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비밀인데, 운동 보다는 좋은 마음이지"

호모헌드레드 시대가 도래하다

올해 90세인 조권형 어르신은 부지런하기로 유명하다. 아침 5시면 일어나 광영동을 한바퀴 돌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세끼도 꼬박꼬박 챙겨먹는다. 엘리베이터 보다는 계단을 이용한다. 광영동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 건강 100세 체조교실과 뇌자극 치매예방교실 수업을 듣기도 하고 노인복지관을 가서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일과를 마치면 저녁 6시 전에는 집으로 돌아간다.

통계청 ‘100세 이상 고령자조사 집계결과’에 따르면 2015년 11월 1일 기준 100세 이상 인구는 3159명으로 5년 전보다 1324명(72.2%)이나 급증했다.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노인은 6.6명으로 2.8명이 늘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2731명(86.5%)으로 남성 428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유엔(UN)은 2009년 ‘세계인구 고령화보고서’에서 ‘호모헌드레드’시대를 언급하며 인간의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의미하는 신조어를 내놨다. 사망연령의 최빈치를 나타내는 ‘최빈사망연령’이 90세 이상 되는 사회를 100세 시대라고 보는데, 이미 86세를 넘긴 상태다.

2020년이면 90세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객관적인 사회지표만 보아도 어느덧 불쑥 우리 눈앞에는 100세 시대가 와있다.

조권형(오른쪽)어르신이 광영동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 수업을 받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장수 비결은 올바른 ‘습관’

장수의 비결은 무엇일까. 조권형 어르신은 말한다. 조 어르신은 “계단으로 다니면 걷기 운동보다 효과가 2배가 된다고 하더라”며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하다 보니 몸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결국, 규칙적인 생활이 장수 비결의 첫 번째인 것이다.
실제로 소식(小食) 등 절제된 식생활 습관(39.4%)이 가장 중요했고, 제때 일어나고 잠드는 규칙적인 생활(18.8%), 낙천적인 성격(14.4%) 순 등이 장수 비결로 꼽혔다.

다음 비결은 바로 ‘좋은 생각’이다. 조 어르신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한다. 그래서 매일 메모지와 펜을 가지고 다닌다”며 “까먹지 않기 위한 것도 있지만, 경청에 대한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메모지를 꺼내보였다.

메모지에는 누군가의 이름과 장소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한 들, 좋은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마음이라는 것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척도다”고 말했다.

조 어르신은 19세기에서 20세기를 건너 온 ‘살아 있는 역사’다. 24살 나이에 공무원의 삶을 시작했다.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적부터 급장만 해온 형을 본보기로 책 읽는 것에 게을리 하지 않고 늘 배움의 자세를 잊지 않았다. 조 어르신의 말 한 마디에는 살아온 인생이 묻어났다. 마음의 총량은 사람이 나아갈 길의 원동력이 된다. 그가 뱉은 말에 깊은 뜻이 있다.

조 어르신이 매일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사진. 24살 때, 공무원으로 있던 시절이다.

내 나이 묻지 마세요

“ ‘묻지 마세요, 물어보지 마세요, 내 나이묻지 마세요’ 이 다음은 기억이 안 나”

조권형 어르신이 요즘 외우고 있는 가수 김성한의 ‘묻지마세요’ 노래의 한 구절이다.

조어르신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전체적으로 톡톡 쳐주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대”라며 “그래서 요즘은 머리를 톡톡 치면서 가사 한 줄 보고 머리 톡톡 치고 또 가사를 보고 한다니까”라고 말했다.

가사를 모두 외우는 것이 조권형 어르신의 최종 목표다. 조 어르신은 ‘자식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자식들이 얼마나 잘생기고 똑똑한 줄 모른다”며 “아들 덕에 광양으로 와서 살게 됐는데, 광양은 너무 좋은 곳이다. 이런 곳에 살 수 있어 너무 좋고 아들에게 고맙다”고 자랑했다.

조 어르신은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남겼다. 먼저 딸과 아들들에게 “어떤 순간이든 아버지의 의도대로 처사를 하면 잘 살 것이다”고 전했다. 평생을 함께 하고 있는 아내에게도 “늘 고맙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