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할 때가 가장 행복해

“광영초등학교 2학년 2반 7번 정은찬입니다”

광영동에 위치한 한 연습실에서 만난 정은찬 군은 도복을 입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자기소개도 심플하다. 번호까지 말하는 세심함이 돋보이는 아주 완벽한 자기소개다.

정은찬 군과 색소폰의 만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늦둥이인 은찬 군을 집에 혼자 둘 수가 없는 부모님은 늘 은찬 군을 데리고 다녔다. 그 곳이 바로 색소폰 동호회였다.

가사는 이해할 수 없지만 신나는 멜로디가 은찬 군의 가슴을 울려왔다. 정은찬 군의 데뷔곡은 ‘동백꽃’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곡은 ‘님과 함께’다. 나이와 취향은 철저하게 다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님과 함께’가 은찬 군의 애청곡으로 탄생된 것은 양로원으로 봉사활동 겸 공연을 갈 때마다 반응이 좋은 이유가 제일 크지만 멜로디가 좋단다.

정 군은 “색소폰을 처음 배울 때 어려웠던 점은 ‘소리를 내는 것’ 그리고 악보를 외우는 것이었어요”라며 “힘들 때마다 천기현 선생님이 잘 지도해주시고 부모님께서 많이 응원해주셨다”고 쑥스러운 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영락없는 9살 어린이다.

광양시 유일, 최연소 색소포너

정은찬 군은 관내에서 유일한 최연소 색소포너다. 최근에는 지난 주말 광양읍 서천변에서 열린 꿈나무 경연 대회에 게스트로 초청 돼 색소폰 연주를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은찬 군이 연주를 펼치는 곳은 지역 행사뿐만 아니다. 올해 1월에는 부산 음악행사 게스트로도 초정되기도 했다. 이미 유명인사다. 은찬 군의 색소폰 지도자인 천기현 씨는 “신동이라는 단어는 조심스럽지만, 은찬이는 끈기도 있고 포기하는 법을 모른다”며 “노력도 한 몫을 했지만, 재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은찬 군은 “이곳저곳 다니며 많은 관객들을 만나 무대 위에서 색소폰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 즐겁고 행복해요”라며 “앞으로 배우고 싶은 악기가 너무 많아서 생각만으로도 신나는걸요”하고 배시시 웃어보였다.

현재 은찬 군은 색소폰 외에도 피아노, 바이올린, 우쿨렐레 등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 배우고 싶은 악기는 가야금이란다. 그는 “악기들을 연주하면서 아름다운 곡이 탄생되고 음악이 되는 것이 좋아요”라며 “다른 악기들하고도 빨리 친해져서 더 많은 곡을 연주하고 싶어요”라고 신나했다.

부산 공연에 게스트로 초청돼 천기현 지도자와 함께 연주하고 있는 모습.

9살에게 배우는 작지만 큰 진리

“재미있는 일이니까 즐겁게 하는 게 좋아요”

공부하랴 숙제하랴 학원가랴 쉴 틈이 없는 은찬 군의 일상의 대항이라도 하듯 색소폰 연습 중 코피를 쏟은 적도 있다. 은찬 군은 악기 연주뿐만 아니라 반에서도 1,2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이다. 그는 “공부는 학교에서 하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가고, 집에 가서 숙제를 하고 밤 10시쯤 잠들어요”라며 “앞으로도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할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은찬 군의 색소폰 연주를 들어봤다. 낯을 가리고 쑥스러워하던 9살 어린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멋진 연주를 해내는 색소포너가 눈으로 들어왔다.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색소폰을 연주하는 은찬 군은 그저 음악이 아닌 행복을 전하고 있었다.

그는 “색소폰을 배울 수 있도록 응원해준 부모님과 천기현 선생님, 동호회 이모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요”라며 “가장 친한 친구 장민준, 정한성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인터뷰를 마치며 부모님 품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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