런 것도 맛보고 그렇지 않겠어? 딸 같고 며느리 같은 이장”이라고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조 이장은 올해로 4년차다. 시집와 이 곳에 터를 닦고 28년 정도를 살아왔다.

처음 시집와서는 농촌에 사는 것이 지루할 것만 같아 도심으로 나가자고 남편을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농촌을 사랑하는 배테랑 농사꾼이기도 하다. 이날도 다른 마을의 이장이 찾아와 조 이장의 취나물 하우스를 살펴보고 자문을 구하러 왔다. 그는 자신이 가진 노하우와 그동안 공부해 얻은 지식들을 총 망라해 친절하게 알려줬다.

조 이장은“ 10여년 전에는 우리 마을 주산물이 쌀이었는데 지금은 취나물을 비롯해 대봉, 매실, 고사리 등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곳에서 취나물을 재배하거나 농사를 시작해 보고자 하는 이들이 마을을 찾아오기도 한다. 나 또한 이전에 가르침을 받아 이만큼 성장했으니 다른 이들에게 알려 좋은 농산품을 생산하게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동마을의 이장이면서도 ‘취나물 연구회’의 총무로 17년차 활동하고 있으며, 시 생활개선회 총무직을 겸하고 있다.

이날 교육차 방문한 진상면 보건소 서영옥 팀장은“ 주민들에게 좋은 혜택을 주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는‘ 열성’을 존경한다”며“ 자주 소통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영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시행하는데 그러다보니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됐다”고 전했다.

장수생활체조 김순환 강사는“ 방동마을은 작지만 이장과 주민 모두가 열의가 넘치는 마을이다”며 “수업참여율도 높고 단합도 잘되는데 이런 것은 조이장의 역할에서 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 이장은“ 역대 선배이장들이 터를 잘 닦아 주셔서 나는 그 길을 다져가며 걸어가는 것 뿐”이라며 “연로한 어르신들이 많이 때문에 원하는 것을 말할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생각하고 말하기 전에 먼저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동마을은‘ 방골’이라고 불렸는데 대밭골 마을 위쪽에 위치해 좌우에 산이 바람벽같이 막혀있어‘ 방’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해 유래됐다. 외부에서 지나다 보면 마을의 존재를 알기 어려운데, 과거에는‘ 윗방골’, ‘아랫방골’로 나누어 마을을 이뤄왔는데 현재는 윗방골은 사라졌다. 마을에는 30가구, 50여명이 살고 있는데 평균연령이 높고 여성 홀로 남은 1인 가구 수가 많다고 전했다.

조 이장은“ 올해 50세가 됐는데, 이 마을의 막둥이다. 이렇다 보니 마을에 크고 작은 행사나 손 볼 곳이 생기면 힘에 부친다”며“ 하지만 자매부서인 포스코 제2도금공장 직원들이 자주 오셔서 봉사하고 마을에 많은 힘을 보태줘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막걸리를 시원하게 한 잔 들이킨 마을 주민은“ 막걸리 맛이 우리 이장만큼 좋네~”라며“ 우리 이장이 맡고 나서 우리가 살기가 좋아졌어.

진상면 방동마을 전경.

회관 안에 본래 화장실이 없어서 밖으로 나가야 했거든. 겨울에는 얼마나 춥고 힘들었는지 몰라. 그런데 작년에 회관 안에 창고를 개조해서 화장실을 만들었거든. 참 똑순이야, 똑순이”라고 말했다.

방동마을은 올해부터 또 다른 변화를 시작한다. 조 이장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마을경관사업’을 신청했고 5억이라는 예산을 받게 된다.

그동안 마을에 부족했던 여러 부분에 개선의 손길이 닿을 것이며, 무엇보다 마을에 좁디 좁은 길을 차량이 통행 가능할 수 있도록 넓히고 보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이장은“ 마을을 위해 도전했고 과정은 힘들었지만 새롭고 신선했다. 그리고 도전의 결과까지 좋아 기분은 좋지만 떨린다”며“ 특히 마을 안길 공사를 위해서는 지주들의 승낙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조율이 필요하다. 원할한 소통을 통해 마을을 좀 더 살기 좋게 개선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말하는 입장’보다는‘ 듣는 입장’으로, 주민들과 어우러져 방동마을의 농사꾼으로 살겠다고 막걸리 잔을 높이 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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