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룡 황안과 원장

황호룡 황안과 원장

3천 년 전 다윗의 시편에는 하나님이 좋은 것으로 소원을 만족하게 하사 우리 청춘을 독수리같이 새롭게 하신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독수리가 무엇을 어떻게 새롭게 하는 것인지 저는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읽은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인즉 독수리가 우리 인간만큼 오래 사는데 그 장수 비결이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독수리가 태어나 35~40년이 지나 늙으면 부리와 발톱이 닳아서 사냥이 수월치 못합니다.

그러면 닳아서 쓸모없어진 부리를 절벽의 바위에 계속해서 문질러서 새 부리가 나오면 이 부리로 자신의 발톱을 빼어냅니다. 이 과정이 약 반년정도 걸리는데 이런 고통을 겪은 후에 늙은 독수리는 다시 청춘을 회복하여 남은 삼사십년을 더 산다고 합니다. 또 다른 성경에도 우리가 낙심하지 말 것은 우리의 겉 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진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얼굴은 날마다 늙어가므로 아침에 거울보기가 두렵기조차 합니다. 그리고 우리 옛 말에도 세월 앞에 장사 없다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몸 안의 세포들이 정말로 날마다 새로워질까요? 실제로 우리 인체는 언제나 낡은 조직은 새 것으로 교체되고 있으며 그 교체 주기는 조직마다 각각 다릅니다. 그리고 모든 조직이 다 재생되는 것은 아니어서 몇몇 조직은 아예 재생이 안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뇌와 척수 그리고 시신경 및 연골은 한번 손상을 입으면 평생 다시 재생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말초신경과 근육 뼈 등은 손상을 입더라도 새로운 세포들에 의해 그 자리가 재생됩니다.

우리 몸의 가장 바깥층은 외부환경에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손상을 입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상피세포층은 우리가 죽는 그 순간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낡은 세포가 탈락하는 그 자리를 메워서 우리 몸을 보호합니다.

우리의 몸이 성장을 멈추면 인체의 모든 세포들은 노화과정이 진행됩니다. 날마다 새 세포를 만드는 상피세포층도 변화가 생기므로 노인들의 손발톱이 젊을 때 같지 않습니다. 피부 역시도 갓난아이 피부와는 달리 쭈글쭈글해지고 탄력이 없어집니다. 이 모든 세포의 노화는 염색체 속의 DNA 이상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포를 만들 때 DNA가 분열을 하는데 분열할 때마다 양쪽 끝부분이 조금씩 잘려나가게 됩니다. 약 50회 쯤 분열하다보면 꼬리가 너무 짧아서 이제는 더 이상 DNA 분열이 안 되어 그 세포는 죽게 됩니다. 그렇지만 만일 세포내에 어떤 특별한 효소(telomerase)가 많이 있으면 이 효소의 도움으로 DNA 꼬리부분이 재생됩니다.

도마뱀의 꼬리가 재생하는 이치와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이 효소를 계속해서 인체에 공급해 주면 노화가 안 되므로 수천 년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모든 암세포 속에는 이 효소가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이 암세포가 혈관을 통해 영양을 계속 공급받는 한 새로운 암세포를 지속해서 만들어 암 덩어리로 자라납니다. 그러니 이 효소가 없어도 문제요, 많아도 또한 문제입니다. 없으면 노화과정이 빨리 오고 많으면 암이 생기니 딜레마인 것입니다. 자연의 섭리는 이런 특별한 방법을 통해서도 만물을 조화롭게 유지하는가봅니다.

변화무쌍한 지구환경 특히 수많은 세균과 바이러스의 집요한 공격에도 우리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면역(저항)시스템 덕분입니다. 여기엔 항체와 백혈구 두 가지가 같이 작용합니다. 항체의 경우 병원균의 종류에 따라 가장 적합한 맞춤형 항체를 대량생산하는 시스템을 우리가 태어날 때 이미 부모로부터 물려받습니다. 그러므로 제 아무리 바이러스가 자주 변형을 하여 공격해 와도 우리 인체는 그에 딱 맞는 맞춤형항체를 3일 만에 대량으로 생산하여 적을 물리칩니다.

우리나라 제약회사 어느 공장도 이처럼 빨리 완벽한 항체를 생산할 수는 없습니다. 항체생산 외에도 Helper T 임파구의 지휘 하에 새 임파구들을 양성할 때도 역시 백혈구의 외형을 변모시켜 target 되는 병원균에 곧바로 접근하게 하여 효율적인 전투를 합니다. 이처럼 백혈구와 항체 두 가지 시스템의 양동작전으로 적을 섬멸시키는 면역시스템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기에 우리 인간이 세균과 바이러스의 공격에도 끄떡없이 생존할 수 있었으며 이는 오로지 변화되는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기를 새롭게 하여 스스로 적응한 결과인 것입니다.

고대 중국 은나라의 탕왕은 자신의 대야에 글을 새겨놓고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아 날마다 반복해서 읽으면서 현재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날마다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길 원하였습니다. 대야에 새긴 글귀가 바로 日新又日新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포 안에서도 날마다 스스로를 새롭게 하고 있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우리가 주저하거나 퇴보할 수는 없겠지요.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가 스스로를 새롭게 할 절호의 기회라고 시인이 우리를 일깨워주는 것만 같습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중략>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정 현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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