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광양시민신문 독자위원장

정은영 광양시민신문 독자위원장

3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직책 높은 공무원들이 시골마을에 왔다. 이장이 연로한 마을 사람들을 모으고 공사업체 관계자까지 와서 마을회관에 둘러앉았다. 일은 전과 같지 않게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또 차트 1안, 2안을 화려하게 만들어와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보기 쉽지 않은 풍경 이었다.

자그마한 마을 안 저수지에 둘레길을 조성한다고 했다. 본디 농촌마을 사람들은 저수지 둘레길 사업에 대해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저수지 주변에 둘레길을 만드는 일은그 길을 걸을 마을 사람들이 거의 없을뿐더러 읍내 사람들이 낚시한다고 와서 쓰레기나 많이 버리고 가듯이 반갑지 않은 일이나 생겨나지 않을까 시큰둥한 표정들이었다.

예산 1억원을 들여서 조성하겠다는 저수지 둘레길은 그 후 당초 예산으로 부족하다며 저수지를 반 바퀴만 돌다 멈추었다. 그리고 다음해 예산 으로 마저 완공한다고 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도 둘레길은 그 기능을 멈춘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말한다. “저거 머랑가. 문제가 많네 잉” 이 문제는 어느 작은 마을의 작은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첫째, 예산낭비의 문제다. 이제 1조원 시대에 들어서는 광양시 예산중에 1억원이 작은 돈일지 모르겠으나 마을 마다 이런 크고 작은 일이 벌어 진다면 이는 국가 예산이든 전남도 예산이든 그것에 시 예산을 합했든 우리 세금이 이상하게 쓰여 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 예산이 설령 백만 원일지라도 나쁜 예산의 예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신뢰의 문제이다. 많은 돈을 들여 진행키로 한 사업이 첫 계획에서 벗어나 당초 예산을 초과하고 다음해에 지속되지 못하여 중단된 상황에서 풀밭을 만들어 오히려 주민 눈살만 찌푸리게 한다면 아마 말은 안하더라도 그 행정을 신뢰하는 시민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세 번째, 소통 부조화의 문제다. 마을공동체에는 저마다 가진 민원들이 있다. 그러나 그중 몇몇 사업들은 주민의 뜻과 연관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일방적이거나 일률적으로 집행이 되어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마을의 지도자 중에는 불평하면 “다음에 불이익 받을 수도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해 조용히 지나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을마다 조성되어있는 운동기구들은 많은 곳이 풀이 우거진 경우가 많고, 관리되어지지 않으며, 관리되어진다 하더라도 운동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문제적 이유는 이 뿐 아니라 휠씬 더 많을 것이다. 지난 26일 광양시는 민선6기 동안 시정에 반영한 시장지시사항 추진사항을 점검한 결과 96.9% 완료 했다고 밝혔다. 기획예산담당관은 “시장 지시사항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시장이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인 만큼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건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 겠다”고 말했다.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바를 응원한다. 더불어 그 노력이 시장지시사항 이행률 96.9% 만큼 시민들의 의견이 96.9%이상 반영되 었길 기대한다.

만약 시민의 목소리가 한사람 또는 특정 소수에 의해서만 접수되거나 조율되고 지시 이행 된다면 그것은 마치 모래시계의 허리처럼 좁고 느려 전달에 어려움이 있고 막힌 혈관과도 같아 언 젠가는 터지고 말 것이다.

언젠가 주민참여예산관련 논의를 할 때다. 기획예산담당관 및 실 관계자는 예산 수립. 집행에 있어 기존 주민아이디어 공모를 좀 더 다양하게 홍보하고 시민들이 다가서기 쉽게 연구. 노력하 겠다고 했다. 주민아이디어 콘테스트 사업 등을 계획하여 각계 주민의 폭넓은 직접적 참여를 유도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주민의견수렴의 시스템 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후 1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관계자는 시민의 무관심을 이유로 푸념하기도 한다. 그러나 크고 작은 정책 수행의 과정에서 시민의 무관심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불신보다 더한 냉소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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