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궤도 위성

정호준씨

2012년 12월 원주에 사는 지인이 직접 찍은 오리온성운 사진을 14장이나 메일로 보내왔습니다. 모든 사진에는 성운과 함께 짧은 선들이 찍혀 있었습니다. 14장을 순차로 돌려가며 보면 마치 비행기들이 편대비행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지인도 이 선들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보내온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북한이나 아니면 또 다른 어떤 나라가 어두운 밤을 이용해 높은 하늘에서 몰래 우리나라 상공을 정찰하는 것 아닌가, 또는UFO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의견이 첨부돼 있었습니다. 지

인이 보내온 사진은 모두 20초간 노출을 준 것인데, 사진에 찍힌 선들의 길이는 0.075도 각거리였습니다. 그 선들이 움직이는 방향도 남쪽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서에서 동으로 움직이는 방향이었습니다. 하여 저도 찍어봤습니다. 지인이 사진을 찍은 시간과 비슷한 밤 9시경에 저는 2분간 노출을 주고 찍었더니 0.5도 각거리의 선들이 찍혔습니다.

매일 밤하늘의 같은 위치를 같은 방향으로 비행하는 물체가 과연 무엇일까? 20초간 0.075도, 2분간 0.5도는 거의 같은 속도였습니다. 한 시간에 대략 15도 각거리, 이것은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입니다. 즉, 그 물체들은 지구와 같은 속도로 지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구에서 보면 하늘에 마치 정지해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요. 맞습니다. 정지위성이 사진에 찍힌 것이었습니다. 서둘러 지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지상36,000km 상공 멀리 있는 정지궤도위성도 사진에 찍힌다는 사실을 공유하게 됐습니다. 두 사람 만의 작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만약 UFO 였다면~~~!

정지궤도 위성에 대한 아이디어는1945년 영국의 과학소설 작가 ‘아서C 클라크’가 ‘Wireless World’라는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제안했습니다. 2차 대전에 사용됐던 로켓을 우주탐험이나 통신에 활용해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는 이래와 같이 적었습니다.

“지상에서 특정한 높이 위에 있는 인공위성을 24시간마다 한 번씩 공전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인공위성은 늘 같은 장소에 떠있게 될 것이다…. 아마도 전쟁을 수습하는 사람들은 이 인공위성을 이용할 마음이 거의 없을 것 같아 걱정이지만 이 인공위성이 장거리 전파통신 문제를 풀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클라크가 처음 제안한 이 급진적인 발언은 현대 매스컴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방송위성이 그것입니다. 그가 잘못 예언한 것은 단 한 가지 그런 인공위성이 등장할 시기뿐이었습니다. 클라크는 50년 정도 흐르면 그런 위성이 출현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인류 최초의 정지위성이 출현한 것은 불과 20년밖에 흐르지 않은 1965년 4월이었습니다.

최초의 정지위성 이름은 일찍 일어나는 새라는 이름의 얼리버드(Early Bird) 였습니다. 지금은 수백 대가 넘는 정지위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운용하고 있는 정지궤도위성만 해도 무궁화1호, 2호, 3호, 5호 및 한별, 천리안, 올레1호 총7개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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