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환 순천제일대 교수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일반적으로 정치가라고 하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떠오르게 한다. 이런 편협하고 좁은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정치인의 범주에 대한 상식적이고 보편타당한 인식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왜냐하면 민주화운동이나 촛불집회에서 국민이 정치의 주체임을 인식하는 주인의식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그 동안 정치의 대상으로서 국민 그리고 주체는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우리 국민에게 깊숙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가 꽉 막힐 경우 많은 우리 국민들이나 정치하는 사람들까지 하는 말은 우리나라에는 정치도 정치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자주 막힌다는 사실이다. 19대 대선 후보였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직업으로서의 정치가를 자주 언급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였다. 그의 생각에 우리에게 있어서 문제는 정치라는 단어는 난무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가와 정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정치가들은 전문적인 직업인으로서 정치적 의식없이 보스정치에 길들여진 한탕주의적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문재인정부의 내각 구성을 위해 임명된 장관에 대한 청문회에서 또 다시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그것은 정치인으로서 자질에 관한 것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강연에서 정치라는 행위를 한편으로는 심리학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윤리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정치행위에 대한 정치가의 비젼을 그리고 있다. 그에 의하면 정치가들이 소유해야 할 요소로서 정열, 목측(능력), 책임감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그것은 정치인의 자질에 관한 것으로 그는 이런 덕목을 갖춘 정치인들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 정치인들의 다수가 세종대왕을 존경하고 그 업적에 대하여 경의를 표한다고 한다. 이 시기에 세종대왕의 승하를 앞두고 남긴 어록에 사악한 것을 혁파하고 정의를 드러낸다라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란 말은 의미가 있다. 그 중심에는 도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베버적인 의미에서도 정치가에게 중요한 덕목은 도덕성이라 할 수 있다. 정치가에 있어서 도덕성은 국민에게 감동을 의미한다. 정치가의 경제적 삶의 질적 상승보다 도덕적 삶의 질적 상승이 국민들에게는 감동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업으로서의 정치의 토대는 도덕성이다.

그것의 의미는 순수한 떡값의 의미와 순수한 뇌물의 차이를 구별하여야 하는 것이며, 뇌물의 거래에 있어서 비밀을 지키는 의리도 중요하지만 그 의리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자신의 측근에게 장관직 선사도 좋은 일이겠지만 직업으로서 정치적인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도 책임을 지는 것이 더욱 마땅하다 하겠다.

최근 내각구성을 위해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과 탈세 등에 관한 문제들이 장관후보자의 사익추구보다 오히려 장관후보자 스스로 그것에 대한 몰인식에 의해 발생된 해프닝이라는 사고가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하다는 논리는 적절하지 않다. 만일 이번 기회에 그들이 그러한 책임을 진다면, 우리의 정치는 진일보할 수 있으며 새로워지는 것이고 정치적인 세대교체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한다. 그 의미는 정치에 있어서 정확하고 올바른 답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란 타협이라는 것이고 그것은 대화가 토대이며 그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정치는 듣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하는 정치의 의미는 잘 듣는 것이다. 아마도 세종대왕의 파사현정은 현재 우리사회에 살아있는 생물로서 정치를 실현하는데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